지난 2010년 미국의 어느 주에서 오바마라고 이름이 적힌 검정색 인형이 3층짜리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발견돼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백악관 경호실에서 출동해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느라 현장조사를 벌였다. 지난 해 할로윈때는 미국의 어떤 사람이 흑인 인형을 장식품이라며 처마에 매달았다가 백악관 경호실이 출동하는 소란이 있었다. 인형의 얼굴이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경호실은 현직 대통령을 위해할 의사가 있었던 것인지 확인했고, 그 인형을 매달았던 사람은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를 해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때는 세간에 나도는`놈현스럽다`는 말이 국가원수 모독이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는 뜻으로 쓰인 이 단어는 2003년 이라크전 파병에 실망한 노무현 반대파에 의해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2008년, 이른바 촛불시위때는 일부 부모들이 어린 자녀까지 거리에 데리고 나와 현직 대통령을 `쥐××`라 부르며 조롱하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대통령을 욕하는 구호를 외치자 주위 어른들이 “잘한다”고 박수를 쳤다는 보도가 나와 뜻있는 이들의 탄식을 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막말 역시 처음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느 민중화가라는 사람이 당시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낳는 출산장면을 그린 뒤 “예술”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그림을 보면서 혐오감을 느꼈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했고, 실제로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의 후손`으로 표현해 시끄럽다. 귀태를 의역하면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이니 인신공격성이요, 저주에 가까운 막말이다. 당사자인 홍 원내대변인이 책임을 지고 당직을 전격 사퇴하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대변인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힘에 따라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는 친노핵심인 이해찬 전 대표가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등의 발언을 하면서 막말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논란을 보면서 민주당이 여당과 정부를 상대로 `좋은 경찰·나쁜 경찰 전략`(good cop/bad cop)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두 사람의 형사가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의 역할을 맡아 효과적으로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심리적 심문기법이다. 먼저 나쁜 경찰의 임무를 띤 형사가 용의자에게 욕설과 함께 윽박지르면 좋은 경찰은 나쁜 경찰을 말리는 척 하며 젊은 용의자의 편을 든다. 그러다가 좋은 형사가 용의자를 향해 달콤한 말로 달랜다. 인지적 대조효과 때문에 욕설을 퍼붓던 나쁜 경찰과 비교해 좋은 경찰이 합리적이고 친절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또 용의자는 좋은 경찰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보답을 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력을 받게 된다. 다만 홍익표 의원의 경우 `나쁜 경찰`로서 을러대다가 너무 센 역풍을 맞은 것은 아닐까. 김한길 대표는 수습용 사과멘트 후 “이제는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차례”라고 요구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아래 대통령을 비판하는 행위 자체가 용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귄위주의가 사라진 지금 대통령에 대해 저주의 막말을 퍼붓는 것은 조금도 용감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잘한다”고 칭찬하는 이들이 용감하게 느껴지는 세상이 됐다.
어쨌든 국가원수에 대해 야당이 명예훼손에 가까운 막말을 일삼는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은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받는 풍토는 국민들이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이 당연히 받아야 할 존경과 사랑은 현직 대통령 자신ㅇ 챙겨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