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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없다

등록일 2021-09-30 18:21 게재일 2021-10-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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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어느 왕이 현인들을 모아놓고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는 성공의 비결과 교훈이 될 만한 글을 지어오라고 명령했다. 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해 성공의 비결을 총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지만 왕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먹고 살아가는 데 바쁜 백성들이 이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어보겠는가?”그리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줄여오라고 다시 명령했고, 며칠 지나지않아 학자들은 12권의 책을 단 1권으로 줄였다. 하지만 왕은 “너무 길다”며 손사래 쳤고, 결국 학자들은 종이 한 장에 중요한 문장만 넣어서 가져왔다. 그래도 왕은 고개를 저으며 못마땅해했고, 결국 한 지혜로운 현인이 단 하나의 문장을 뽑아 왕에게 바쳤다. 이를 본 왕은 그제야 흡족해하며 백성들에게 공표했다.‘세상에 공짜는 없다.’사람에게 교훈이 되는 많고 많은 격언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라. 모두 이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최근 국내에 개봉된 영화 ‘아수라’가 화제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으로 대변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사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는 검찰과 경찰, 정치권력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부패하기 시작하면 어떤 지옥도로 펼쳐지게 되는 지를 잘 보여줬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돈 되는 건 뭐든지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은 자신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사이에서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며, 살아남으려 몸부림친다. 하지만 자신을 에워싼 올가미를 끝내 벗어던지지 못한 채 서로 물어뜯고 마는 지옥도를 연출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검찰과 경찰의 인권을 무시한 수사관행, 언터처블한 정치권력의 무서움 등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이 영화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오버랩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영화 무대가 ‘성남시’와 비슷한 가상의 ‘안남시’였으니 더욱 그랬다. 대장동 비리의혹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는 “단1원이라도 돈을 먹은 게 있으면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지만 정작 특검은 반대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비리에 연루돼 도리어 ‘국민의힘 게이트’로 역공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석열 후보 역시 대장동 개발의혹에 대한 범죄정보를 보고받지 못했는 지를 추궁받는 가 하면 부친이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 누나에게 집을 파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대선판이다. 어쨌든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개발 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돌아가게 만든 당사자나 부정한 돈을 함부로 먹은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게 세상의 순리고, 공정·공평·평등한 처사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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