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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재난지원금의 딜레마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국민들의 혈세로 만든 재원을 잔치집 떡 갈라주듯 나눠줬다간 민심의 철퇴를 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로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들에게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80%로 결정했다. 당정이 합의한 소득 하위 80%는 가구소득 기준으로, 상위 20%는 국민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한다. 소득 상위 20%에 속해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되는 가구는 약 440만 가구이고, 역산하면 1천700여만 가구가 지급 대상이 된다. 1인당 지급 금액은 25만~30만원 정도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하위 10% 저소득층 약 200만 가구에는 평균보다 더 지원된다. 여기서 하위 80% 기준선은 소득 기준으로 대략 1억원 정도다. 가구당 소득 1억원이면 중산층 이상 생활이 가능한 데, 재난지원금이 왜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온다.야당에서는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봉급생활자들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이 된 이후 ‘눈먼 돈’구경을 못해본 처지여서인지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포퓰리즘 정책의 무서움이다.이 와중에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법이 끝내 소급 적용 조항이 빠진 채 국회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논란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소급 적용 조항을 뺀 손실보상법을 지난달 28일 의결했고, 이 법은 전날 법제사법위에서도 야당인 국민의힘의 퇴장 속에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영업 제한 등 정부의 방역 관련 행정명령에 따라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보상한다는 게 골자다.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해 8월 이후로 소급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소급 적용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이면에는 재원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가 더 컸을게다. 소상공인 피해를 소급적용해 손실보상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100조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가채무의 급증으로 부담스런 정부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않은 선택이다. 정부는 그대신 과거 손실에 대해선 ‘피해 지원’형태로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손실보상’논리로 가면 집합금지,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업종과 행정명령은 없었지만 실제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한 관광·여행 업종은 다르게 지원될 수 밖에 없고,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19세기 서양철학자인 쇼펜하우어는 “너무 확신에 차서 자기 의견만 고집하지 마라. 어리석은 자는 무언가를 확신하고 있으며, 무엇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자는 모두 어리석다.”라고 했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의는 어느 쪽을 택하든 최선의 방안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게 한다.

2021-07-01

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가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托卵)으로 새끼를 기르게 하는 새로 잘 알려져 있다.얌체짓으로 보이지만 뻐꾸기를 비롯한 두견이과 새들은 몸통은 큰 데, 다리가 짧아 알을 품기가 어려운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실패확률이 높지만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걸 번식방법으로 선택해 진화했다. 그러나 탁란 성공률은 10%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뻐꾸기 90%가 탁란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첫 번식때는 잘 속지만 두 번째 번식 이후엔 뻐꾸기 알과 자기 알을 구별해서 골라내기 때문이다. 뻐꾸기 탁란과정을 보면 어미 뻐꾸기나 새끼 뻐꾸기 모두 필사적이다. 먼저 어미 뻐꾸기는 알을 낳기에 적합한 ‘붉은머리오목눈이’둥지를 찾아야 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집을 짓고있거나 이미 알을 품고있으면 안 되고, 알을 낳기 시작해 2~4개 있는 둥지를 찾아야 성공확률이 높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야 하니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둥지를 비웠을 때 얼른 자기 알 1개를 낳고, 붉은오목눈이 알 가운데 하나를 먹거나 버린다. 여기까지가 뻐꾸기 어미의 역할이다. 그 다음은 뻐꾸기 새끼의 몫이다.붉은오목눈이보다 며칠 먼저 태어난 뻐꾸기 새끼는 남아있는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행동이라지만 처절하다. 눈도 못뜬 채 깃털하나 없는 뻐꾸기 새끼가 다른 알들을 밀어내려고 넓은 등판과 날개를 이용해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다가 다 못밀어내고 남은 알이 부화하면 태어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 떨어뜨린다. 둥지안에 혼자 남았다고 끝난 게 아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보다 덩치가 더 커질 때까지 끊임없이 먹이를 먹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뻐꾸기 새끼는 배가 고프면 마치 “먹이를 안주면 천적에게 들키게 하고 말거야.”하는 것처럼 시끄럽게 울어댄다. 이런 협박(?)으로 어미가 먹이를 계속 가져오게 만든다. 그래야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동남아시아나 인도까지 혼자 날아갈 수 있다. 자기보다 큰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는 지 새끼 잃고 남의 새끼 키우느라 생고생이다.난데없이 웬 뻐꾸기 얘기냐고 하겠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가운데 여권에서 크느라 고생한 사람들 얘기다.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그들이다. 이들은 남의 둥지에서 태어난 뻐꾸기가 둥지에서 살아남기까지 해야했던 비정한 생존경쟁 이상의 경쟁을 치르고 오늘의 자리에 올랐으리라.정부 여당은 이들이 야권의 당당한 대권주자로 거론되자 윤 전 총장에게는 X파일로 위협하는 반면, 대권 출마선언을 고려중인 최 원장에게는 중립성·독립성을 들어 흠집내고 싶어한다. 김 전 부총리에게는 아예 “여권 후보로 나와달라”며 구애작전에 나섰다.모두 허망한 짓이다. 장성한 뻐꾸기가 둥지 위를 날아 제 갈길 가려는 데,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무슨 재주로 막겠는가. 둥지에서 날아오른 뻐꾸기에게 이제 그만 미련을 버리시라 권한다.

2021-06-24

변화와 찬스의 차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여야 정치권이 변화의 물결에 휩싸였다. 정권탈환을 노리는 제1야당 국민의힘은 정당역사상 초유의 30대 당대표를 뽑아 변화의 새물결을 선도하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친문(親文)이 아닌 비문(非文)에 해당하는 송영길 대표를 뽑아 내로남불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고 나섰다.여야 정치권의 변화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자로 나서서 “무능한 개혁과 내로남불을 극복하고, 유능한 개혁과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참패를 언급한 뒤 “집값 상승과 조세부담 증가, 정부와 여당 인사의 부동산 관련 내로남불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지난 5월 2일 전당대회를 통해 변화를 선택했다”면서 “정치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 결정적 이유는 당내 민주주의와 소통의 부족 때문”이라면서 “특정 세력에 주눅 들거나 자기검열에 빠지는 순간, 민주당은 민심과 유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송 대표는 “내로남불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도부는 가슴 아프지만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했다”면서 “수사기관의 조사도 없었고 혐의가 있어 기소가 된 것도 아니었으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넘어 12명 국회의원의 탈당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당 사상 초유의 결단이요, 부동산 부자가 많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민권익위 조사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게 만들만한, 결기어린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왔다.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혁신의 바람을 몰아, 당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면서 민생과 공정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먼저 30대 젊은 당대표의 탄생과 청년들의 입당신청 쇄도 등 최근 당내 변화를 설명한 뒤 “변화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라는 국민의 당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날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거부했고, 실력이 모자랐으며, 포용도 부족했다”고 반성과 성찰을 강조한 뒤 “그 바탕 위에 국민의힘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가치, 세대, 지역, 계층을 확장해 나아가겠다”면서 “자유, 책임, 헌신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되살려 가치를 확장하고, 민생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공존과 공정의 토대 위에 세우고, 산업화를 이룩한 세대, 민주화를 쟁취한 세대, 그리고 미래를 주도할 MZ세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수구·꼴통으로 대변되던 정치권이 바야흐로 변화의 물결속에 몸을 던지는 모양새다. 변화의 Change의 g를 c로 바꾸면 Chance가 된다고 했다.하루하루 변화에 깨어 있으면서 당당히 맞서는 여야 정치권의 변화가 내심 기꺼운 하루다.

2021-06-17

휴브리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도전과 응전’으로 유명한 20세기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를 바꾸는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가 그 성공으로 인해 교만해져서 남의 말에 귀를 막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다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을 가리켜 ‘휴브리스’라고 불렀다. 이후 휴브리스는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소수가 기득권층이 된 다음 자만해 자멸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의미로 쓰인다. 휴브리스는 어느 시대, 어떤 집단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회현상이다.요즘 여야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는 부동산 투기의혹 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휴브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소속 의원 12명 전원에 대해 ‘탈당 권유(비례대표는 출당)’라는 극약처방을 내려 충격을 줬다. 예상을 뛰어넘는 강수였다. 민주당의 조치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을 계기로 여권 전체가 ‘부동산 투기 내로남불’프레임에 걸려 이대로는 대선이 물건너간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강경조치 직후 곧바로 야당에 화살을 돌려 대대적인 역공에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모두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의 전현희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국민권익원회에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감사원 감사를 주장했다. 감사원은 당초부터 “감사원법 2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조사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자체 법률 검토 결과 감사원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감사원 조사의뢰를 강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송영길 대표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고, 윤호중 원내대표는 “권익위 조사에 응하는 것이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정의당·열린민주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 나머지 5개 원내 정당이 권익위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하는 바람에 외통수에 몰렸다. ‘버티기’, ‘꼼수’라는 비판도 아프고, 따갑다. 그렇다고 권익위 조사카드를 덥석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당내에 부동산 부자가 많다는 점이 국민의힘을 불안하게 한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21대 국회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 중 7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었고, 민주당은 2명, 무소속은 1명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국민의힘은 판돈(?)을 올렸다.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장·차관, 더 나아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등 모든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 시행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10일 여야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과연 누가 휴브리스의 함정에 빠져들까. 정치권의 한판 드잡이질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속내다.

2021-06-10

문재인 정부 3대 실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시행된 여러 경제정책들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고,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정책을 꼽으라면 어떤 것일까. 아마 부동산정책이 1번이고, 그 뒤를 이어 일자리정책과 탈원전정책이 꼽힐 듯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대변되는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패착 중 패착으로 매겨질 법하다.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던 문 대통령은 취임4주년 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패를 자인했다. 실패 원인은 뭘까. 공급정책이 아닌 수요억제책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부동산값이 뛰는 것은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주택자들이 많이 사서 문제니까 다주택자들이 사지 못하게 수요 억제를 하면 주택시장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이것은 인간의 욕망과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수요 억제책은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언젠가 수요가 들불처럼 일어서 급등하는 시장이 연출되고 만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임기 4년 동안 3억에서 8억으로 뛰어오른 서울의 아파트 값 폭등 앞에 고개를 숙였다. 또 취임 직후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놓고 매일같이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이 요즘 일자리 만들기에도 실패했음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산업의 영역에 따라 경기 회복이 불균등하고, 일자리의 양극화가 뚜렷하며, 무엇보다 일자리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2월과 비교해 아직 30만 개의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청년과 여성의 구직난이 계속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난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탈원전정책 역시 세계적인 원전건설기술 보유국인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입혔다. 원전 기술 자립을 위해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한국 표준형 원전은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국에서 스스로 ‘원전의 위험성’ 운운하며 건설을 포기한 원전을 수입할 나라는 없다. 또 우리나라에 있는 원전은 모두 가압경수로 방식이다. 원자로에서 물이 담긴 용기에 간접적으로 열을 가해 데우거나 끓이는 중탕(重湯)방식으로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리니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적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탈원전정책을 내걸고, 건설이 완료된 신한울 1·2호기 가동을 가로막고, 합법적으로 추진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조차 재개하지 않고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으로 탄소제로의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실제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 가동이 불가피하다면서 탈원전 때문에 석탄, 갈탄을 때고 있는 독일과 메르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갈 길은 먼데, 해가 저무는’ 처지가 된 문재인 정부가 저질러놓은 3대 실책을 어떻게 주워담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2021-06-03

헤라클레스의 사과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영웅 헤라클레스가 길을 가다 조그만한 사과를 발견했다. 하찮은 사과가 길을 막는다는 생각에 발로 툭 찼다. 사과는 길밖으로 사라지지 않고 곱절로 커졌다. 화가 난 헤라클레스가 방망이로 때리자 사과는 더 커졌다. 때리면 때릴수록 커지더니 아예 길을 막아버렸다. 헤라클레스가 화를 참지못한 채 집채만한 사과와 씨름하고 있을 때 ‘지혜의 여신’아테네가 나타났다. 여신은 사과에게 다정하게 노래를 불러주면서 어루만졌다. 그러자 사과는 원래의 모습으로 작아졌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분노의 사과’이야기다.최근 정치판에서 헤라클레스가 방망이로 사과를 때린 것과 같은 현상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우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 전 총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사건과 월성원전 사건 등에 대해 수사를 지시하면서 현 정부와 각을 세웠고,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윤 전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살아있는 권력도 봐주지 않고 수사한 검찰총장’이란 그의 명성은 산처럼 높아졌다. 급기야 총장직을 물러난 현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1위로 치솟는 이변이 일어났다.야권의 또 다른 대권주자로 회자되는 최재형 감사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관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여권이 강도높은 비판공세를 퍼부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 원장을 향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고 공격할 정도였다. 그 결과 최 원장은 원칙을 지키는 ‘반문 투사’가 됐다. 여권이 휘두른 방망이 덕분에 유명해진 셈이다.평범한 월급쟁이 ‘진인 조은산(필명)’이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것도 같은 코스를 밟았다. 그가 상소문 형식의 시무7조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처음 올렸을 때는 동의자 수가 2만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국민들의 호응이 미미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보름동안 조회를 막았고, 이 사실이 언론의 보도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공개되자 재공개 사흘 만에 청원인이 20배로 불어나 40만명을 넘었고, ‘시무7조 신드롬’으로 번졌다.지난 10일 취임4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대통령이 현 정권에 관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 월성원전 사건 등에 성역없이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봐주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김오수 후보자에게 공개적으로 지시할 의향이 없느냐.” 문 대통령은 “원전 수사 등 여러 가지 수사를 보더라도 이제 검찰은 별로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냥 “검찰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말고 철저히 수사하면 된다”라고 명쾌한 답을 내놨으면 좋았을 것을….야권은 즉각 “공정한 수사지시의 의지가 없음을 다시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청와대 관련 사건 검찰수사팀은 인사조치로 공중분해된 상태다.현 정부는 아직도 헤라클레스의 사과가 길을 막은 이유를 모르는듯 싶다.

2021-05-20

여당이 패한 이유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가 4·7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을 모두 내주는 참패를 한 원인이 뭘까.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친구들 몇명만 모이면 단골로 나오는 술안주였다. 여야는 물론 사람마다 다른 이유를 드는 바람에 정답을 알 길 없어 답답하던 차였다. 지난 11일 이 질문의 답변으로 가장 정답에 가까울 법한 내용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최근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결과보고서에서 여당의 참패원인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보고서엔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재보선에서 지지를 철회한 이들이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선 “현 정권의 위선”, “그들만의 리그” 등을 꼬집는 반응이 나왔고, 부동산 문제, LH 사태에 대해선 “평생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다”는 좌절감을 토로한 의견이 이유로 제시됐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20·30대 여성 유권자들이 이탈한 결정적 요인이 됐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책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국민에 대해 큰소리치며 약속한 일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신뢰를 잃은 결과다.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아직 꿈을 깨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청와대는 당초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은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3명을 모두 임명강행하려 한 정황이 역력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연설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 이유를 하나하나 들며 청문회 제도 자체의 개선을 요구해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국민정서와는 맞지않는 발언이었다. 보다못해 민주당 송영길 대표부터 초선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고, 그제야 당청갈등이 조기레임덕으로 이어질 걸 우려해 3인의 거취 문제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듯 싶다. 국민여론도 나쁘다.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물은 결과,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57.5%, ‘임명해야 한다’는 30.5%였다고 한다. 이 와중에도 친문 강성파 의원들은“누구를 특정하지 않고 최소 1명은 낙마시켜야 한다는 건 명분이 약하다”고 임명강행을 주문했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점잖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표현으로 나무랐다. 그는 “누가 봐도 장관으로 부적격자인 분들을 꼭 장관으로 임명해야겠나. 대통령의 오기와 불통정치를 보면서 분노를 넘어 이제 지쳤다”면서 “국민을 이기는 국가지도자는 없다”고 했다. 문재인호를 띄운 민심이 그 배를 엎을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결국 청와대는 박준영 해수부 장관후보자를 자진사퇴시키는 수순으로 이번 인사청문절차를 마무리하려는 모양이다. 여당이 패한 이유를 아무리 잘 분석하면 뭘 하나. 분위기 파악 못한 채 민심의 큰 파도에 맞서는 형국이 되어서야 말짱 헛일이다.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자신이 약속한 공직배제원칙을 까맣게 잊은 듯 행동한다. 여당이 패한 이유는 아직도 유효하다.

2021-05-13

못마땅한 ‘도로 영남당’ 프레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전이‘도로 영남당’논쟁 속에 시작돼 대구·경북지역 정치권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국민의힘 책임당원 60%가 영남에 몰려 있어 TK 지역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는 게 현실이고, 이 와중에 터져나온 영남배제론은 당내 분열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도로 영남당’주장 자체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국민의힘 내부분열을 유도하기 위해 내건 프레임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도 그 프레임이 언론이나 국민의힘 당내외에서 적지않은 반향을 얻자 노골적으로 ‘도로 영남당’주장으로 당 내홍을 부채질하고 있다. 논란이 커진 것은 국민의힘 일부 당권주자가 이같은 영남당 논란에 편승하면서부터다.국민의힘 4선의원인 홍문표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홍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 뒤‘비영남 당 대표론’을 강조했다. 대구·경북 정치권 관계자들은 비영남 대표론의 근거로 ‘도로 영남당’을 거론한 것은 민주당의 프레임에 걸려드는 처사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나마 비영남출신 초선의원으로서 당권 선거에 나선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은 “영남 배제론은 흑색선전이자 프레이밍”이라며 “우리당의 본질은 영남이다. 당이 제일 어려웠을 때 지켜준 사람들에게 지금 와서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영남당 극복론’을 설파했다. 당권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상위랭크된 이유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차라리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 것처럼 향후 김 의원이 국민의힘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대안으로 얼마나 공감을 얻을 지 관심거리다.도로 영남당 논란이 지속되자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5선의원인 정진석 의원이 나섰다. 그는 ‘영남당’논란에 대해“영남 유권자의 정서를 후벼파는 것이며, 자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년 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란다면 전라도면 어떻고 경상도면 어떻고 충청도면 어떤가”라며 “적들이 우리에게 거는 영남당 프레임을 스스로 확대 재생산하면, 정권교체고 뭐고 다 도로 아미타불”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정 의원의 지적처럼 영남지역을 주요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삼고있는 국민의힘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마냥 영남당이란 프레임을 두려워하는 것은 넌센스다. 오히려 영남지역 인물들이 당의 중추가 돼 당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호남이 텃밭인 민주당을 호남사람들이 중심이 된다고 호남당이라고 비난하거나 호남배제론이 나온 적 없지 않은가. 손자병법에 장계취계(將計就計)란 말이 있다. 상대편의 계략을 미리 알아채고 그것을 역이용하는 계책을 가리킨다.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여권이 건‘도로 영남당’ 프레임을 뛰어넘어 장계취계의 비책으로 쇄신과 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침체된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할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보여주길 기대한다.

2021-05-06

시험대 오른 윤석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여론조사서 대선후보 적합도 1위로 나오는 윤 전 총장이 매우 유력한 대권주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윤 전 총장의 대권가도는 아직 멀고도 멀다. 윤 전 총장이 맞닥뜨릴 가장 큰 난관은 아직 한번도 정치권의 검증대에 오른 경험이 없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우리 정치권의 인물검증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장관직을 맡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국회 인사청문회지만 그 험난함 때문에 고사하는 이들이 많아 장관 후보를 뽑기가 어려울 정도다.실제로 학계에서 명망이 높은 분이나 고위공직자로서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온 이들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허망하게 낙마한 경우가 적지않다. 대표적인 게 자녀병역 특혜나 학위논문 표절, 친·인척의 부동산 투기행위, 아이들 학군배정과 관련한 위장전입, 기타 업무와 관련한 특혜시비 등이다. 예전에는 논문을 쓸 때 표절여부를 그리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았기에 학계 출신의 상당수는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고위공직자 자녀들 상당수가 병역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아파트나 땅 투자로 재테크한 경우 역시 부동산 투기란 비판을 받았고,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명문학군에 위장전입했던 사실이 발각돼 낙마한 경우도 많았다. 정작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업무적 능력이 문제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국회 인사청문회는 약과다.대권고지를 향한 인물 검증은 강도 자체가 다르다. 정치권 전체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물고뜯는다. 당연히 훨씬 가혹한 기준이 적용된다. 지난 대선 때 대선출마의 뜻을 밝히며 귀국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대선 불출마선언을 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당시 반 전 총장은 국외에서 주로 활동을 했기에 정치적인 공격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었고, 외교장관에 임명될 때도 청문회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래서 대권 출마선언 직후부터 시작된 반(反) 반기문 세력의 파상공세가 더욱 힘겹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물론 윤 전 총장은 반기문 전 총장과는 달리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있으며, 윤 전 총장에 필적할 만큼 지지율 높은 후보가 아직 없다는 것은 큰 메리트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 힘으로 입당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야 하는 게 부담이다. 당내에서 이끌어 줄 친윤파 의원이나 조직도 없어 후보로 확정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석열 신당을 만드는 것도 정치신인으로서 쉽지않은 일이다. 이 와중에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은폐·축소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된 전력이 있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29일 자신을 기소한 윤 전 총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정치권 검증의 신호탄일 뿐이다.윤석열에 대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1-04-29

위험한 탄핵불복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국민의힘이 4·7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열흘 남짓 지난 시점에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고 나섰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앞장서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비상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국민들이 전직 대통령들이 오랫동안 영어생활하는 데에 관해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면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고, 당권주자로 나선 홍문표 의원 역시 라디오에 출연, “국민화합 차원에서 대통령이 사면쪽에 손 한번 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초청해 열린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도 박 시장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했고, 오 시장 역시 브리핑에서 자신 역시 사면 건의를 하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야권이 4·7보궐선거 참패 뒤 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현 정부에 모처럼 하고 싶었던 얘기를 끄집어낸 모양새다. 그러나 이같은 대통령 사면론은 자칫 야권 일각의 탄핵불복론에 이어 과거회귀라는 악순환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국민의힘은 재보궐 선거 전인 지난해 말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에“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고 했다. 이어“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다”며 국정농단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당내 일각의 반발이 있었지만 야권이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변화의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고, 실제로 상당수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보선이 끝나자마자 터져나온 사면론은 수구퇴행으로 읽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원조친박으로 곱히는 국민의힘 중진인 서병수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탄핵불복론을 내세워 사면을 요구했다. 무소속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지난 17일 SNS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부분 통치행위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을 이용하여 여론몰이로 구속하고 나아가 또다시 검찰을 이용하여 이명박 전 대통령도 증거도 없이 구속했다”며 사면을 요구했다.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국민통합이나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다. 문제는 사면론의 근거로 들고 나온 탄핵불복론은 아주 모양새 나쁜 악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주장이며, 국민들의 정서에도 맞지않다. 자칫 국민의힘이 보선 승리에 취해 수구퇴행으로 회귀하는 걸로 읽힐 수 있다. 또한 모처럼 야권 지지로 돌아선 중도층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하는 배신행위다. 야권이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하는 민심의 바다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벌써 잊은건가 걱정스럽다.

2021-04-22

민심의 바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의 출발은 남달랐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비워진 자리에 촛불민심의 압도적인 지지로 세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총선에서 과반수가 넘는 180석을 얻은 여당은 야당과 협의해 나눠 맡던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채 여당 단독으로 개혁입법들을 처리하는 위세도 보였다. 그랬던 정부여당이 하루아침에 민심이반으로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도도한 흐름은 정부여당에 큰 충격을 줬다. 급기야 지난 13일에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범국민 촛불집회에 앞장섰던 종교계와 시민사회 재야인사들마저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문재인 정권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이날 긴급성명서를 발표한 정지강 재단법인 희망제작소 이사장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쇄신과 촛불 개혁을 위한 범시민전국연대’ 면면을 보면 모두 촛불민심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뼈를 깎는 반성과 읍참마속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겸손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회전문 인사, 내 편 인사, 5대 중대비리 인사는 안 된다”라며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청렴, 강직하고 개혁적인 새 인물을 발탁해 배치해야 한다”고 강도높은 인적 쇄신을 주문했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최근 ‘현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를 물은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불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폭발한 공정성 위기’, ‘내로남불식 태도와 오만함’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와 공정성 위기를 지목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문빠’들도 현 정권의 정책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뻗대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과 관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시장이 2월 중순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기존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여당은 규제 일변도 정책이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정책 방향의 전면 혹은 일부 선회를 꾀하고 있으나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획기적인 인적쇄신이 그마나 민심을 되돌릴 절호의 기회이지만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더욱 가파르게 하락할 게 뻔하다.촛불민심에 힘입어 일어선 문재인 정부가 촛불민심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민심은 바다와 같다. 바다는 거대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단번에 침몰시킬 수 있다. 민심의 바다에 위태롭게 떠 있는 임기말 문재인 정부가 안쓰러워 보인다.

2021-04-15

승자의 저주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제1야당인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다.그러나 보궐선거 결과를 지켜보는 대구·경북 정치권은 오히려 뒤숭숭한 표정들이다.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미국의 종합석유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사에서 근무한 카펜, 클랩, 캠벨 등 세 명의 엔지니어가 1971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됐고,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1992년 발간한 ‘승자의 저주’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1950년대에 미국 석유기업들은 멕시코만의 석유시추권 공개입찰에 참여했는데 당시에는 석유매장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다. 기업들은 석유매장량을 추정해 입찰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었는데 입찰자가 몰리면서 과도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2천만 달러로 입찰가격을 써낸 기업이 시추권을 땄지만 실제 석유매장량의 가치는 1천만 달러에 불과했고, 낙찰자는 1천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됐다. 이때의 상황을 카펜과 클랩, 캠벨은 ‘승자의 저주’라고 이름 붙였다.이같은 승자의 저주는 경쟁입찰이나 기업MA에서 자주 일어나며, 때로는 정치판에서도 일어난다. 예를 들면 올해 초 서울시장 선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을 때만 해도 상당수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서울시장 선거는 지는 게 대선에는 더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현재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 너무 무기력하고, 구심점이 확보되지 않고 있기에 서울시장 선거 패배를 계기로 완전히 판을 갈아엎는 체질개선으로 정계개편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란 얘기였다. 그러나, 보선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애초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돼 온 부산시장 선거는 물론이고 박빙승부가 예상됐던 서울시장 선거까지 국민의힘이 압승한 4·7보궐선거 결과는 승자의 저주를 불러올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보선 결과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 부동산정책 실패 등에 대한 심판이 결과로 나타난 것일뿐 국민의힘을 지지해서가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특히 이제까지 3% 이내 차이로 승부가 갈렸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20%에 육박하는 18.32%의 표차로 승부가 갈린 것은 의미심장하다. 기존 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있지만 야당도 획기적인 변신 없이는 언제든 지지율을 철회할 수 있다는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다. 차기 당대표 주자로 유력한 정진석 의원이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이 자칫 자리 싸움, 세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선 승리에 자만해 예전 고질병인 적전분열 자중지란을 되풀이할 경우 민심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대구·경북을 텃밭으로 둔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이루고 싶다면 화합하고, 통합하고, 개혁해야 한다. 대선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1-04-08

대구가 꼴찌인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4·7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구를 정치적 판단이 미숙한 도시로 몰아가며 지역 비하 발언을 내놨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40년간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지금 대구 경제는 전국 꼴찌다. 왜 그럴까”라고 물은 뒤“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고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구 유권자의 선택을 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망국적 지역감정까지 동원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사실 대구시민들 가운데서도 대구 경제가 꼴찌인 이유를 진실로 궁금해 하는 이가 적지않다. 대통령을 5명이나 내고도 왜 경제가 꼴찌일까. 대구경북 출신 대통령들은 아무리 자신의 고향이라 해도 사전타당성평가가 크게 낮은 경우 특혜시비를 우려해 밀어붙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때 고향 앞바다에 다리를 놓는 포항 영일만대교 예산을 승인해줄 법 했건만 이 대통령은 허락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과 대구,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를 놓은 박정희 대통령이 대구·경북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을까.대구에 고용을 창출할 원청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며 삼성자동차 유치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경남 거제가 고향인 김영삼 정부는 1995년 삼성그룹에 자동차산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대구가 아닌 부산에 자동차를 설립토록 했다. 삼성그룹은 1년 뒤인 1996년 8월 삼성상용차를 대구에 설립했지만 IMF직후인 2000년에 파산하고 말았다. 대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기회를 놓친 것은 이뿐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첨단의료복합도시를 조성할 때 얘기다. 약령시가 있는 대구직할시와 대구한의대와 약재가 많이 나는 경북 지역 땅을 아울러 한방바이오산업을 키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했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전국에 한방바이오를 하겠다는 도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말았다. 그 결과 정부는 2009년‘대구·경북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각각 조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수도권에서 훨씬 가까운 입지인 충북 오송이 평당 65만원에 조성됐고, 대구는 땅값이 100만원이 넘게 책정됐다. 이러니 기업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자명했다. 수도권에서 더 먼 곳에 더 비싼 땅값을 지불하고 공장이나 기업을 세울 기업이 많을리 없다. 매사 이런 식이다. 그 당시 30년 무상임대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해 더 많은 의료기업을 유치하면 어땠을까. 고용이 창출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인구수도 늘고, 돈이 돌기 시작한다. 도시가 활기를 되찾게 된다. 지금 대구는 어떤가. 경제는 살려야 한다면서도 대구시가 특정 기업 유치를 위해 특혜를 주겠다면 이유불문 물어뜯는 분위기다. 대구시민들 마음속에 기업가에 대한 이유모를 반감이 도사려 있지는 않나 의심스럽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모쪼록 대구경제를 꼴찌에서 탈출시켜줄 리더십을 가진 시장을 뽑았으면 좋겠다.

2021-04-01

국회는 응답하라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공직자 재산등록 결과가 발표돼 서민들의 소외감을 부채질 하고 있다.인사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5일 행정부 소속 정무직, 고위공무원, 국립대학총장, 공직유관단체장, 지방자치단체장 등 재산공개대상자 1천885명의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역을 공개했다. 공개 대상자의 평균 재산은 14억1천297만원으로 집계됐고, 종전에 신고한 재산 평균보다 약 1억3천112만원 증가했다.고위공직자의 약 80%는 지난 1년간 재산이 늘어났다. 재산이 늘어난 것은 주택·토지의 공시지가 및 주가지수 상승, 비상장주식의 평가방식 변경으로 실물자산 가치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구·경북지역 공개 대상인 시장·부시장·시의원·구청장·군수 등 고위공직자 42명의 2020년 신고 재산 평균은 13억3천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공개자 중 64.3%인 27명은 이전 신고 때보다 재산이 늘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보다 1억1천500만원이 증가한 19억2천900만원을 신고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말 기준 전년보다 4천299만5천원 줄어든 15억2천810만8천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부동산 광풍이 불어닥친 수도권과 달리 대구·경북지역의 공직자 재산은 그리 크게 요동치지 않은 셈이다. 21대 국회의원의 경우 298명 가운데 신고총액이 500억원 이상 2명을 제외한 296명의 신고재산액 평균은 23억 원대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8명꼴로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이 와중에 국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LH 5법 중 3개 법안을 처리했다.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나 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50억원 이상의 투기 이익을 거둘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공공주택특별법, LH 임직원뿐 아니라 10년 내 퇴직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가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얻은 이익의 3∼5배 벌금을 부과하는 LH법 개정안 등이다. 문제는 이날 통과된 법안은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리상 소급적용은 위헌소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가체제 아래 부를 추구하는 것은 죄가 아니며, 죄악시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공직에 있으면서 획득하게 된 정보를 이용해서 토지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며, 공직윤리에 어긋나는 범법행위다. 이런 공직자들을 엄단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을 정치권은 반드시 해소해줘야 한다. 특히 투기이익을 거둘 경우 엄벌에 처하도록 한 ‘LH법’은 소급적용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소급입법 조항이 비록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사안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공직자들의 투기에 분노한 국민의 공분을 풀어줘야 한다. LH투기 의혹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국회는 응답하라!

2021-03-25

과학과 정치 사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 백신, 과연 맞아도 괜찮을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르자 EU(유럽연합) 4대 회원국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지난 15일 AZ 코로나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오스트리아·루마니아·인도네시아 등 세계적으로 20개국이 넘는 나라가 접종을 중단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단 사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AZ 백신 접종 중단은 정치적 이유로 결정됐을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Z 백신을 홍보하던 로베르토 스페란자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독일 측의 연락을 받았다는 것. 이탈리아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을 장려하는 상황이었고, 불과 며칠 전에도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AZ 백신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이 접종을 중단했을 당시에도 “현재 시점에서는 이 백신이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15일 독일이 접종 중단을 결정한 이후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등이 접종 중단에 합류했다. NYT는 백신 자체의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공급 문제를 둘러싼 AZ와 EU의 갈등이 접종 중단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이 국가들은 AZ 백신을 접종했을 때의 이익이 위험성보다 크며 혈전을 발생시킨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해 온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어떻든 AZ 백신에 대한 접종 중단 사태가 번지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가짜뉴스가 판치는 마당이었다.설령 유럽국가들의 AZ 백신 접종 중단 결정이 과학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라 해도 ‘국민의 생명 안전이 최우선’이란 기조 아래 결정된 게 분명하다.더구나 이들 국가들은 일찌감치 백신확보 전쟁에 뛰어들어 화이자, 모더나 등 효과가 뛰어난 백신을 충분히 구비해둔 덕택에 AZ 백신 접종 중단이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4월에 AZ와 화이자 일부 물량외에 공급이 확정된 다른 백신이 없으니 어쩔 것인가.오는 11월 집단면역 계획을 위해선 울며 겨자먹기로 AZ 백신 접종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다른 나라들이 백신을 확보하느라 아귀다툼을 벌이는 동안 K방역의 우수성을 홍보하느라 한 눈 판 결과다. 당장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모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가 아닌 과학적 판단에 따라 AZ 백신 접종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다. 백신정책에 관한 한 국민 생명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가 돼야 한다.

2021-03-18

투기 막겠다던 정부, 뭐했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24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부산을 떨었던 정부다. 그 와중에 공공택지를 개발해 공급하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빼돌려 광명·시흥·과천 등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에 대거 땅 투기에 나선 사실이 밝혀졌다. 언론보도만 살펴봐도 수도권 신도시 개발예정지에서는 물밑 아귀다툼처럼 투기가 벌어졌던 모양이다.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곽상도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광명·시흥 7개동 일대 토지 실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이전 2년여간 광명·시흥 일대(7개 동)에서 땅 투기거래를 한 사람 중 LH직원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7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광명과 시흥뿐만이 아니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과천에도 LH직원들이 땅을 산 정황이 나왔고, 행정수도인 세종시에서도 투기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2018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 땅을 산단 발표 직전 외지인들이 사서 조립식 건물, 이른바 ‘벌집’ 100여채를 곳곳에 지었다고 한다. 경기도 광명시 공무원 6명과 시흥시 공무원 8명이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광명·시흥 신도시개발 예정지에 땅을 산 사실도 드러났다. LH직원 본인 명의 말고, 가족 명의로 산 땅도 다수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모두 발본색원, 일벌백계, 부당이익 환수 등을 약속했고, 정부합동수사본부가 18개 시·도경찰청, 관계기관 인력파견 등 총 770명 규모로 구성됐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해 전문적인 수사역량을 갖춘 검찰이 수사본부 구성에 빠져 있어 왠지 찜찜하다. 투기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상당수가 2기 신도시인 분당 판교와 수원광교에 있는 값비싼 집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나 투기의 뿌리를 캐다보면 어디까지 뻗쳐있을 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더구나 지금대로라면 LH직원들을 처벌하거나 이익을 환수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현행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업무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게 돼있다. 하지만 LH직원들은 이미 다른 사람도 다 알고 있는 시중의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했을 뿐이라고 주장, 내부정보를 활용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처벌 자체도 어렵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 소속 공무원과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부당이익 취득을 할 수 없도록 감독과 통제 제도가 잘 돼있는 데 반해 유독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부동산 공기업만 통제가 느슨했으니 무슨 할말이 있으랴.국민권익위가 지난 2013년 이후 19대와 20대 국회에 발의했으나 폐기된 이익충돌방지법안만 법제화돼 있어도 부당이익 환수가 한결 수월했으리라는 때늦은 후회도 있다. 이제라도 땅 투기를 일삼아온 부동산 공기업 직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철저히 이뤄져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랄 뿐이다.

2021-03-11

윤석열의 결심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총장임기 만료를 4개월 남겨두고 사표를 던진 윤석열 검찰총장 얘기다.집권여당의 검찰개혁을 빙자한 검찰장악 노력에 제동을 걸었던 윤 총장이 마침내 정치를 시작할 결심이 선 모양이다. 집권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움직임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든 직후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행보를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4일 오전 대검찰청사앞 현관에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해 정치행보에 본격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이에 앞서 전날 보수세력의 본산인 대구를 찾은 윤 총장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사회적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 뒤 중수청법을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법)이라는 4자성어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검찰의 수사권이 폐지되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하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윤 총장의 전격 사퇴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있다. 그동안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윤 총장이 돌연 대구고검을 방문해 중수청 설립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국민’과 ‘헌법’을 명분으로 권력에 대항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사퇴카드를 던졌으니 대선경선 구도에 파란이 예상된다. 윤 총장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에서 15.5%의 지지율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3.6%)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정계 진출의 뜻을 굳힌 만큼 추후 지지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이제 관심사는 윤 총장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야권의 대권후보군에 합류할 것이냐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로는 4·7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실상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권실세의 비리를 폭로하는 등의 활약으로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진영에 합류하는 방안이다. 부산표심을 겨냥해 내놓은 가덕도 특별법은 성추문으로 물러난 전임 오거돈 시장 집안이 가덕도 땅을 사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별무효과가 됐고, 서울시장 선거도 신도시 개발정보를 빼돌린 LH직원들의 땅투기 정황이 밝혀지면서 야권에 유리한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판이 왠지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급박하게 돌아간다. 대권후보 부재로 곤궁한 처지였던 야권 입장에서 윤석열의 결심은 반가운 흥행호재가 됐다.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에게도 이제 대선향방이 흥미진진해졌을 듯 싶다.

2021-03-04

정치과잉 대한민국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이명박 정부 때 영남권 민심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던 가덕도 신공항이 또다시 논란이다.4월 7일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여야후보가 모두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돼야 한다고 목청높여 외친다. 영남권 신공항은 2016년 파리공항공단(ADPi) 검증 결과 1위를 차지한 김해공항 확장안에 5개 시도가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또 다시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부산 지역의 민심을 움직일 ‘필승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 때문이다. 무리수 놓는 여당은 그렇다 치자. 야당 역시 부산지역 민심을 거스르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 이러니 국회 역시‘못먹어도 고’형국이다.국회는 이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6일 본회의를 통과시킬 전망이다. 문제는 가덕도 신공항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안정성과 시공성, 운영성, 접근성 등 공항입지검토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항목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돼도 건립은 순탄치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에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막아달라고 설득 작업에 나섰던 사실만 봐도 그렇다. 국토교통부가 대외비로 국회 국토교통위에 제출한 자료를 한번 훑어보면 가덕도 신공항은 사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 문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소요 예산은 부산시가 주장하는 7조5천억원이 아니라 28조6천억원에 달한다.현재 가덕도 신공항 사업비로 언급되는 부산시안은 국제선만 개항하고 국내선은 기존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것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관문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군시설을 포함한 국제선과 국내선 신공항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 28조6천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는 게 국토부 추산이다. 최소 3천500m 활주로 2본을 활용하는 국제선과 국내선을 설치한다 해도 15조8천억원이 든다. 또 해상공항 건립을 위해서는 산을 깎아서 바다를 메꿔야 하는 데, 이는 엄청난 환경훼손을 수반한다. 남해는 대륙붕을 지나면 수심이 급격히 깊어져 현재 기술로는 시공 자체도 어렵다.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일본 간사이 공항은 약 13m 침하로 10조원의 유지비를 써야 했다. 어렵게 완공해도 지반 침하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유지비가 드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막무가내다. 이러면 법안통과 이후부터가 문제다. 선거가 끝나고 예산초과 등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면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좌초될 게 뻔하다. 그제서야 국민들은 정치권의 공수표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듯 싶다.마냥 지켜보기만 하기에는 남의 일 같지 않다. 공항과 같은 SOC투자가 전문가들의 검토결과와 달리 여론재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정치과잉 대한민국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2021-02-25

K-방역의 민낯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코로나19 대확산 우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설 명절을 쓸쓸하고 적적하게 지내야 했다.가족 간의 정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설 명절을 보내야 했던 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직계가족이라 해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조치로 온 가족이 오손도손 세배하는 풍경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집 식구도 5명 이상이면 흩어져 외식을 하는 황당한 처지에 놓였다. 이 모두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대확산에 당황한 정부가 내놓은 즉흥적이고 비과학적인 방역기준 때문에 국민들만 생고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밝힌 코로나 집단감염 사례 통계 수치를 보면 종교시설 33%, 요양 시설 13%, 직장 11%, 실내외 체육시설 4%, 음식점·카페 2%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확산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집단감염 실태가 이런데도 소상공인 자영업 시설은 코로나 고위험 시설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영업제한 내지 금지조치로 아픔을 겪었다.이러니 야권에서는 정부의 갈팡질팡 영업제한 방침이 소상공인·영세사업자의 목줄을 죄는 참사로 이어졌다고 목청을 높인다. 한마디로 개인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를 박탈한 소위 ‘K-방역의 민낯’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5인 이상이 모여야 확산된다는 비과학적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해한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가 밤 9시나 10시 이후에 더 활성화되는 야행성이라는 주장은 누구의 생각인지 묻고 있다.스티브 잡스가 우여곡절 끝에 그가 세운 애플사로 다시 복귀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직 많은 애착과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한 물품들을 모조리 정리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웬만한 것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기 위해 버리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의 일이나 감정에 얽매였던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고, 과거를 복수하기 위해 복수에 찬 마음을 갖지도 않았다. 한 걸음 나아가 종전처럼 일에 강박관념을 갖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국 새로운 세계를 열수가 있었다. 핵심은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이다.어느 정신과 의사가 환자가 정말 퇴원할만큼 좋아졌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실험방법을 새로 개발했다.마개를 막은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 물이 차서 넘치게 한 뒤 퇴원예정인 환자의 손에 걸레를 쥐어주고 물을 닦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상적인 사람은 물을 잠그고 욕조마개를 제거한 후 물기를 닦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물이 나오고 있는 수도꼭지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넘치는 물만 부지런히 퍼다 나른다.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 해결하려는 사람은 치료가 더 필요한 사람이다.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비로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어리석은 자가 가장 나중에 하는 일을, 현명한 자는 제일 처음에 한다”고 했다.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낯뜨거운 K-방역의 민낯을 추스려 주길 바란다.

2021-02-18

국민의힘, 눈 멀고 귀 먹었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오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행보가 너무 느긋하다는 지적이 따갑다.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얼마나 한심하게 여기는 지 알고나 있을지 의심스럽다.총선 패배후 행보는 눈 멀고 귀 먹은 듯 싶다. 여당에 180석을 내주고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갓넘긴 103석(미래한국당 19석 포함)을 얻은 국민의힘이 법안심의나 예산심사에서 여당의 수적우세에 밀릴 것이란 우려는 너무 당연했다. 다수결원칙이 지배하는 국회 속성상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야당 몫으로 법사위원장을 내놓으라며 고집 피우다 관철되지 않자 아예 상임위원장을 여당에 모두 내주는 ‘벼랑끝 전술’을 펼친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여당인들 국회 원구성 관례를 무시하는 것이 어찌 찜찜하지 않았겠는가.‘이왕 이렇게 된 것, 나도 모르겠다’는 심사로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한 여당은 21대 국회 첫 해 달콤한 성과를 거뒀다. 공수처법을 통과시켜 공수처를 출범시켰고, 공정경제3법과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례의 추경도 무사통과시켰다. 초선의원이 대부분인 아마추어 야당, 국민의힘은 그제서야 ‘아차’하며 무릎치며 후회한다.내년 대권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 임하는 국민의힘 경선전략 역시 형편없다. 국민의힘이 앞서 4번의 큰 선거에서 번번이 패배한 이유가 변화를 안했기 때문이란 진단이 나왔는 데도 경선과정에서 변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다. 신뢰를 잃었는데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않는다는 얘기다.일례로 지난 해부터 ‘야당, 어떻게 재집권할 것인가’란 주제로 매주 세미나를 열어온 국민의힘 전·현직의원들의 연구모임인 ‘마포포럼’이 서울·부산시장 예비후보들을 ‘미스 트롯’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으로 토론경쟁을 붙여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는데도 당 지도부는 오불관언이다. 눈길 끌만한 이벤트 하나 없이 그저 판박이처럼 여론조사 경선에 이어, 본경선 후보 토론회로 인지도 높은 후보에 유리한 경선을 택했다.바람이 불어야 파도가 치고, 변화가 있을 것 아닌가. 설연휴가 다가오는 데도 당 지도부가 별다른 충격요법없이 밋밋한 경선일정을 진행시키려 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한 예비후보가 나섰다. 서울 25개 구청 가운데 유일한 야당소속 현직 구청장으로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조은희 예비후보가 설 연휴 전 모든 후보들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리얼리티 쇼 형식의 토론회를 설연휴 전과 기간중에 개최해 국민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인 설 연휴 밥상민심을 장악하는 측이 보궐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아래 내놓은 ‘기습전술’ 내지 ‘이슈선점 전략’이다. 당에서 나서지 않더라도 본경선에 오를 후보끼리라도 합의해 설연휴 전에 후보토론회를 열어 설밥상 민심을 주도하자고 했다. 국민의힘이 경선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국민의힘이 눈 멀고 귀 먹었나 두고 볼 일이다.

202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