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이다. 박근혜 후보 신임 대변인에 내정된 김재원 의원이 출입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막말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선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게 아버지 명예회복 때문”이라면서 박 후보의 과거사 관련 입장을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했던 것에 비유해 박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일을 사과하더라도 실제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김 의원의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보도가 되기 시작했고, 이를 본 당 관계자가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얘기를 한 게 맞느냐”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정보보고를 하냐”면서 기자들을 한 명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네가 정보보고를 했느냐”고 추궁한 뒤 기자들을 향해 “병신 같은 XX들”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당시 폭탄주를 마셔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때부터 대변인을 지낸 친박계 최측근”이라며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는 결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잠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고심에 빠졌다.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실언으로 야권의 정치적 공세에 빌미를 제공한 데다 이런 부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김병호 공보단장과 홍일표 대변인을 각각 이정현 최고위원과 김재원 의원으로 교체한 마당이다.
더구나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5ㆍ16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대선주자로서의 첫 공식 사과이며, 지난 10일 자신의 `인혁당 두 개 판결`발언 논란으로 과거사 논쟁이 전면에 부상한 지 2주일 만이다. 박 후보는 이번 기자회견을 끝으로 과거사 인식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추석 민심을 다잡는 쪽에 무게를 실을 계획이었지만 김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특히 김 의원은 대변인 자격으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말을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치부하며 기자들에게 도리어 폭언을 퍼부었다니 어이가 없다. 공당의 대변인이 당 출입기자를 만났다면 어떤 경우도 사적인 자리가 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검사출신 김 의원이 평소에 기자들을 `졸`(卒)로 보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니 박 후보가 김 의원을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것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예로 부터 글이든 말이든 간절한 마음으로 진실을 얘기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고대의 한 왕국에 적이 쳐들어왔다. 왕이나 신하들은 절망에 빠졌다.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해서 이웃나라에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 왕은 명문장가로 소문난 재상에게 원군을 요청하는 외교문서를 작성하도록 명했다. 하지만 엄청난 숫자의 침략군이었다. 누가 이럴 때 원군을 보내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재상의 붓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 재상은 나라가 풍전등화처럼 위급한 처지였으므로 온 정성을 기울여 편지를 쓰려고 했다. 한 장을 쓰고는 구겨버리고, 또 한 장을 썼다가 찢어버렸다. 그러는 동안에 해가 저물었고, 시종이 불을 켜 재상이 글을 쓰는 곳을 밝혔다. 재상의 이마에 진땀이 흘러내렸다. 주위는 한층 더 어두워졌다. 이윽고 재상의 손 주위에 그늘이 져 어둠침침했다. 재상은 자기도 모르게 시종에게 “빛을 들어라”하고 말하면서 그 말을 편지에 써넣고 있었다. “빛을 들어라!” 간절하고 진실한 이 한마디 말이 이웃나라 왕의 마음을 움직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는 가슴을 울리는 이런 말과 글로 국민을 설득할 대변인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