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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 동맹

등록일 2021-10-14 19:14 게재일 2021-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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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전세계적인 히트작인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 게임’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로, 딱지나 구슬을 공동관리하는 한 팀을 ‘깐부’라고 불렀다. 영화에서 1호 오일남(오영수 분) 할아버지는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에게 같은 편을 뜻하는 깐부를 맺자고 제안해 ‘깐부 할아버지’라고 불린다. 오징어게임에서 큰 화제가 된 ‘깐부’가 한창 달아오른 제1야당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소환돼 화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출되자 2차 컷오프에서 뽑힌 4명의 후보가 각각 깐부를 맺으며 합종연횡, 승부가 예측불허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3일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4명의 두 번째 TV 토론에서 이같은 후보 간 이합집산 양상이 드러났다. ‘2강’인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맞서고, 홍 후보는 유승민 후보 편을, 윤 후보는 원희룡 후보 편을 드는 그림이 연출됐다.

우선 양강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서로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제주 개발 공약과 관련, “제주가 안 그래도 난개발 때문에 환경이 죽을 판”이라며 “환경 파괴에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느냐”라고 비판했고, 홍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면 도로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발끈했다. 홍 의원은 이어 윤 전 총장에게 “제주 제2공항 어떻게 추진하려고 하나. 천공 스님이 제주공항은 확장안이 좋다고 그리 말씀했다”며 윤 전 총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을 거론하며 반격을 가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윤 전 총장을 공격했다.

반면에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서로의 생각에 동의했다. 홍 후보가 유 후보에게 자신의 노인복지청 신설 공약에 대한 생각을 묻자 유 후보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유 후보가 홍 후보에게 공매도 전면 폐지 공약에 대한 생각을 묻자 “유 후보가 보완책을 제시해주시면 제가 공부를 더 하겠다”고 아예 몸을 낮췄다.

윤 후보와 원 후보 역시 깐부를 맺은듯 서로 우호적인 문답을 주고받았다. 윤 후보는 원 후보에게 “제주지사할 때 난개발도 잘 막고 공기업 채용도 100% 공채로 하고 업적 많이 남긴 것으로 안다”면서 원 후보가 자신의 치적을 알릴 기회를 주었다. 이쯤되면 2대2 토론 양상으로 비쳤지만 유 후보는 한사코 홍 후보와 깐부임을 부인했다. 여론조사상 선두주자인 윤 후보와 홍 후보는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지만 당심에서는 홍 후보가 다소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일까.

노자는 “죄는 욕심이 많은 것보다 큰 죄가 없고, 화는 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큰 화가 없으며, 허물은 얻기를 원하는 것 보다 더 흉한 것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란 정치권력의 향방을 놓고 다투는 경선국면에서 욕심이나 족함을 아는 게 가능할리 만무하다. 어떻든 야당 대선경선에서 깐부 동맹이 아름답게 결말지어져 여야간 대권 경쟁이 국민의 뜻아래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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