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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의 딜레마

등록일 2021-07-01 18:50 게재일 2021-07-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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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국민들의 혈세로 만든 재원을 잔치집 떡 갈라주듯 나눠줬다간 민심의 철퇴를 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로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들에게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80%로 결정했다. 당정이 합의한 소득 하위 80%는 가구소득 기준으로, 상위 20%는 국민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한다. 소득 상위 20%에 속해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되는 가구는 약 440만 가구이고, 역산하면 1천700여만 가구가 지급 대상이 된다. 1인당 지급 금액은 25만~30만원 정도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하위 10% 저소득층 약 200만 가구에는 평균보다 더 지원된다. 여기서 하위 80% 기준선은 소득 기준으로 대략 1억원 정도다. 가구당 소득 1억원이면 중산층 이상 생활이 가능한 데, 재난지원금이 왜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서는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봉급생활자들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이 된 이후 ‘눈먼 돈’구경을 못해본 처지여서인지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포퓰리즘 정책의 무서움이다.

이 와중에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법이 끝내 소급 적용 조항이 빠진 채 국회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논란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소급 적용 조항을 뺀 손실보상법을 지난달 28일 의결했고, 이 법은 전날 법제사법위에서도 야당인 국민의힘의 퇴장 속에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영업 제한 등 정부의 방역 관련 행정명령에 따라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보상한다는 게 골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해 8월 이후로 소급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소급 적용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이면에는 재원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가 더 컸을게다. 소상공인 피해를 소급적용해 손실보상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100조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가채무의 급증으로 부담스런 정부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않은 선택이다. 정부는 그대신 과거 손실에 대해선 ‘피해 지원’형태로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손실보상’논리로 가면 집합금지,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업종과 행정명령은 없었지만 실제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한 관광·여행 업종은 다르게 지원될 수 밖에 없고,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19세기 서양철학자인 쇼펜하우어는 “너무 확신에 차서 자기 의견만 고집하지 마라. 어리석은 자는 무언가를 확신하고 있으며, 무엇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자는 모두 어리석다.”라고 했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의는 어느 쪽을 택하든 최선의 방안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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