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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不通)의 위기 부르는 `그룹싱크`

등록일 2012-09-04 20:57 게재일 2012-09-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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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통합행보가 연일 화제다. 그러나 필자는 박 후보의 통합행보의 뒤안길에 드리워진 `불통(不通)의 그림자`가 더욱 걱정스럽다.

먼저 5.16쿠데타에 대한 정의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게 얼마전인데, 이번에는 유신에 대한 역사인식 문제가 박 후보의 발목을 잡고있다. 홍사덕 전 박근혜 후보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이 “1972년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라고 말해 당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영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지난 2010년 대법관 재임 당시 `유신헌법에 따라 1974년 선포된 대통령 긴급조치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또 하나 불통의 증좌는 박 후보가 정몽준·이재오 등 비박계 인사나 유승민·김무성 등 탈박계 인사들을 포용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내 비박계인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대선승리를 위한 결의대회 성격으로 지난 달 31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에도 불참했다. 그러면서 정 전 대표는 전날 홍사덕 전 의원의 유신옹호 발언에 대해 “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고, 이 의원은 최근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에 대해 “내가 찾아가고 내가 손을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 대선 경선때 박 후보를 도왔으나 박근혜 후보에게 쓴 소리를 하곤 했다는 이유로 멀어진 유승민 의원이나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다 내쳐진 김무성 의원이 대선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속좁은 불통정치의 소산으로 보인다. 누구에게나 잘못을 잘못했다고 말할 줄 아는 소신과 뚝심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유승민 의원 같은 정치인을 옆에 둘 수 있어야 박 후보가 꼬리표 처럼 달고다니는 `불통`과 `고집`의 닉네임을 떼어낼 수 있다. 눈치나 보고 공천에 목매는 정치꾼들이 현안에 대해 입이나 벙긋할 수 있겠는가.

이래저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분위기는 `잃어버린 10년`을 자초했던 1997년 대선을 연상케한다. 당시 여당 후보였던 이회창은 측근 세력에 둘러싸여 눈가리고 귀막은 채 이미 대통령이 된 것 마냥 위세를 부리며 형세를 낙관하다 대권을 놓치고 말았다. 물론 디제이피(DJP) 연합, 이인제 출마, 외환위기의 변수도 있었지만 김대중 대통령 당선에는 이회창의 불통정치가 한몫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같은 `불통의 정치` 뒤편에는 `그룹싱크(Groupthink)`의 함정이 숨어있다고 진단한다.

그룹싱크는 저널리스트인 윌리엄 와이트가 만든 말로, 생각과 코드를 맞춰가는 집단적 사고(思考)의 동일화 과정을 가리킨다. 이게 작동하면 리더의 의견에 무조건 순응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게 되고, 반대의견을 검열하고, 리더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차단해야 하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쉽게 말해 패거리의 논리에 갇혀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게되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캠프의 속사정과 너무나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게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룹싱크의 함정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나. 간단하다. 리더가 자신의 관점을 비판하는 분위기를 장려하면 된다. `입맛에 안맞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내쳐선 안된다. 구성원들이 `찍히는`두려움 없이 직설적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개방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물어야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진짜 의견과 진실을 말한다.

새누리당이 불통의 위기를 부르는 `그룹싱크의 함정`에 빠지지말고, 소통에 힘써 국민들이 바라는 `대통합의 정치`를 이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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