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모르고 나만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진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 마다 진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
`승리의 비결`을 담은 고대 중국의 병법서,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로 꼽히는 말이다.
손자는 나를 아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적을 아는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을 안다는 게 상대를 아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남 눈에 티는 보면서 제 눈에 들보는 못 본다`는 말처럼 남의 작은 결점은 잘 찾아내면서 자기의 큰 결점은 알지 못하는 게 인지상정일 지 모른다.
새누리당이 20일 전당대회에서 예상했던 대로 박근혜 후보를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대구·경북지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두 번째 대권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2월 대선에서 `위태롭지 않을` 비결은 뭘까. 필자는 그 답이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라고 믿는다.
박 후보는 여당 후보로 선출된 이 시점에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돌아봐야 한다. 박 후보는 보수층, 특히 노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있으며, 원칙과 신뢰를 중시해온 행보로 국민들에게 비교적 안정감을 주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해있다. 그래서 `박근혜 대세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이 높은 게 강점.
그러나 박 후보에게도 약점은 있다. `불통(不通)`의 이미지가 치명적이다. 더 나쁜 것은 박 후보가 이런 평가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박 후보는 자신의 불통(不通) 이미지에 대해 질문을 받자 “(내가) 불통이란 말은 별로 들은 기억이 없다. 동료 의원과 대화도 많이 한다. 어떨 땐 전화하다가 팔이 아플 정도”라면서 “국민 여러분이 (저를) 불통이라고 생각했다면 지난 총선 때 (과반으로) 지지했겠느냐. 그것이 (불통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불통과 소신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면서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안 됐다고 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불통 이미지에 대한 박 후보의 해명이 `불통`임을 증명한 꼴이 됐다. 이래서야 수도권의 젊은층과 30-40대 진보적인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래선 안된다. 박 후보는 자신에 대한 `불통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도전을 용납치 않는 자세가 불통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최측근 의원들이 에워싸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고있다는 `인의 장벽`도 깨부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진정성을 갖고, 국민들이 진실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덧붙인다면 이 시점에서 국민이 박 후보에게 바라는 것은 포용의 정치, 화합의 정치다. 그런 차원에서 새로 꾸릴 박 후보의 대선캠프에는 비박(비박근혜)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는 물론 경선에 참여했던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까지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친박에서 멀어졌으나 4ㆍ11총선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김무성 전 의원이나 친박의 핵심 정책브레인으로 활약하다 박 후보에 비판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로 멀리한 유승민 의원 등에게도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적을 아는 것`은 그 이후다. 아직 맞상대가 확정되지 않은 지금, `나부터 알고`추스린 후 상대를 기다려야 한다. 경선이 진행중인 민주통합당 후보로는 문재인 고문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여론조사상 박 후보와 지지율이 경합양상을 보이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도 조만간 대선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때 상대를 파악하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어떤 싸움에서든 자기자신을 알고, 이기는게 가장 어려운 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