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 시대로 접어들기 직전인 후한 헌제 23년, 세력 확장에 급급하던 유비는 위왕(魏王) 조조(曹操)가 아끼는 장수 하후연(夏侯淵)이 지키는 한중(漢中)을 공략하여 하후연을 죽이고 성을 빼앗은 다음, 스스로 한중왕(漢中王)이 되었다.
조조는 “귀 큰 애송이놈이 무엄하구나!”라고 노발대발하며 즉시 대군을 이끌고 유비 토벌에 나섰다. 그러나, 유비의 촉군은 험악한 지형을 십분 이용하여 위군의 진격을 틀어막는 한편, 날쌘 유격군을 보내어 적의 보급을 차단해버렸다. 이렇게 되자 위군은 배를 곯아야 했고, 배를 곯고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것 참 진퇴양난의 낭패로다!`
조조는 골치가 아팠다. 한중성 하나쯤 잃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섣불리 달려 나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조조 앞에 닭갈비 국이 나왔다. 속은 출출한데 저녁 음식이라고 나온 것이 뜯을 것도 없는 닭갈비였으므로, 조조는 혼자 쓴웃음을 지으며 젓가락으로 깨작거리고 있었다. 이때, 죽은 하후연의 형인 하후돈이 들어와서 그 날 밤 암호를 무엇으로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계륵`으로 하게.”조조는 무심결에 그렇게 말했는데, 이것이 엉뚱한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행군주부 벼슬에 있던 양수(楊修)는 암호를 전달받자마자 직속 부하들에게 짐을 꾸리라고 했다. 이상하게 여긴 주위의 장수들이 까닭을 묻자, 양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닭갈비는 먹자니 먹을 게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지요. 주군께서 암호로 계륵을 말씀하신 것은 한중에 대한 그런 심중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니, 곧 회군 명령을 내리실 게 아니겠소? 그래서 미리 짐을 꾸려 두려는 것이오.”
장수들은 양수의 판단력에 감탄하며, 저마다 자기 부대에 돌아가 철수에 대비한 짐을 꾸리도록 부하들에게 명했다. 평소 양수의 명석한 두뇌와 재치를 사랑하면서도 한편 시샘을 느끼던 조조는 양수가 자기 심중을 귀신처럼 꿰뚫자, 불같이 노했다. “이놈이 군심을 어지럽혀도 분수가 있지!”라고, 버럭 소리친 후 좌우에 명하여 양수를 끌어다 단칼에 목을 치게 했다. 그런 다음날 아침, 조조는 태연히 철군 명령을 내렸다.
오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에게 박지원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문제가 바로 `계륵`이 됐다.
검찰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새누리당이 다음달 3일 본회의에 상정해 가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표적수사, 야당탄압이라며 체포동의안 상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경우 가결이 됐든, 부결이 됐든 당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대선을 5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원내 전략을 진두지휘해야 할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공석이 되는 상황이 벌어져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검찰조사에서 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야당 대선후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부결이 된다해도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사례에서 보듯 민심의 거센 역풍에 휘말려 대선가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적지않다.
박지원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에 임하는 새누리당의 입장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박지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여당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박 전 위원장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해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 상승으로 작용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다. 가결도, 부결도 마뜩치 않다.
민주통합당내 최대 저격수이자 당내 핵심실세로서 위세당당했던 박지원 원내대표는 왜 저러고 있을까. `도둑이 제발 저린`상황이어서인가. 박 원내대표 자신이 결백하다면 당당히 검찰에 나아가 무죄를 밝히면 될 일이다. 야당의 불체포특권의 방패 뒤에 숨도록 묵과하기에는 박 원내대표의 태도가 너무도 석연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