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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수라 vs 내부자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과거 개봉한 영화 두 편이 화제다. 바로 영화 ‘아수라’와 ‘내부자들’이다.두 영화는 모두 국산영화로 정치권력의 부패를 다룬 영화인데, 묘하게도 현재 여야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듯한 설정이어서 공교롭다고 해야할 지, 선견지명이 있다고 해야할 지….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최근 SNS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특혜 의혹’을 거론하면서 “이름하여 ‘대장동 개발사업’ 아주 이상하기 짝이 없는 ‘아수라’의 악취가 풍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영화 ‘아수라’를 빗대어 이재명 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아수라’는 2016년 개봉한 영화다.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부패한 박성배(황정민)와 시장의 비리를 캐내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 그 사이에 낀 형사 한도경(정우성)의 물고 물리는 정치범죄 스릴러물이다. 영화에서는 안남시의 부동산 개발사업과 이를 통해 시장 박성배가 각종 이권을 챙기고 범죄를 서슴지 않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 배경이 된 안남시라는 도시명부터 이재명 후보가 시장으로 재직했던 성남시를 연상시키는 데다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를 겨냥한 듯한 영화 줄거리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경선단계부터 시작해 ‘아수라’ 영화를 적극 소환해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양상이다.민주당에서는 영화 ‘내부자들’을 공격소재로 소환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 영화에 나오는 부패 정치인 장필우와 겹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을 향해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선 후보 장필우처럼 ‘X라 고독하구만’ 대사를 반복하며 소주 드실 날이 머지않았다”라고 했다.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은 2015년 개봉했다.기 의원이 언급한 장필우는 부패 정치인으로 재계, 언론과 결탁해 대권을 넘보는 인물로, 과거 조폭과의 전쟁에서 이름을 날린 검사 출신이기도 하다. 장필우는 결국 각종 비리가 드러나 파멸의 길을 걷는 데, 영화 말미에 쓸쓸하게 소주를 마시며 “X라 고독하구만”이란 대사를 내뱉는다.정치 권력의 부패를 다룬 두 영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크게 주목받는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그동안 정치권의 부패와 해악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적지않았지만 유달리 두 영화는 영화배경이나 인물설정이 현 여야 후보와 닮은 꼴이라 공교롭다.이런 영화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마 정치에 대한 환멸이나 염증,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제작자의 의도야 정치권력의 부패를 정면비판하고, 이런 정치인들을 정치판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이었으리라. 하지만 두 영화가 그린 인물이 무작정 비현실적이란 단정을 내리기도 어려웠다.그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이,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영화를 불러들이니 그게 서글플 따름이다.

2021-11-18

승자의 저주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경제용어에 ‘승자의 저주’란 말이 있다.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른 것이 본질적인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켜 정작 시장에서는 승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경쟁에서 이긴 승자에게 무슨 저주가 생긴다는 말일까. 가격을 헤아리기 힘든 고가품을 놓고 경매를 벌인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점점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원래 생각했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불러 결국 물건을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물건의 가치가 당신이 지불한 금액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나면, 당신은 경쟁에서 이기고도 손해를 보게된다. 이것이 승자의 저주다.보통 사람들에게도 이런 경우가 있다. 아슬아슬하게 과학고나 외국어고 같은 특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자. 이것이 나중에 대학 진학하는 데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비해 현저히 높은 아이들의 성적 수준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내신을 획득하지 못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정치권에서도 승자의 저주는 자주 나타난다.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되면 당 차원에서는 다수당이 되기 위해 국민들이 원하는 공약들을 무차별적으로 내놓는다. 결국 그 선거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너무 무리한 공약들을 내놨을 경우 이행할 수 없게 돼 국민의 미움을 사게 되고, 그 다음 선거에서 표심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투표도 마찬가지였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탄핵을 주도했던 국회의원들은 이겼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승자의 저주가 찾아왔다. 국회 의석수만을 믿고 힘을 과시했지만, 결국 민심을 거스르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민심은 등을 돌렸고, 탄핵 주도 세력들은 2004년 18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이 아닌 힘의 우위를 앞세운 밀어붙이기 전략은 결국 승자의 저주를 불렀다.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후보 역시 선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승자의 저주’에 맞닥뜨린 모양새다. 윤 후보는 민심에서 10% 남짓 홍준표 후보에게 뒤졌지만 당심에서 크게 앞서 어렵사리 후보가 됐다. 그가 경선 승리를 위해 치러야 했던 비용은 얼마나 될까. 이번 경선에서 보수세력이 정권교체를 위해 반문재인 정서를 묶어내는 구심점으로 선택한 인물이 윤석열이라는 건 최종 확인됐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보수 혁신’의 분위기가 사라졌고, 2030세대가 바라는 공정과 정의 등 정치 전반에 대한 개혁 의지가 퇴색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특히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공정과 정의를 지지하는 2030세대로부터 윤 후보가 지지를 받지못한 것은 윤 후보가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지상최대 과제다. 윤 후보가 ‘승자의 저주’를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나갈 지가 향후 대선승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듯 싶다.

2021-11-11

정권교체론의 착시현상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결과가 5일 오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정권교체론의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보통 정권교체론은 집권여당이 아닌 야당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교체론이 높으면 당연히 야당이 대선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이런 평면적인 분석은 착시를 일으키곤 한다. 올해 들어 여야 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뤄진 수많은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정권교체론이 정권재창출론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대략 10%p 이상 정권교체 지수가 정권유지 지수보다 높았다. 국민의힘은 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 승부가 여야 진영대결로 번져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확연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이재명 후보가 야당 후보들과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서거나 근소한 차이로 경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모두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특히 정권교체를 원하면서도 민주당 정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층이나 진보층의 약 10~20%가 정권교체를 희망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정권교체론이 착시를 일으키게 하는 대목이다. 여당인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을 하는 건 어떤 경우일까. 이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엔 반대하지만 민주당 정권을 지지하는 심리가 조사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 지수가 줄곧 10% 이상 높은데도 정당 지지도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근소하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한다.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치른 대선에서도 정권교체론에 대한 착시현상이 심했다. 여당의 박근혜 후보와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맞붙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11월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보다 20%p 가까이 높았다. 하지만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박근혜가 문재인을 앞섰다. 집권층을 지지하는 보수층 응답자의 20% 가량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 문재인 캠프는 정권교체 지수가 높다는 데 근거해 야당이 승리할 것이란 낙관 속에 선거전략을 짰다. ‘이명박근혜’프레임으로 ‘박근혜 집권은 이명박 정권 시즌2’가 된다며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여당 내 야당’으로 차별화했다. 대선에 앞선 총선에서 친이계에 대한 ‘공천학살’을 벌였다. “박근혜 당선이 곧 정권교체”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박근혜가 승리하면서 ‘여당 내 정권교체’가 실현됐다. 세월이 흘러 상전벽해가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비주류·비문의 정치 역정으로 벌써부터 ‘이재명 정부 창출’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권교체론이 높다며 방심했다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선은 말 그대로 건곤일척 승부다. 하늘과 땅을 걸고 벌이는 한판 승부의 결말이 참으로 궁금하다.

2021-11-04

함께 가면 멀리 간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 넓은 대륙에서 빨리 가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나. 멀리 가려면 함께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일게다.요즘 국민의힘 윤석열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 벌어지는 대선 경선판 선두다툼은 ‘함께 가자’는 윤석열 전 총장과 ‘혼자라도 빨리’ 가려는 홍준표 후보의 싸움으로 읽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는 전·현직 의원과 당협위원장 영입에 힘쓰면서 당심에서 우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에 맞선 홍준표 의원 측은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발언 파문 등 연이은 실수에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또 윤 캠프에 합류하는 의원들을 “한 물간 정치인” “구태 정치인”, 심지어 “파리떼”라는 표현까지 들며 맹비난하고 있다. 당심에서 크게 열세인 홍 의원 입장에서는 전·현직 의원들의 윤 캠프행을 폄하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당심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데는 홍 의원 자신의 ‘정치적 부덕’이 바탕에 깔려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에 대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남의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평가한다. 그렇다해도 홍 의원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하는 의원들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것은 사실 ‘내부총질’이요, 해당행위에 가깝다. 정당정치란 게 뜻이 같고 목표가 같은 사람들끼리 정당을 만들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쟁취하고, 그 뜻을 펼치는 것 아닌가. 만약 홍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파리떼’의원들을 모두 내치고, 자신과 함께 한 정치인들과만 대선캠프를 꾸릴 것인가. 그래서야 여야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대선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미우나고우나 모두가 원팀으로 캠프를 꾸려 정권교체에 나서야 할 사람들이다. 마치 다시 안보겠다는 듯 막말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정치란 게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도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생각이 달라도 나와 그가 생각이 다를 뿐이지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들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고 해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현재 윤 전 총장 캠프에는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현역의원 30여명이 합류했으나, 홍 의원 캠프에는 조경태, 하영제 의원 둘 뿐이다. TV토론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7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합동 TV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두 번의 당대표, 두 번의 지사, 5선 의원 등 눈부신 경력에도 불구하고 홍 후보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한다. 저는 정치 초심자인데 많은 분들이 (제 캠프에) 온다. 왜 홍 후보 캠프에는 동료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적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나는 26년 동안 단 한번도 계파의 졸개가 돼 본적이 없다”며 자신의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은 계파정치를 배격했기 때문이라고 비껴갔다. 누구든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2021-10-28

이재명 vs 윤석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주자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한 사람은 능수능란한 언변과 순발력으로, 또 한 사람은 ‘1일 1실언’으로 곤욕을 치르는 후보다. 바로 여당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얘기다.여당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번 주초 현직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대장동 개발특혜의혹과 관련,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아냈다. 이 지사는 특유의 달변으로 정면돌파를 시도, 일정부분 성공한 듯 보인다. 확신에 찬 말투와 안색으로 대장동 개발은 단군이래 공공이익을 최대로 공익환수한 모범사업이라는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청산유수처럼 매끄러운 말솜씨에 여유로운 얼굴 표정으로 야당 의원들을 농락했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하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당한 유동규가 측근 중의 측근임이 확연한데도 측근이 아니라고 잡아뗐다. 새로 제기된 조폭과의 연루설에 대해선 첨부한 돈 사진이 다른 데서 쓰였던 사진이니, 모두 헛소리라 치부했다. 푼돈으로 급조한 법인에 수천억원의 초과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진 계약서를 결재하고도 “환수논의가 있었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가 “초과이익 조항을 추가하자는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자신이 설계했다고 해놓고, 유동규가 구속되자 개인의 범행으로 몰고 관리책임을 인정하는 선에서 덮으려한다. 이미 과거 형수에게 쌍욕을 한 것은 욕 할만하니 했다고 넘어갔고, 여배우와의 염문설도 터무니없다고 잘랐다. 그의 화법은 나치시대 선동가인 요제프 괴벨스를 연상시킨다. 괴벨스는 “선동은 문장 한둘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이에 반해 국민의힘 대권주자 가운데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올해 정치판에 뛰어든 정치초년병이다. 토론회나 기자회견에서 말하는 걸 보면 아마추어티가 역력하다. 카메라만 보면 긴장돼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습관 하나 고치려 해도 잘 안된다. 잇따른 설화사건도 그렇다. 정치권 언어에 익숙하지 못한데다 비유를 들어 생각을 설명하려다 꼬투리 잡히는 일이 너무 잦다. 정치판에서는 앞뒤말 자르면 오해하기 쉬운 말들은 경쟁자들에게 공격의 빌미가 되지만 그걸 체득하고 실천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너무 짧았다. 억울하다 싶은 사안을 해명할 때 얼굴색이 붉게 달아오르고, 어떻게 대답해도 곤란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질문에도 굳이 대답하려 애쓴다. 구렁이 담넘듯 동문서답 하는 일이 없다. 너무 다른 두 후보를 견줘본다. 말을 잘하는 게 좋지만 자신의 허물을 가리는 데 쓰이니 오히려 감점이다. 귀는 움직이나 마음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니 필자는 달변보다, 서툴게 더듬거리는 눌변(訥辯)에 더 마음이 가는 셈이다. 진솔한 마음에서 우러난 말이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건곤일척의 선거에서 이기려면 표심을 얻어야 한다. 과연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얻을 지 두고볼 일이다.

2021-10-21

깐부 동맹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전세계적인 히트작인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 게임’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로, 딱지나 구슬을 공동관리하는 한 팀을 ‘깐부’라고 불렀다. 영화에서 1호 오일남(오영수 분) 할아버지는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에게 같은 편을 뜻하는 깐부를 맺자고 제안해 ‘깐부 할아버지’라고 불린다. 오징어게임에서 큰 화제가 된 ‘깐부’가 한창 달아오른 제1야당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소환돼 화제다.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출되자 2차 컷오프에서 뽑힌 4명의 후보가 각각 깐부를 맺으며 합종연횡, 승부가 예측불허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지난 13일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4명의 두 번째 TV 토론에서 이같은 후보 간 이합집산 양상이 드러났다. ‘2강’인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맞서고, 홍 후보는 유승민 후보 편을, 윤 후보는 원희룡 후보 편을 드는 그림이 연출됐다.우선 양강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서로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제주 개발 공약과 관련, “제주가 안 그래도 난개발 때문에 환경이 죽을 판”이라며 “환경 파괴에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느냐”라고 비판했고, 홍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면 도로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발끈했다. 홍 의원은 이어 윤 전 총장에게 “제주 제2공항 어떻게 추진하려고 하나. 천공 스님이 제주공항은 확장안이 좋다고 그리 말씀했다”며 윤 전 총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을 거론하며 반격을 가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윤 전 총장을 공격했다.반면에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서로의 생각에 동의했다. 홍 후보가 유 후보에게 자신의 노인복지청 신설 공약에 대한 생각을 묻자 유 후보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유 후보가 홍 후보에게 공매도 전면 폐지 공약에 대한 생각을 묻자 “유 후보가 보완책을 제시해주시면 제가 공부를 더 하겠다”고 아예 몸을 낮췄다.윤 후보와 원 후보 역시 깐부를 맺은듯 서로 우호적인 문답을 주고받았다. 윤 후보는 원 후보에게 “제주지사할 때 난개발도 잘 막고 공기업 채용도 100% 공채로 하고 업적 많이 남긴 것으로 안다”면서 원 후보가 자신의 치적을 알릴 기회를 주었다. 이쯤되면 2대2 토론 양상으로 비쳤지만 유 후보는 한사코 홍 후보와 깐부임을 부인했다. 여론조사상 선두주자인 윤 후보와 홍 후보는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지만 당심에서는 홍 후보가 다소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일까.노자는 “죄는 욕심이 많은 것보다 큰 죄가 없고, 화는 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큰 화가 없으며, 허물은 얻기를 원하는 것 보다 더 흉한 것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란 정치권력의 향방을 놓고 다투는 경선국면에서 욕심이나 족함을 아는 게 가능할리 만무하다. 어떻든 야당 대선경선에서 깐부 동맹이 아름답게 결말지어져 여야간 대권 경쟁이 국민의 뜻아래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2021-10-14

공짜는 없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어느 왕이 현인들을 모아놓고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는 성공의 비결과 교훈이 될 만한 글을 지어오라고 명령했다. 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해 성공의 비결을 총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지만 왕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먹고 살아가는 데 바쁜 백성들이 이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어보겠는가?”그리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줄여오라고 다시 명령했고, 며칠 지나지않아 학자들은 12권의 책을 단 1권으로 줄였다. 하지만 왕은 “너무 길다”며 손사래 쳤고, 결국 학자들은 종이 한 장에 중요한 문장만 넣어서 가져왔다. 그래도 왕은 고개를 저으며 못마땅해했고, 결국 한 지혜로운 현인이 단 하나의 문장을 뽑아 왕에게 바쳤다. 이를 본 왕은 그제야 흡족해하며 백성들에게 공표했다.‘세상에 공짜는 없다.’사람에게 교훈이 되는 많고 많은 격언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라. 모두 이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최근 국내에 개봉된 영화 ‘아수라’가 화제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으로 대변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사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는 검찰과 경찰, 정치권력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부패하기 시작하면 어떤 지옥도로 펼쳐지게 되는 지를 잘 보여줬다.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돈 되는 건 뭐든지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은 자신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사이에서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며, 살아남으려 몸부림친다. 하지만 자신을 에워싼 올가미를 끝내 벗어던지지 못한 채 서로 물어뜯고 마는 지옥도를 연출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검찰과 경찰의 인권을 무시한 수사관행, 언터처블한 정치권력의 무서움 등을 실감나게 묘사했다.이 영화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오버랩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영화 무대가 ‘성남시’와 비슷한 가상의 ‘안남시’였으니 더욱 그랬다. 대장동 비리의혹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는 “단1원이라도 돈을 먹은 게 있으면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지만 정작 특검은 반대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비리에 연루돼 도리어 ‘국민의힘 게이트’로 역공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석열 후보 역시 대장동 개발의혹에 대한 범죄정보를 보고받지 못했는 지를 추궁받는 가 하면 부친이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 누나에게 집을 파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대선판이다. 어쨌든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개발 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돌아가게 만든 당사자나 부정한 돈을 함부로 먹은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게 세상의 순리고, 공정·공평·평등한 처사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2021-09-30

화천대유 vs 고발사주 의혹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이번 추석 명절 동안 국민들의 밥상머리에 오른 정치얘기의 화두는 단연 화천대유와 고발사주 의혹이었다.공교롭게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야당의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나란히 의혹의 최전선에 놓였다. 아마 두 사람은 이번 의혹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여야 대선후보가 결정될 것이 분명해보인다.우선 민주당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러 화천대유란 암초가 돌발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이 지사가 과반수 득표로 결승없이 여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이 대장동 개발의혹이 터지면서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쪽으로 표심이 많이 쏠리는 바람에 결승까지 가야만 승부를 판가름할 수 있게될 듯 싶다.국민의힘도 여당 선두주자인 이 지사에게 연일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배현진 최고위원과 조수진 최고위원은 번갈아 “한가위 추석에 조롱 섞인 농담들이 참 많이 나돌았다”면서 “‘화천대유’하면, ‘천화동인하세요’로 화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인 김부겸 국무총리도, 주요 대권 주자인 이낙연 후보도 ‘일반적이지 않은 케이스’, ‘비상식적인 케이스’라고 규정해 이번 화천대유 사건 의혹이 눈덩이처럼 연일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의 집에 불이 났으니 부채질해 불을 크게 키우고 싶은 심사를 이해못할 바 아니다. 결국 이 지사는 TV토론회에서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면 후보직과 공직을 사퇴하고 그만두겠다”고 선언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특검과 국정조사를 거부한다면 이 지사에게 숨겨야 할 커다란 비리 의혹이 있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며 특검 수사와 국정감사를 촉구했다. “100% 수사에 동의한다”던 이 지사 측은 특검과 국감에는 반대하고 있어 과연 이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 지 지켜볼 일이다. 특히 주역의 궤에 따라 지었다는 ‘화천대유’, ‘천화동인’의 뜻이 하늘의 도움을 받아 뜻을 이룬다는 말이라니 왠지 대권을 겨냥한 작명이라는 심증이 드는 게 나만은 아닐 듯 싶다.야당인 국민의힘 경선은 아예 혼돈상태다.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2위를 달리던 홍준표 의원이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일부 여론조사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을 앞질렀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연령별 지지율 분석에서 20대 젊은층에서 홍준표 의원이 앞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보수정당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가 경선 승부를 뒤집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미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대다수가 윤 전 캠프 쪽에 합류해 대세가 기울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상태에서 승부는 예측불허다.옛말에 ‘임금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현대판 임금님인 대통령 역시 하늘이 내린다고 할만큼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과연 하늘이 누구를 대통령으로 점지할 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요즘이다.

2021-09-23

승리의 비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최근 인기를 끄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골프는 흔히 멘탈게임이라고 한다. 마음과 육체가 혼연일체가 돼야 승리할 수 있는 경기라는 점에서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큰 상금이 걸린 메이저 골프대회가 끝난 뒤 실시간 중계방송을 하던 앵커가 그날의 승자에게 묻는다. “오늘의 승리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마음을 비우고 제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경기가 저절로 풀리더군요.” 그렇다. 최후의 승자를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는 항상 비슷한 내용의 인터뷰가 반복되는 데자뷰현상을 보게 된다. 무슨 경기든 승부에 연연하는 순간 힘이 들어가게 되고, 그 순간 스윙템포가 무너져 게임을 망치게 되는 게 골프다. 최후의 순간에도 자신의 평정심을 잃지않고, 자신의 골프를 하는 사람이 승리를 한다. 그게 승리의 비결이다.하늘과 땅을 걸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두를 달리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홍준표 의원과 선두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고발사주 의혹에 휘말렸다.‘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요지는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처, 장모 비리를 고발하고 언론에 알린다는 이유로 범여권 정치인인 최강욱,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황희석 당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후보 등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고발장은 손준성 검사에게 사주해서 그 서류를 당시 미래통합당 송파 갑 국회의원 후보이던 김웅 의원에게, 김 의원은 정점식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손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한 적도, 전달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고, 김 의원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사건을 제보한 조성은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난 데에 초점을 맞춰 박 원장이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하도록 한 몸통이 아니냐는 역공에 나섰고,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난 자리에 홍준표 캠프 인사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홍준표 의원 측과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윤 캠프의 좌충우돌 역공이 왠지 평정심을 잃은 듯 보인다.여당의 경선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경선 막바지에 대장동 개발의혹에 휩싸여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선 후인 2015년부터 공영개발로 추진했던 성남시 대장동 일대 92만여 m²녹지 개발 사업에 신생 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참여해 3년간 수백억 원대의 배당금을 받아갔다는 의혹이 핵심이다.당시 개발사업 시행 컨소시엄으로 선정된 ‘성남의뜰’에 공모 절차 불과 일주일 전 출자금 5천만 원으로 설립된 화천대유가 보통주 지분 14.28%를 가진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이 의혹을 키웠다. 이 지사는 “민간 개발 특혜사업을 막고 5천500여억 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더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승부는 지금부터다.

2021-09-16

필사즉생의 선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얼마 전 영남지역 일간지 서울취재본부장 몇명이 만난 자리에서 여야 대선 경선과 대선 향방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대체적인 결론은 여당 대선 경선은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간 승부가 이 지사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분위기이고,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간 승부가 남았는 데, 홍 의원의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것인지 눈여겨볼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다만 의견이 갈린 대목은 야당 후보로 윤 전 총장이 됐을 경우 대선 본선 승부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였다.일부는 윤 전 총장은 개인적인 약점이 많은데다 평생 검사로서 살아온 이력이 전부여서 국가발전에 대한 비전이나 경륜을 펼쳐보일 게 별로 없어 이재명 후보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에 코로나 팬데믹에 제대로 대처못해 중·소상공인들을 먹고 살기 힘들게 만들고, 부동산값 폭등으로 집없는 서민들을 더 서럽게 만든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정권교체론에 공감하고 있어 검찰개혁의 파고에 맞서 홀로 버텨온 윤 전 총장의 뚝심과 결기, 카리스마라면 여당후보와 당당히 겨룰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아직 오지않은 미래의 정답을 누가 알 것인가. 그날의 토론은 그저 정치부 기자들의 ‘막말 대잔치’로 자리가 파하고 말았지만 입맛은 썼다.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이나 코로나 백신정책에서 실패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은 차치하고, 일자리정책이나 소주성 경제성장정책 등 정책실패가 적지않은 데도 야당인 국민의힘이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휘어잡지 못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저 자리싸움에 연연하고, 내것 챙기기에 바쁜 보수야당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바람에 상당수 국민들이 실망한 탓일 수 있다.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세불리를 절감한 이 전 대표가 최후의 충격요법으로 내세운 카드로, 대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은 필사즉생의 결의로 읽히니 반전의 계기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선언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지사직 사퇴선언과 맞물린다. 원 전 지사의 결연한 행보가 제대로 평가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대선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국민의힘 대선후보 중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가 심상치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홍 의원이 처음으로 윤 전 총장 지지율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고도 한다. ‘무야홍’(무조건 야당후보는 홍준표)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 선거는 한마디로 하늘과 땅에 운명을 맡기고 겨루는 건곤일척의 승부일 수 밖에 없다. 이쯤되면 홍 의원도 정권교체에 온몸 던져 헌신하겠다는 결의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게 옳다.노자는 도덕경에서 “무릇 채우려면 먼저 비워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의 결단을 지켜보자.

2021-09-09

정치판의 역선택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역선택(adverse selection)은 시장에서 거래를 할 때 경제주체 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쪽이 불리한 선택을 하게 돼 경제적 비효율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경제적인 분야에서 일어난다.예를 들어 중고차 구매자들이 중고차의 평균적인 품질 수준만 알고 있을 뿐 개별 차량의 품질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가정한다. 반면, 중고차 판매자들은 개별 차량에 대한 품질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구매자들은 하자가 있는 중고차를 높은 가격에 구매하게 될 것을 우려해 평균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반대로 상태가 좋은 중고차를 보유한 판매자들은 평균보다 높은 가격에 중고차를 판매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고품질의 중고차들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품질이 떨어지는 중고차들만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제적 비효율이 발생한다. 보험회사도 마찬가지다. 보험회사가 개인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정보를 얻는 데 큰 비용이 든다고 하자. 이 때 보험회사는 일률적인 평균보험료율로 계약을 맺으려 한다. 그러나 위험도가 낮은 보험가입자는 보험회사에 자신을 사고율이 낮은 주체로 대우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보험회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결국 사고율이 낮은 ‘양질’의 보험가입자는 시장으로부터 제외되고, 사고율이 높은 ‘불량’한 보험가입자만 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이 이루어진다. 정보 비대칭 때문에 일어나는 역선택은 세상 어디에서나 쉽게 목격할 수 있다.현재 대선 정치판에서 회자되는 역선택 논란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에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를 포함시킬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벌어진 논란이다.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은 여론조사로 경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홍준표·유승민 등 나머지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교차투표 의지를 무시한다”며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어느 쪽 주장이 맞고, 어느 쪽이 틀릴까.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민들은 자신의 여론조사상 이해득실에 따라 경선룰에 대해 찬반논란을 펼치는 행태가 마뜩잖을 뿐이다. 어떻든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대선 경선룰을 수정할 권한이 있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역선택 방지조항을 채택하든 아니든, 또는 중재안을 채택해 시행하면 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각 후보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무너져가는 나라 경제를 살리고, 집없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줄, ‘사이다’같이 속시원한 정책·공약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다시 심어주는 일이다.삼성그룹이 지난 2012년부터 국내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중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드림클래스’라고 명명한 이유도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꿈’이 소중하기 때문일게다. 과연 누가 우리 국민들이 꿈꾸는 나라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내년 3월 대선에서의 선택이 역선택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21-09-02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낙동강 녹조가 심각하다는 환경단체의 고발이 있었다. 독성물질 검출량이 미국 레저활동 허용기준의 수 백배를 넘는 수준이었다니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토록 심각하게 유해 녹조류로 오염된 물을 대구·경북 시도민이 먹고, 마시고 있다며, 분기탱천한 사람도 많았다.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환경단체 관계자는 낙동강유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평범한 농부였지만 농업용수로 쓰는 강물에 녹조가 너무 심하다 싶어 직접 강물 채수에 나섰다고 한다. 낙동강은 ‘녹조라떼’로 뒤덮였다고 할 만큼 심각했다는 게 그의 증언이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아직도 이 물을 사람이 먹는 음용수나 농업용수로 써도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환경부가 이처럼 주장하는 데는 채수방법 차이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강물의 중앙에서 표층과 중간층, 그리고 아래층 물을 떠서 혼합해 녹조류 수치를 잰다는 것이다. 강 가장자리 표층에는 녹조류가 라떼 거품처럼 뻑뻑한 젤 상태가 돼 있어도 강물이 흐르는 중간에서 채수를 해 검사하니 별 다른 이상이 없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채수 지점도 문제다. 환경부의 채수 지점은 상수원 취수구와 상당히 떨어진 지점이라는 얘기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낙동강 녹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낙동강 보를 전면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동강 녹조가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20조가 넘는 혈세를 들여 설치한 보를 녹조가 기승을 부린다고 해서 전면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보수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정치적 의도가 일부 포함된 주장이기 때문이다.낙동강 보는 설치할 당시 적지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 홍수피해를 막고, 수변공간을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농업·공업용수로 쓰기 위해 만든 게 아닌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4차례나 감사를 벌여 절차나 예산낭비 등 문제가 지적됐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실시한 감사원 감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보잘것 없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큰 비가 오지 않아 홍수방지 효과를 편익으로 측정할 수 없었기에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더구나 녹조는 낙동강에만 생기는 게 아니다. 4대강 사업으로 정비한 전국의 저수지와 호수에서도 빈발하고 있다. 녹조 범벅이 된 우리 강과 저수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마땅히 국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과제다.이와 관련, 경북도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들과 함께 지난 2018년부터 86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낙동강 녹조제어 통합 플랫폼’ 개발에 나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효과적으로 녹조를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경북도가 온 나라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녹조 문제 해결에 대한 단초라도 제시하는 성과를 내주길 기대해본다.

2021-08-26

위드 코로나로 가는 지름길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등으로 인한 영세·자영업자들의 고난이 1년여 넘게 이어지고 있다.이제는 코로나 방역대책이 이대로 좋은가 근본적인 검토를 할 때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K방역을 통해 유행 통제에 성공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 검사 수를 크게 늘려서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고, 물 샐 틈 없이 역학조사하고,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서 확진자를 모두 격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이후 2차, 3차 유행이 지나갔고, 4차 유행까지 왔다. 그동안 코로나19 유행의 성격과 규모는 1년6개월 전과 차원이 달라졌다. 그러면 상황에 맞게 대응 방식을 고민하고 전략을 짜야 하는데, 정부는 아직도 기존 방식의 방역대책을 재고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이제 코로나와 함께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대책을 논해야 할 때다. 우선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는 가운데 과연 집단면역이 달성 가능할까.현재 대세를 이루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감염재생산지수(R0)가 최소 5 이상이다. 현 정부가 집단면역 달성수준을 백신접종률 60~70%로 잡은 것은 코로나19 R0 값 2.5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R0가 5이면 백신접종률이 80%로 올라가야 집단면역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최근 10부제로 예약한 18∼49세 연령층의 백신접종 예약률이 60.3% 수준에 불과하다. 추가 예약을 받아도 접종률 70%를 넘기기 어렵다. 과연 집단면역이 달성 가능할까.더구나 바이러스 역시 생명체여서 계속 변이종이 나타난다. 지난 연말에 인도에서 델타변이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남의 집 불구경하듯 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델타변이가 국내 우세종이 됐다. 지난해 10월 페루에서 처음 확인된 람다변이 바이러스가 이달 들어 일본에 이어 필리핀에서도 검출돼 새로운 우세종으로 번질 기세다. 람다 변이도 델타 변이처럼 백신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위협적이다.영국의 경우 델타변이 때문에 6월에 확진자 5만명 정점을 찍고 내려와 지난 7월 19일에 ‘자유의 날’을 선언하면서 방역을 다 풀었다. 유행세가 다시 심해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확진자가 급증하지는 않고 있다. 높은 백신접종률과 자연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한 인구가 합쳐져 일종의 집단면역 상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영국의 확진자는 2만~3만명에 이른다. 한국으로 환산하면 일일 확진자 1만5천명 수준이다. 우리가 집단면역을 이뤄도 방역을 풀면 매일 이 정도 확진자가 생긴다는 얘기다. 집단면역을 완성하지 못해도 백신은 매우 중요하다. 확진자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걸 막는 ‘중증 예방 효과’가 높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쯤되면 정부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이기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백신 물량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중증환자를 돌볼 의료자원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게 K방역을 위드 코로나로 바꿔나가는 지름길이다.

2021-08-19

이기는 편이 이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내년 3월 대선 승부를 점치는 이들의 예측이 각양각색이다. 여야 모두 대권후보가 누가 될 지 예측불허인 데다 여야가 팽팽한 승부를 벌일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더구나 대선 직후인 6월에 지방선거까지 치를 예정이어서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공천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 자칫 줄을 잘못 섰다가는 현직이라 할지라도 공천에서 물을 먹을 수 있으니 대선향방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어쨌든 현 상태에서 대선이 치러진다면 경제·외교 정책 미스가 많았던 현 정부와 여당에 다소 불리한 국면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폭등, 백신 미확보 등 백신정책 실패, 비핵화 남북정상회담의 무산, 일본·중국 등 주변국과 껄끄러운 외교관계, 소득주도성장 이론에 따른 경제정책 실패, 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실패 등 현 정부의 정책미스가 표심을 잃고 있는 악재다.하지만 승부는 통상 여야 대권후보가 결정되고 난 이후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어떤 후보가 대권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승부 국면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여당과 야당에 대한 지지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국민의힘의 경우 윤석열·최재형·홍준표·유승민·원희룡·하태경 예비후보가 대권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이달 중 후보경선준비위가 대선경선버스를 출발시킬 예정이다. 지금으로선 누가 대선후보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상 야권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일 1구설’로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고, 다크호스로 꼽힌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대선출마 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 “모른다. 나중에….”라고 답해 준비부족 후보란 이미지가 덧씌워진 상황이다.더구나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가 준비하고 있는 대선 경선후보 토론회가 정치신인들에게 고난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5선 중진인 홍준표 의원이나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 3선의원 출신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겨루는 토론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서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윤 전 총장 저격수를 자청한 홍준표 의원의 활약이 돋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홍 의원이 정치 경험과 정책 이해가 부족한 윤 전 총장을 거칠게 몰아세울 경우 윤 전 총장의 밑천이 드러나면서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이 참석 여부를 놓고 고심이지만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과연 누가 야당 대선후보가 되는 걸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도 치열하다. 여권 대권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이낙연 전 대표가 뒤를 쫓고있다. 여론조사대로라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후보가 될 듯 보이지만 아직 승부가 결정난 게 아니다. 이 전 대표의 추격과 다른 후보들과의 단일화 등이 어떤 반전을 가져올 지 미지수다. 이러니 정치인들의 단골 점집이 문전성시다. 점술사들의 예언을 종합하면 “이기는 편이 이긴다”였다. 예측불허의 대선이 흥미진진하다.

2021-08-12

성공의 비결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야권통합은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에게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다.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를 봐도 그렇다. 당시 보수층은 두 후보를 지지했다. 한 명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였고, 또 한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였다. 보수의 분열은 패배를 불렀다. 보수층이 지지한 홍 후보와 안 후보의 득표수를 합해보니 문재인 당선자의 득표수를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가장 뼈아픈 회한으로 남았다.그런데 이번에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있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합당무산론이 떠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 표현을 빌리면 아예 ‘요란한 승객’으로 몰리고 있다. 국민에게 야권대통합을 약속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양당 통합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이 준 지상과제로, 이것을 거스르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합당을 압박했다.이 대표는 특유의 화법으로 “예스(Yes)냐, 노(No)냐”라고 을러댔다. 이에 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금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야권보다 높아 야권이 위기 상황이고, 이대로 가면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야권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플러스 통합론’을 설파했다. 중도 성향의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흡수돼 소멸하는 방식의 합당으로는 외연 확장 효과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달리 말해 당별로 경선후보를 확정한 후 단일화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이 모두가 합당을 둘러싼 힘겨루기의 일환일 수 있다.그러나 이 대표와 안 대표간 감정싸움은 우려스럽다. 안 대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영국군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낼 때 ‘예스까? 노까?(항복할래? 안 할래?)’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 대표의 태도가 고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역시 “친일몰이를 넘어서는 전범몰이는 신박하다”고 비꼬았다. 이대로라면 안 대표가 독자출마하겠다 해도 이상치않다. 하지만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남아있다. 안 대표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했던 것처럼 정권교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지난 서울시장 선거 사례를 들었으니 두고볼 일이다.물은 100℃에 이르지 않으면 결코 끓지않는다. 99℃에서는 절대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시험도 1점 차이로 합격·불합격이 갈린다. 올림픽에서도 불과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바뀐다. 더 이상 길이 없다 싶을 때 한걸음 더 내딛어야 변화가 온다. 피겨요정 김연아는 훈련을 하다보면 근육이 터져버릴 것 같고, 숨이 목끝까지 차올라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올 때 그 순간을 참아낸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국민들은 내년 대선에서 여야간 멋진 승부를 기대하며 야권통합 논란을 지켜보고 있다. 야권이 대통합을 위한 마지막 1도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2021-08-05

유단취장의 묘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사물의 원리를 관찰한 ‘관물편’에서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성호 이익 선생 댁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년에 겨우 서너 개 열렸고, 다른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나무였다. 감나무 때문에 마당에 그늘도 많이 지고, 장마때면 늘 젖어있어 마당 마를 날이 없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을 들고서 한 그루를 베어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오가고 있었다. 그 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했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죠. 저건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 해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죠.” 그러고 보니 참 맞는 말이었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봤다. 밉게 보면 못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이었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에 성호 선생은 톱을 창고에 넣고 나오면서 웃었다.“하하하, 유단취장(有短取長)이란 옛말이 그른 게 없구나!”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게 만고불변의 진리다.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양당이 서로에게 협상결렬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에는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 의지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가 대권에 나가고 싶어서 통합이라는 큰 그림으로 자꾸 접근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단계에서 통합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합당을 회피하려고 말장난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국민의당 협상단장인 권은희 원내대표 역시 협상 결렬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을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양당 합당 실무협상단은 지난 27일 4차 회의를 마친 뒤 당명 변경, 야권 단일후보 플랫폼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야권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약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야권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언급하며 “협상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당 대표간 협상에 응해달라”고 안철수 대표에게 대표간 협상을 촉구했다.이 대표는 그동안의 협상에서 당협위원장직 공동임명, 국민의당 인사의 경선준비위원회 참여,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에 임했는데도 협상 중에 추가되는 요구사항들이 있어 협상이 결렬됐다며 아쉬워했다.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야권이 표를 더 많이 얻고도 정권을 빼앗겼던 뼈아픈 경험을 되새겨보라. 야권대통합 없이 야권이 정권을 되찾기는 어렵다. 도대체 못할 일이 무엇인가. 안 대표는 즉각 대표 간 협상에 나서서 ‘사소취대(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의 마음으로, 야권대통합을 이뤄주길 바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민의당과 힘을 합쳐야 ‘유단취장’의 묘계를 구현할 수 있다. 그게 순리다.

2021-07-29

‘3인3색’ 벼락치기 대선수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내년 대선에 나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야권 후보 3명의 정치적 행보가 3인3색으로 극명하게 달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 요직을 지낸 이들로서 ‘벼락치기 대선수업’에 나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미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도 않은 채 민생행보를 계속해왔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이 아직 중도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입당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수순을 밟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문제는 평생 검사로서 생활해온 윤 전 총장이 온갖 궤계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자신의 지지율을 끝까지 방어하며 결승점까지 골인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윤 전 총장은 최근 광주를 방문해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고, 대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갈지자 행보’란 지적이다. 진보와 보수를 겨냥한 메시지가 뒤섞여 중도는 물론 보수도 마뜩잖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10%대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정책 비전을 내놓기보다 단순한 정부 비판 메시지를 반복하는 바람에 지지 기반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코로나 확산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도 찬성입장을 보여 탄핵의 강을 넘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방향성 혼란’을 우려할 정도다.이에 반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에서 발빠르게 대선후보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이 인지도가 낮고, 정치적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대권후보로서 빠르게 자리를 굳히기 위해 조기입당을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게 ‘신의 한수’가 됐다.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대한 방어나 인지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직후 실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네번째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기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 지지율을 상회하는 지지율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 출신들을 영입해 본격적인 대선캠프를 꾸리는 등 더욱 발빠르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또 하나의 야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아예 제3지대 후보로 나설 뜻을 밝혔다. “정치판을 바꾸는 변화가 있어야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누구도 가지않는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할 태세다.대권도전에 3인3색의 야권후보 3명의 정치적 도전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 지 자못 궁금해진다.

2021-07-22

각자무치(角者無齒)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옛말에 각자무치(角者無齒)란 말이 있다.‘뿔이 있는 놈은 이가 없다.’는 뜻이다.즉, 뿔이 있는 소는 날카로운 이빨이 없고,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는 뿔이 없으며, 날개 달린 새는 다리가 두개뿐이고, 날 수 없는 고양이는 다리가 네개다. 예쁘고 아름다운 꽃은 열매가 변변찮고, 열매가 귀한 것은 꽃이 별로다. 세상은 이렇듯 공평하다.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이 있고, 때론 단점이 장점이 되고,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세상 이치다. 사람이나 동·식물만 장·단점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정책도 장·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요즘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많은 재난지원금 정책도 그렇다. 어떻게 시행한다 해도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여당은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재정당국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하지만 정부를 대변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초에 당정이 합의했던 소득 하위 80% 지급안을 고집하면서 당정갈등으로 번진 상태다. 당정이 소득 하위 80%에 한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가 전국민대상 지급으로 입장이 바뀐 것은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산이 많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소득 하위 80%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수령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홍 부총리에게 전국민 지급 합의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는 데도 홍 부총리는 재정운용의 정치적 결정을 반대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을 놓고 여권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3월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기로 한 기존안을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자 강하게 반발했고, 올해 초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서도 충돌한 바 있다.정당 사상 최연소 당대표로 등장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여야 대표간 회동에서 전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를 했다가 반론에 부딪쳐 합의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협상과정과 관련, 송 대표가 ‘선별 비용 문제가 있으니 80%가 아니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가면 어떠냐’고 해서 “방식 문제라면 80%나 100%나 차이가 크지 않다. 그 부분은 검토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당 내부 비판에 대해 못마땅한듯 이렇게 반박했다.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주자·말자’의 논쟁에 저희가 ‘주지 말자’의 자세로 서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인가 반문하고 싶다는 것이었다.사실 진영논리를 떠나 국민 전체에 대한 격려와 위로 차원이라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나쁜 선택일 수 없다.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 데서 이뤄진다고 했다.알쏭달쏭한 정치, 참으로 요지경이다.

2021-07-15

소설같은 ‘가짜 수산업자’ 사기사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가짜 수산업자 사기꾼 김씨 뉴스와 관련한 최불암 시리즈가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최불암이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 금동이가 가정환경조사서를 내밀었다. 금동이는 아버지의 직업이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 직업을 뭐라고 쓸까요?” 아들의 마음속을 꿰뚫고 있던 최불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이놈아, 수산업이지 뭐야. 붕어를 만들잖아” 폭소를 터트려야 할 이 유머에 활짝 웃지 못한 사람들이 수십명에 달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의 시즌이 다가오니 온갖 모사꾼들이 서울 여의도 정치권 주변에 흘러넘친다. 사기꾼들이 자칫 눈뜨고 코베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곳이 바로 여의도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이번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전직 언론인의 탐욕을 이용해 소개받은 정치권과 법조계 인맥을 지렛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사건이다. 이 사건을 들여다 보면 사기꾼들이 자신의 주변을 어떻게 포장하는지 알 수 있다. 김씨는 지난 2016년 다른 사기죄로 수감됐을 당시 교도소에서 만난 언론인 출신 A씨(59)를 통해 출소 후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을 소개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방’에서 만난 인맥으로 유력 정치인 가족까지 속여 수십억원을 빼앗는 사기범으로 진화한 셈이다.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로 출마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오랜 세월 기자로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은 정치인들에게 ‘감방동기’라는 설명없이 김씨를 소개해 줬다.김 씨는 우선 사기행각을 위한 밑작업으로 현직 검사, 총경급 경찰,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뿌렸다. 박영수 특별검사에게는 포르쉐 차량을 제공했고, 박 특검으로부터 소개받은 이 모 부장검사에게는 고가의 시계와 현금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수산업자라며 대게, 전복 등 고가의 수산물을 선물로 보내 친분을 쌓는 수법을 썼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총책임자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도 자택으로 수산물을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결국 김씨는 수산물 매매 사업 투자를 미끼로 11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4월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것은 구속된 김씨가 검찰에 송치되기 전날 경찰에 자신이 검사와 총경급 경찰 간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하면서다.경찰은 이 부장검사와 배모 총경,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청탁금지법은 청탁 금지 대상자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받는다. 지역 정치인 중에서 사기꾼 김씨를 만난 주호영·홍준표·김정재 의원은 모두 그의 말과 행동에 의혹을 느껴 다시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중진의원인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이 80여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기당하는, 소설같은 일이 벌어졌다. 탐욕은 사람의 눈을 가린다.그렇게 보면 이번 사건도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란 세평이 가슴을 울린다.

2021-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