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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大選)정국에 몰아치는 태풍

등록일 2012-09-18 20:51 게재일 2012-09-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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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제16호 태풍 `산바`가 대구·경북지역을 강타한 17일 정치판에도 태풍이라 할 만한 큰 바람이 일었다. 민주통합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고, 대선출마를 가늠해 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오는 19일 대선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다.

야권의 두 후보가 대선 무대에 함께 오르면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사인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가 태풍처럼 대선 정국을 강타할 것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방식으로는 후보간 담판에 의한 단일화방식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나 경선을 택하려면 현행 당헌 당규를 고쳐야 가능한 데, 시간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양 진영 모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다만 담판을 한다면 문재인 후보의 경우 후보를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제1야당 후보가 개인적 결단에 의해 후보직을 양보하면 당의 존재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안 원장은 현재 조직이나 챙겨야 할 사람이 없어 홀가분하기에 후보를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원장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진보성향 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단일화 방식과 관련, “후보 간에 담판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이 양보했을 경우 과연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확실히 꺾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단일화 시기는 11월25일 후보등록 직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0월 한달은 각자 열심히 활동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대선후보 등록전에 후보단일화를 이뤄야 후보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와 안 원장이 곧바로 단일화를 할 경우 안 원장을 지지하는 2030세대나 중도성향의 지지자들이 문 후보를 지지해 줄지 미지수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야권은 지난 1997년 김대중-김종필 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그리고 지난해 안철수-박원순 단일화에 이어 또 다시 `야권 단일화`란 바람으로 대선정국을 휘감으려 하고 있다.

이처럼 야권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6일 경제민주화 등 대선공약을 완성할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인선안을 발표했는 데, `국민통합형이거나 새로운 얼굴이 없다`는 비판만 받았다. 또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과 유신 등 과거사 인식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보수성향의 지식인층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무척 위태로운 징조다. 박 후보가 벌써 `박근혜 대세론`에 매몰된 것은 아닌가.

조선시대 청백리이자 명재상으로 이름난 맹사성의 일화가 생각난다. 열 아홉에 장원 급제해 스무 살에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무명 선사를 찾아 물었다. “스님! 군수인 제가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건 어렵지 않지요.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건 삼척 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고작 그 말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스님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스님은 그의 찻잔에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차를 따른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난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워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다가 그만 문틀에 이마를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힐 일이 없다. 태풍 `산바`가 휘몰아치는 날, 얼마나 많은 농민들과 어민들이 피해를 입을까 근심어린 얘기들이 오가는 회의장에서 떠나지 않는 상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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