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사상 9번의 도전, 64년만에 첫 동메달을 따낸 주역인 홍명보 감독의 `형님 리더십``신뢰 리더십`이 화제다.
일본과의 열전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한국시간), 한국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갑자기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홍 감독은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얘기로 말을 꺼냈다. “재범이 이야기 알죠? `죽기 살기`로 했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은메달을 땄고, 이번엔 `죽기로`해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죽기로 뜁시다.” 홍 감독이 형님같은 따스함을 앞세워 “죽기로 하자”고 하자 마음이 뭉클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날 죽기로 하자는 홍 감독의 진심이 가슴을 울렸다는 골키퍼 정성룡은 “아직 다친 어깨가 성치 않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필드에 나섰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죽기로 뛰었다”고 했다.
영국과의 8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공격수 지동원(선덜랜드)은 8강전 기용을 두고두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지동원은 “홍 감독이 영국에서 1년 동안 마음의 상처가 컸을 터이니 나가서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정말로 내 마음대로 했다”고 털어놨다. 홍 감독의 가슴을 울리는 신뢰 리더십이 그대로 먹혀든 것이다.
홍 감독의 리더십이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은 바로 박주영에 대한 배려에서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박주영(아스널)은 대회전만 하더라도 골칫거리였다. 병역 회피 논란에 한 달간 잠적하며 속을 썩였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홍 감독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 동석해 “박주영이 군대를 안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로 발탁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동생들의 정신적 지주로 팀을 보듬었던 박주영을 끝까지 믿고 발탁한 것이다. 또 박주영이 예선전 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로 의기소침해 있자 홍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박주영을 믿는다”는 말로 힘을 실어주었다. 결국 박주영은 조별리그 스위스전 선제골과 동메달을 결정 짓는 환상적인 골로 믿음에 보답했다.
믿었던 박주영이 한일전에서 첫 골을 뽑아내자 홍 감독은 벤치에서 뛰어나와 자신이 골을 넣은 듯 기뻐하며 점프 세리머니를 해댔다. 박주영 역시 후반 41분 김현성과 교체된 후 그라운드 가장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홍 감독의 품에 안겼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이름을 따서 `피그말리온 효과`라 한다. 1968년 하버드대 심리학교수인 로버트 로젠탈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아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IQ가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했다. 8개월 후 학생들의 성적을 조사한 결과 교사들에게 IQ점수가 높다고 알려준 학생들이 큰 점수의 향상을 보였다. 교사들은 IQ점수가 높은 학생에게 더 자주 미소짓고, 더 많은 시선을 주었으며, 이 학생들의 응답에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따라서 기대를 받는 학생들도 성적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사의 기대가 학생의 IQ점수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했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갖는 생각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변화시키는 데에도 놀라우리만큼 큰 영향력이 있다는 게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다.
런던올림픽 열전 17일 가운데 한국민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경기는 바로 한·일 축구전이었다. 그 역사적인 경기에서 독도영유권 분쟁으로 불편한 이웃인 일본을 완파해 우리 국민들의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식혀준 주역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그는 `신뢰리더십`을 통해 최상의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끌어 낸 훌륭한 지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