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불이 꺼져가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정상회담 합의사항으로, 남북간 교류와 화해의 장이자 대북햇볕정책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29일 남한측 인원 철수 결정으로 잠정폐쇄됐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0년 현대아산과 북측간에 `공업지구개발에 관한 합의서`체결로 시작됐다. 2003년 6월 착공된 개성공단에서는 2004년 12월 첫 제품이 생산됐으며, 당시 255명 수준이던 북측 근로자 수는 2006년 11월 1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해말 현재 5만3천여명이 근무해왔다. 수년동안 빠르게 성장하던 개성공단은 남북 갈등 속에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은 2008년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우리측 인원과 통행 시간·인원을 제한하는 12·1 조치를 발표했고, 2009년 3월에는 `키 리졸브` 한미연합연습에 반발해 3차례 통행을 차단해 긴장이 높아지기도 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신규투자를 금지한 정부의 5·24 조치에 더해 3통(상시통행, 인터넷·무선전화, 선별통관) 문제 해결 지연, 노동력 부족 등으로 개성공단 개발은 당초 계획보다 정체돼 왔다. 그동안 공단에는 9천억 원대의 남측 자본이 투자됐다. 개성공단이 본격 가동된 2004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 누적 총액(임금 및 사회보험료 포함)은 2억4천570만달러에 이른다.
개성공단이 이대로 폐쇄되면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공단내 123개 회사의 투자 총액이 9천495억원, 정부와 공공부문 투자가 3천900억원이다. 도로·상하수도·정배수장·변전소·북한 노동자들의 출·퇴근용 통근버스 276대 등은 물론이고, 여기에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을 반출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가 5천억원, 가동 중단으로 납품하지 못해 발생한 매출 손실 및 거래상 배상청구(클레임)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가 5천억원 등 당장 피해액만 따져도 총 2조원 규모이다.
개성공단이 제2의 금강산관광 사업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구에서 나오는 얘기다. 자존심 강한 투수들은 승부수로 던진 공을 타자가 파울로 쳐내면 오기가 발동해 다시 같은 공을 던진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는 같은 공을 두 번씩이나 놓치는 타자는 거의 없다. 따라서 같은 공을 두번 던지는 행동은 아마추어에서 오기지만 프로에서는 객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같은 공을 두번 던진 `아마추어`투수처럼 반응한 것은 아닌가.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8년 11월 첫발을 뗀 금강산 관광사업도 한때 국민들 사이에 인기를 끌다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중단됐다. 우리 정부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태가 장기화한 것이다.
강경일변도와 벼랑끝 전술로 일관하는 북한을 요리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노승과 사미승이 함께 길을 가던 중 시냇물을 건너게 됐다. 마침 예쁜 처녀도 물을 건너려했지만 물살이 무서워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사미승은 여인을 애써 못본체 하고 지나치는 데, 노승이 처녀를 번쩍 들쳐 업고는 건너편에 내려줬다. 다시 길을 재촉하는 데, 사미승이 노승에게 따져 물었다. “스님, 수도승이 어찌 여인에게 손을 댄다는 말입니까? 하물며 등에 업다니요.” 그랬더니 노승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놈아, 난 벌써 그 처자를 냇가에 내려놨는데, 너는 아직도 업고 있구나.”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 정해진 틀에 박힌 생각은 의미가 없다. 눈높이를 바꾸고,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해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