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확산 우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설 명절을 쓸쓸하고 적적하게 지내야 했다.
가족 간의 정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설 명절을 보내야 했던 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직계가족이라 해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조치로 온 가족이 오손도손 세배하는 풍경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집 식구도 5명 이상이면 흩어져 외식을 하는 황당한 처지에 놓였다. 이 모두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대확산에 당황한 정부가 내놓은 즉흥적이고 비과학적인 방역기준 때문에 국민들만 생고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밝힌 코로나 집단감염 사례 통계 수치를 보면 종교시설 33%, 요양 시설 13%, 직장 11%, 실내외 체육시설 4%, 음식점·카페 2%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확산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집단감염 실태가 이런데도 소상공인 자영업 시설은 코로나 고위험 시설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영업제한 내지 금지조치로 아픔을 겪었다.
이러니 야권에서는 정부의 갈팡질팡 영업제한 방침이 소상공인·영세사업자의 목줄을 죄는 참사로 이어졌다고 목청을 높인다. 한마디로 개인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를 박탈한 소위 ‘K-방역의 민낯’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5인 이상이 모여야 확산된다는 비과학적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해한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가 밤 9시나 10시 이후에 더 활성화되는 야행성이라는 주장은 누구의 생각인지 묻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우여곡절 끝에 그가 세운 애플사로 다시 복귀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직 많은 애착과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한 물품들을 모조리 정리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웬만한 것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기 위해 버리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의 일이나 감정에 얽매였던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고, 과거를 복수하기 위해 복수에 찬 마음을 갖지도 않았다. 한 걸음 나아가 종전처럼 일에 강박관념을 갖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국 새로운 세계를 열수가 있었다. 핵심은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환자가 정말 퇴원할만큼 좋아졌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실험방법을 새로 개발했다.
마개를 막은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 물이 차서 넘치게 한 뒤 퇴원예정인 환자의 손에 걸레를 쥐어주고 물을 닦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상적인 사람은 물을 잠그고 욕조마개를 제거한 후 물기를 닦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물이 나오고 있는 수도꼭지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넘치는 물만 부지런히 퍼다 나른다.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 해결하려는 사람은 치료가 더 필요한 사람이다.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비로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어리석은 자가 가장 나중에 하는 일을, 현명한 자는 제일 처음에 한다”고 했다.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낯뜨거운 K-방역의 민낯을 추스려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