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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성 없는 후보들의 차별화전략

등록일 2012-10-02 20:03 게재일 2012-10-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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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신발회사에서 두 사람의 세일즈맨을 아프리카로 출장을 보냈다. 신시장개척지로서 아프리카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아프리카에 도착하자 세일즈맨들은 기가 막히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아프리카인들 모두가 신발을 신지 않고 그냥 맨발로 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곳을 답사한 두 사람은 본사로 각각 텔렉스를 보냈다. 한 사람은 이렇게 보냈다. “신발 수출 불가능. 가능성 0%. 전원 맨발임”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이랬다. “황금시장, 가능성 100%. 전원 맨발임”

위의 예화는 사물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백팔십도 다른 전망이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3파전을 벌이고 있는 후보에 대한 국민의 시각도 어떤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자신이 말했듯이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는`쿠데타를 통해 유신독재로 달려갔던 독재자의 딸이란 측면이 있는 반면 새누리당이 위기에 빠질 때 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당을 구한 중도보수성향의 여성 정치지도자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역시 친인척비리로 몸을 던져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공과를 함께 나누지 않을 수 없는 핸디캡이 있지만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중심 정치`를 표방하며, 낡은 정치세력 교체의 선봉에 선 야당지도자이기도 하다. 무소속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경우는 바야흐로 검증열풍에 휘말려 `헛부풀려진 도덕주의자`, `검증안된 아마추어 정치가`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낡은 체제를 부수고 미래 가치를 설정하기를 원하는 20-30대 유권자의 희망을 대변하는 젊은 기수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분명히 차별화돼야 할 이들 세 명의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이나 정책들이 거의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모두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복지와 일자리창출을 내세운다. 어느 쪽에 좀더 힘을 싣느냐 하는 정도일 뿐 내놓는 정책들의 큰 그림은 모두 `단일화`된 모습이다. 국민들은 당혹스럽다. 이래서야 어느 후보를 뽑아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대선캠프 인력 스카우트 열풍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박근혜 후보는 이미 진보성향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영입한 데 이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유신시대 대표적 반체제 인사로 `오적`을 썼던 시인 김지하씨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핵심 인사들을 영입한다고 한다. 과연 어떤 인사가 캠프에 합류할 지 궁금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용광로 선대위`구성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말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의원을 영입해 정치권의 화제가 됐다. `보수의 책사`로 이름높은 그는 이회창 후보를 내세운 두 번의 대선과 17대 총선에서 기획을 총괄하고, 박근혜 대표의 `천막당사`를 기획했던 인물이다. 그는 안철수 후보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지난 달 고려대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영입해 `경제민주화`란 대선 어젠다 쟁탈에 나섰다. 장 교수는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은 후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을 뿐 아니라 지난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 13시간 동안 부당내부거래를 꼬치꼬치 따져 `삼성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

이래선 안된다. 이제 대선에 나선 세 후보들은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비전과 정책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후보들과 어떻게 다르다`고 하는 차별성을 갖고 승부해야 한다고 믿는다. 영국의 비평가인 매튜 아널드는 “신념없이 다른 사람에게 신념을 줄 수 없고, 스스로 납득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수도 없다”고 했다. 세 후보는 이제 자신을 납득시킨 공약으로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시점이다. 그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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