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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윤석열

등록일 2021-04-29 20:23 게재일 2021-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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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여론조사서 대선후보 적합도 1위로 나오는 윤 전 총장이 매우 유력한 대권주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윤 전 총장의 대권가도는 아직 멀고도 멀다. 윤 전 총장이 맞닥뜨릴 가장 큰 난관은 아직 한번도 정치권의 검증대에 오른 경험이 없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우리 정치권의 인물검증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장관직을 맡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국회 인사청문회지만 그 험난함 때문에 고사하는 이들이 많아 장관 후보를 뽑기가 어려울 정도다.

실제로 학계에서 명망이 높은 분이나 고위공직자로서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온 이들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허망하게 낙마한 경우가 적지않다. 대표적인 게 자녀병역 특혜나 학위논문 표절, 친·인척의 부동산 투기행위, 아이들 학군배정과 관련한 위장전입, 기타 업무와 관련한 특혜시비 등이다. 예전에는 논문을 쓸 때 표절여부를 그리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았기에 학계 출신의 상당수는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고위공직자 자녀들 상당수가 병역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아파트나 땅 투자로 재테크한 경우 역시 부동산 투기란 비판을 받았고,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명문학군에 위장전입했던 사실이 발각돼 낙마한 경우도 많았다. 정작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업무적 능력이 문제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국회 인사청문회는 약과다.

대권고지를 향한 인물 검증은 강도 자체가 다르다. 정치권 전체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물고뜯는다. 당연히 훨씬 가혹한 기준이 적용된다. 지난 대선 때 대선출마의 뜻을 밝히며 귀국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대선 불출마선언을 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당시 반 전 총장은 국외에서 주로 활동을 했기에 정치적인 공격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었고, 외교장관에 임명될 때도 청문회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래서 대권 출마선언 직후부터 시작된 반(反) 반기문 세력의 파상공세가 더욱 힘겹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물론 윤 전 총장은 반기문 전 총장과는 달리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있으며, 윤 전 총장에 필적할 만큼 지지율 높은 후보가 아직 없다는 것은 큰 메리트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 힘으로 입당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야 하는 게 부담이다. 당내에서 이끌어 줄 친윤파 의원이나 조직도 없어 후보로 확정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석열 신당을 만드는 것도 정치신인으로서 쉽지않은 일이다. 이 와중에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은폐·축소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된 전력이 있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29일 자신을 기소한 윤 전 총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정치권 검증의 신호탄일 뿐이다.

윤석열에 대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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