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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귀 큰 임금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신라 제48대 임금인 경문대왕은 귀가 나귀의 귀처럼 길었다. 왕은 왕관속에 귀를 숨겨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으나 왕관을 만드는 복두장만은 예외였다. 평생 비밀을 지키던 복두장은 죽음이 임박하자 도림사의 대나무숲에 가서 목청껏 외쳤다.“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곤 했는 데, 경문대왕은 그 소리가 싫어서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고 한다. 이 설화에서 커다란 임금님의 ‘귀’는 왕의 허물을 뜻한다. 아무리 지엄한 왕의 허물이라도 끝내 숨길 수는 없다는 뜻이다.어떤 정부나 국가지도자도 항상 옳을 수는 없다. 선의를 갖고있다해도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 그럴 때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하지만 권위적인 정권은 다른 의견에 대해 집권세력을 방해하기 위한 공격으로만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반대의견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경직돼있다.현 정부가 어느때부턴가 잘못을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근로자의 소득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림으로써 나라 전체의 소비를 진작시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 중소기업은 물론 영세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불렀다. 어느덧 소주성 정책은 슬며시 사라졌다. 부동산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권 집값상승을 막으려면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깡그리 무시하고 대출규제, 세금폭탄 등 규제정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수도권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제서야 공급위주 정책으로 바꾸겠다면서도 정책실패로 고통받은 국민들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가 없다. 후안무치다.‘정관의 치세’로 태평성세를 구현한 당 태종은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생김새를 볼 수 없듯이 신하들의 간언이 없으면 정치적 득실에 관해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고 했다. 먹줄이 있으면 굽은 나무가 바르게 되고, 기술이 정교한 장인이 있으면 보옥을 얻을 수 있듯이 시세를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진 신하의 충언은 군주를 바로 서게 할 뿐 아니라 천하를 태평성대로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하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충성스런 간언을 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 18일 각본없이 질문을 받겠다며 시작한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가진 조·중·동은 물론 대구 경북과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언론은 단 하나도 지명하지 않았다. 그저 정부에 우호적인 논조의 일부 신문과 인터넷언론·해외언론 등에 질문권이 주어졌다. 그저 눈가림식이다. 이래선 안된다. 임금님의 귀가 크면 어떤가. 큰 귀로 민초들의 얘기를 더 듣자. 그리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고, 고치면 될 일이다. 귀 큰 임금님의 큰 귀는 허물이 아니다.

2021-01-21

오지 않는 철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서울시장 선거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여야가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 승부와 직결돼있기 때문이다.이제 최대 화두는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까’다. 현재 국면은 국민의힘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후보단일화에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당 외부 인사의 합류가 가능하도록 경선룰까지 바꿨다. 당내 일각의 반발을 무릅쓰고 보궐선거 후보 본경선을 전국민경선 100%로 치를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바라는 그림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합당하는 형식으로 후보경선을 치러 야권 단일후보를 내자는 것이다. 반면 안 대표는 중도 외연확장을 위해 입당이나 합당에 반대하면서 “나 아니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직 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야권 후보가 단일화돼야 한다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안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가 가능할까.미래를 알려면 과거 정치적 행보를 되짚어보자. 안 대표는 그동안 우파 보수쪽에는 거부하거나 자신만을 고집하고, 좌파진보에 대해서는 후보를 양보하거나 사퇴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지난 2006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으나 야멸차게 거절했다. 그랬던 그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선언도 않은 상태에서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50%까지 치솟았으나 지지율 5%에도 미치지 못한 박원순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중도에 사퇴해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선물했다.최악의 패착은 2018년 6월 13일에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였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시장이 3선도전에 나섰고, 야당에선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출마해 3파전으로 치러졌다. 최종 득표율은 박원순 52.7%, 김문수 23.3%, 안철수 19.5%였다. 당시 김문수·안철수 두 야당 후보간 단일화작업이 진행됐지만 안철수 후보가 자신이 야당 후보가 돼야 한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끝내 단일화가 무산됐다. 가뜩이나 그때 선거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에 치러진 데다, 선거 바로 전날 싱가포르에서 트럼프-김정은 간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야당이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해도 두 야당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기만 했다면 승부는 박빙이거나 뒤집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의원은 최근 SNS에서 국민의힘이 안 대표의 페이스에 끌려들어가고 있다며 “철수는 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영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를 차용한 표현이다. 김 전 의원은 안 대표가 말하는 단일화의 의미가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부동산값 폭등으로 상처받은 서울민심을 아우를 수 있도록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선거를 치르는 방법뿐이다.‘오지않는 철수’를 향한 구애가 뜨거울수록 철수의 마음은 멀어질 뿐이다.

2021-01-14

대통령, 어디 있나요?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대통령,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청와대를 오래 출입한 탓에 필자에게도 ‘타박성’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달리 대답할 말이 없다. 그저 “청와대서 근무중”이라 답할 수 밖에….돌이켜 보건대 문재인 정부들어 여러 정책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집값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던 공약과는 달리 수도권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세입자 편들려고 만든 임대차3법도 역효과를 내는 바람에 서민들이 전세대란의 고초를 겪고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시지가 현실화가 추진돼 종부세와 재산세가 크게 올랐다. 세금폭탄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영세소상공인들의 목줄을 죄고있다.‘멀쩡히 근무 잘 하고 있는’ 대통령을 찾는 목소리가 처음 크게 들린 것은 지난 해 9월 서해상 실종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 총격 사망 사건때였다.국민의힘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시위 첫 주자인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 건가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또 조국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임명해 검찰개혁을 한다며 검찰총수를 찍어내려다 법원의 제동에 막혀 허둥지둥하는 행태 역시 꼴불견이다. 정권 초기, 적폐청산에 앞장세웠을 때 그토록 신임하고 예뻐했던 윤석열 총장이 아니었던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의혹 등 권력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사를 멈추지 않자 법무장관을 앞세워 찍어내려다 실패한 모양새다. 대통령이 세운 총장, 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을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했다. 정치적 부담을 덜려다 더 흉한 꼴이 됐다.동부구치소 생지옥사태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주무장관인 추미애 법무장관은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고도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다가 확진자가 1천명에 이르고, 사망자까지 나오자 그제서야 슬며시 사과문을 냈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구치소 특별 점검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한다. 백신확보가 늦어진 데 대한 국민들의 질타가 잇따랐을 때도 청와대는“대통령은 해외백신 구입하라고 수차례 지시했다”고 변명했다. K방역이 세계를 선도한다며 자랑하던 문 대통령이 아닌가. 대통령이 수 차례 지시했는데 아랫사람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면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레임덕이다. 또 만일 대통령이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둘러댄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레임덕보다 더한 거짓말이다.최근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애드벌룬으로 띄우자 강성‘친문’이 펄쩍 뛰었다. 대통령은 모른척 입을 다물었다. 대통령의 리더쉽이 아쉽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래서 홀로 묻는다. “대통령, 어디 있나요?”

2021-01-07

역지사지(易地思之) vs 화이부동(和而不同)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왼쪽에 있는 사람보다 오른쪽 부분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사물을 보는 시야의 범위가 위치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자신만 볼 수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왼쪽에 있는 사람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직접 볼 수 없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왼쪽에 있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이처럼 물리적 시야의 한계에 의해 생기는 오해는 어떻게 하면 될까.해답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즉, 서로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바꾸면 상대가 얘기한 것들을 직접 볼 수 있어 상대의 말을 곧바로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의 시야가 서로 다를 경우는 어떨까. 선입관이나 고정관념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왜냐하면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을 바꾸려면 마음이 서 있는 자리를 역지사지해야 가능한 데, 상대의 마음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럴 때도 서로 정면대치하며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해법은 있다. 서로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바로‘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상대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틀렸고 내가 옳다고 계속 고집을 부리면 두 사람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결정과 추 장관의 사의표명으로 일단락되는 듯하다.문제는 이제부터다. 윤 총장이 17일 징계 처분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해 법적공방에 나섰기 때문이다.이쯤에서 추-윤 사태를 둘러싼 두 당사자의 입장을 짚어보자. 정부 여당은 윤석열 검찰이 조국 일가 수사와 원전 수사의 예에서 보듯 산 권력이나 정권 관련 수사에는 물불 안 가리면서 야권 수사나 검사 술 접대 수사, 윤 총장 장모와 부인 수사 같은 제 식구 수사에는 미온적이라고 눈엣가시로 본다. 즉, 검찰이 관심 많은 사건에만 매달리면서 조직을 보호하는 동시에 정치판을 흔드니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윤 총장을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다.반면 검찰은 “산 권력도 봐주지 말고 수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에 따라 마땅히 할만한 수사들을 했을 뿐인데 적폐수사 땐 힘을 실어줬던 여권이 돌변해 윤 총장을 부당하게 찍어내려 하고,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하려 든다고 여긴다. 결국 집권세력은 검찰이 독립성·중립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무간섭 향유를 의미한다는 것이고, 윤 총장 측이 보는 집권세력의 민주적 통제란 검찰 길들이기 내지 검찰장악을 뜻할 뿐이다. 이처럼 서로를 보는 마음의 시야가 다르니 충돌은 피할 수 없다. 무릇 정치는 화이부동해야 하건만….이러니 과연 이 나라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 할 수 있겠는가.

2020-12-17

입법독재의 부메랑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마침내 수적 우세를 앞세워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173명과 민주당에서 탈당하거나 제명된 의원 3명, 그리고 군소정당 의원을 총동원해 국회 재적의원의 5분의 3인 180명을 넘는 의원이 동원돼 야권의 비토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공수처 설치 자체에 대해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간에도 찬반의견이 갈리는 상황이지만 민주주의가 다수결원칙이니 다수당을 차지한 여당의 뜻대로 공수처법이 통과될 것은 이미 예견된 바다. 그러나 여야가 서로 다른 의견이면 조근조근 의논해 합의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 합의안을 도출해내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 표결에 붙여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이 아닌가. 여당이 수적 우세를 누리고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토론절차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으니 ‘입법독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사실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불편한 제도다. 국민들은 국회를 평가할 때 ‘효율성없다’ ‘빨리 답을 내리지 못한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다양한 민의를 수렴해야 할 국회는 지도부 몇 명의 합의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수백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법안을 심의하면서 빨리빨리 답을 내리는 효율성과 결과주의를 지향해서는 결코 안된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 수적 우세를 무기로 시끄럽고 불편한 민주주의 방식을 버리고, 입법독재의 급행카드를 사용한 것이다.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에 관한 한 여야가 모두 ‘어떤 정권, 어떤 인사의 죄악을 덮어주거나 과장할까’ 우려한다는 점은 같다. 차이점은 공수처 신설을 주장하는 여당은 검찰이 비리의 주역이니 검찰을 감독할 공수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신설될 공수처 자체가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핵심인사들의 잘못을 덮고, 야당을 탄압하는 기관이 될까 우려한다는 점 뿐이다. 결국 다같이 나라걱정을 하는데, 개선방법 자체에 대한 의견이 확연히 갈리는 모양새였다. 이런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게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의 공수처법 관련 발언이다. 천 전 대표는 “검찰이 강력하게 견제되지 않으면 세상의 정의는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며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그들의 이해에 따라 어떤 정권, 어떤 인사의 죄악을 덮어주기도 한다. 또 어떤 정권, 어떤 인사의 잘못은 과장하기도 또 조작하기도 한다”고 했다. 언뜻보면 야당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어쨌든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민주적인 입법행위를 해야할 국회가 서로 지켜야 할 정치적 합의나 약속, 신뢰를 무너뜨리고 만든 공수처법이 당장은 정부여당의 칼날로 요긴하게 쓰일지 모른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다. 국민들은 결코 개돼지나 바보가 아니란 야당의원들의 외침도 귀에 쟁쟁하다. 만약 머지않은 미래 총선에서 야당이 5분의 3이상 의석을 차지했다고 생각해보라. 그제서야 제 꾀에 넘어간 여우꼴이 된 민주당은 입법독재의 부메랑을 정면으로 맞게 될 것이다.

2020-12-10

검찰개혁VS검찰장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추미애-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정치권을 뒤흔들며 클라이맥스로 달려가고 있다. 이 사태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에서 배제한 명령의 효력을 임시로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직무에 복귀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대전지검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여권이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해 왔던 원전 수사와 관련, 구속영장 청구라는 초강수를 두며 강제 수사에 나선 셈이다. 원전 자료를 대량 삭제한 해당 공무원들이 구속되면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을 비롯한 청와대 등 윗선으로 수사가 뻗어나갈 것이 자명해진다. 검찰이 여권 전체에 대항해 맞선 형국이며, 꼬리가 머리를 휘두르는 형세다.청와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절차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표를 낸 고기영 법무차관의 후임을 하루 만에 임명했다. 이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법무부 징계위가 해임·면직 등 중징계를 결정하고, 문 대통령이 재가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다.추-윤 갈등 사태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문 대통령이 직접 정국을 매듭짓겠다는 신호다. 어쨌든 추-윤 갈등의 결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해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추미애 법무장관, 혹은 청와대의 승리일 수 있을까. 오히려 추미애의 위기는 윤석열 사퇴 시점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평검사들이 웅성대고 연판장이 돌고 검사장들이 줄사퇴를 한다해도 추 장관은‘예상했던 저항’이라며 코웃음 칠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과거 검란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광장의 여론이 검찰에 호응할 수 있다. 이미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를 정도의 팬덤을 가진 윤석열의 수족을 추미애가 잘라내고, 윤석열이 사표를 던지는 국면이 상당수 국민들에게는 ‘검찰 장악’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리은폐’나 ‘독재’란 야권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럴 경우 조국사태 때보다 더 높은 강도의 반정부 집회가 들불 일 듯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추미애의 위기라기보다 청와대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에 따른 조치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검찰총장 임기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윤 총장이 추가 소송전에 나서고 야당이 반발하면 더 큰 후폭풍이 몰려올 수 있다.엎친데 덮친격이랄까. 추-윤 갈등이 한창인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도 정부여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나란히 현 정부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대목에서 현 정부를 지지했던 국민들은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정부여당의 강압적인 조치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검찰개혁일까, 아님 검찰장악일까.

2020-12-03

반간계(反間計)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춘추시대 손무가 쓴 손자병법에는 36계가 있다. 이중 반간계는 33번째 계책으로, 적의 첩자를 역이용해 적을 속이는 기만전술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주유가 펼친 반간계다. 조조는 오나라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주유의 친구이자 자신의 참모인 장간을 주유에게 보냈다. 주유는 장간과 함께 술을 마시고 취해 자는 척하며 채모와 장윤이 보낸 것처럼 꾸민 편지를 흘렸다. 여기에다 황개를 고육계로 활용해 조조로 하여금 채모와 장윤을 오나라의 첩자로 오판하게 했다. 결국 반간계에 넘어간 조조는 수전에 강한 장수인 그들의 목을 쳤고, 그 결과 적벽대전에서 조조는 참패를 당했다.우리 역사에도 ‘요시라의 반간계’가 등장한다. 정유재란이 일어났던 1597년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는 첩자 요시라를 경상좌병사 김응서에게 보내 자신의 라이벌인 가토 키요마사가 어느 날 부산포를 거쳐 일본으로 가는데 조선 수군이 지키고 있다가 공격하면 그를 잡아 죽일 수 있다고 알려줬다. 김응서는 도원수 권율에게 보고했고, 권율이 이를 조정에 보고하자, 조정은 이순신에게 전함을 이끌고 나가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적의 계략이란 것을 간파한 이순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선조는 왕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순신을 서울로 압송했고, 원균이 수군을 지휘하게 됐다. 원균은 칠천량 전투에서 왜군에 대패해 12척의 전함만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다. 이 전투로 조선수군은 괴멸상태에 빠졌고, 조선의 유능한 수군 장수들이 대부분 전사했다. 이처럼 반간계는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기만술이다.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최근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대립을 반간계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있다. 홍 의원은 윤석열 검사를 앞세워 소위 국정 농단 수사로 보수와 우파 진영을 궤멸시켜 놓고,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만들어 윤 총장을 반대 진영의 주자로 세우도록 야권 분열을 작업한 후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3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 역시 진보진영 정당의 33계 반간계에 걸린 결과로 보고있는 보수지지층에겐 매우 흥미로운 해석으로 읽힐 듯 싶다.어쨌든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정지 조처를 한 데 대해 검찰과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다. 26일 오전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 전국 고검장 6명이 성명서를 통해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 명령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대검 중간 간부 27명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는 위법 부당하다”고 했고, 전국 10여 곳의 검찰청에서는 평검사 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 중이어서 자칫 ‘검란’으로 치달을 태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조처가‘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맞대결이 이 나라를 우스운 꼴로 만들고 있다. 국민들은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참아내야 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2020-11-26

코로나 음모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코로나19가 빨리 잡혀야 할텐데….”하루에도 몇번씩 중얼거리는 혼잣말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300명으로 넘어가고, 수도권과 강원도는 1.5단계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됐다. 이대로라면 또 다시 2단계로 강화될 듯 싶다.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실시되면 식당이나 커피숍, 스크린골프장, 노래방, 당구장 등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니 그들의 고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고통을 받아온 영세소상공인들의 한숨과 고통이 더 깊어지면 그들이 무슨 희망으로 버티어낼까.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우리의 삶과 생활을 옥죄도록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정부여당은 K방역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세계가 한국의 방역체계를 배워가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다른 나라의 코로나 확산상황과 대처방향 등을 짚어보니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하는 듯하다. 하루에 1만5천 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는 독일만 해도 올해초 1차 셧다운에 이어 최근 확진자가 급속히 늘면서 11월초부터 11월말까지 2주간 2차 락다운이 선언됐다. 락다운 기간에는 관광목적의 호텔 숙박이 금지되고, 바, 클럽, 술집, 디스코텍 등과 레스토랑은 문을 닫으며, 테이크아웃과 배달운영만 가능하고, 극장, 오페라, 콘서트 하우스 등 여가시설은 모두 문을 닫는다. 피트니스, 개인스포츠시설, 수영장, 물놀이시설, 영화관, 박람회, 놀이공원도 닫고, 학교와 유치원은 방역조치와 함께 조심스럽게 운영한다. 상점은 입장객 조정과 방역용품, 대기줄을 조정하면서 제한적으로 운영토록 한다. 물론 실내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고, 이를 어겼을 때는 벌금 5천유로(한화 658만원)를 물린다. 한국의 코로나 대처방법과 비슷하고, 마스크 미착용시 벌금은 더욱 무겁게 물린다. 이런데도 미국이나 유럽의 상황에 비해 훨씬 경미한(?)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나치게 국민들을 겁박하며,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며 코로나 음모론을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정부가 있지도 않은 코로나 환자를 긴장감 조성을 위해 늘렸다 줄였다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을 제기하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 음모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기반을 둔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의 일부란 설에서부터 미국 CIA가 만든 생물학무기라는 설까지 여러가지다. 그러나 이같은 음모론은 낭설로 드러났다. 한때 안면마스크가 코로나 예방의 효과가 없다는 가짜뉴스 역시 전세계에서 코로나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니 얼추 사라졌다.정부가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있을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코로나 음모론은 터무니없는 망상일 뿐이다. 하지만 음모론은 언제나 사람들의 의심병에 들러붙어 순식간에 세를 불린다. 그러니 정부는 하루빨리 코로나치료제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준비해 코로나 공포에서 국민을 해방시켜주길 바란다.

2020-11-19

윤석열 대망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윤석열 대망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1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아직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은 윤 총장의 차기 지지율이 24.7%를 기록,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2.2%)와 이재명 경기지사(18.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지지율이 급등했다.여야 정치권은 그야말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형국에 빠져들었다. 우선 여권은 윤석열 지지율 1위를 애써 폄하하면서도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을 초래하면서 윤 총장의 몸값만 올려준 결과가 됐다고 성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감찰 지시 등에 잇따라 나서면서 불필요하게 전선을 확대한 것이 실책이란 지적들이 많다. 정세균 총리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에 대해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겠다.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제1야당인 국민의힘 분위기는 여권보다 좀더 복잡미묘하다. 민심이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선 모양새란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국민의힘 내부 주자가 아니라는 점이 딜레마다. 윤석열 대망론은 새 인물과 정권 탈환을 고대하는 보수층의 갈증에 당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석열 대망론은 저조한 지지율 아래 관망세를 유지해온 당내 대권잠룡들의 행보를 재촉하는 효과는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현직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틈날 때마다 중앙 정치 무대를 향해 경제 교육 정책 관련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도심재개발을 통한 서울 집값 안정정책, 대학생 지하철교통비 반값정책 등을 내세우며 대권도전을 선언한 데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1일 킹메이커 역할을 자치하고 있는 야권 최대모임인 ‘마포포럼’ 강연에서 ‘야권연대 플랫폼’ 을 구성하자며 대통합주장을 펼쳤다. 또 야권 잠룡중 TK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은 오는 16일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자’ 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자신의 강점인 ‘경제 전문성’ 부각에 나서는 한편 오는 26일 마포포럼에서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 닿아있다.대선이 1년여 넘게 남은 시점에서 급부상한 윤석열 대망론이 어떻게 결말지어질까.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말한 것처럼 2017년 대선 1년 전쯤인 2016년 5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뒤 사라졌던 ‘제2의 반기문 효과’로 귀결될 지, 윤 총장이 특정 시점에 전격적으로 대선 경선에 뛰어들어 새 국면을 이끌어 나가게 될 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윤석열 대망론은 보수층이 새 인물과 정권탈환을 바라고 원한다는 점을 웅변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2020-11-12

대도무문의 정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진나라 시황제를 섬기던 조고란 환관이 시황제가 죽자 유조를 위조해 태자 부소를 죽이고, 나이 어리고 어리석은 호해를 황제로 옹립했다. 조고는 호해를 온갖 환락 속에 빠뜨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다음 교묘한 술책으로 승상 이사를 비롯한 원로 중신들을 처치하고 자기가 승상이 되어 조정을 한 손에 틀어쥐었다. 어느날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자를 가리기 위해 술책을 썼다.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호해한테 말했다. “폐하, 저것은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폐하를 위해 구했습니다.” “승상은 농담도 심하시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니 무슨 소리요?” “아닙니다. 말이 틀림없습니다.” 조고가 짐짓 우기자, 호해는 중신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니, 여러분들 보기에는 저게 뭐 같소? 말이오, 아니면 사슴이오?” 그러자 대부분의 신하들은 조고가 두려워 “말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나마 바른 말을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은 “사슴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한 사람을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가 엉뚱한 죄를 뒤집어 씌워 죽여 버렸다. 그러고 나니 그 이후에는 누구도 감히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자가 없게 됐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해도 바른말을 못할 정도로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말한다.더불어민주당이 성추행 사건으로 유고가 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전당원 투표를 실시, 고작 26% 당원이 투표에 참여해 80%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보였다는 이유로 당헌을 바꿨다. 심지어 ‘전체 3분의 1 이상 투표와 과반 찬성’ 이라고 규정된 당규가 당헌 개정에 걸림돌이 되자 ‘전당원 투표’ 라기보다 ‘의견수렴절차’ 라고 얼버무린 채 당헌을 바꾸고 말았다. 현대판 ‘지록위마’다. 민주당 내 입바른 소리를 내던 금태섭 전 의원이 탈당한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2015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재보선에 귀책사유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자 ‘정의로운 결단’이라 열광했던 민주당원들이 5년 만에 이를 번복·폐기하는 투표에 압도적인 찬성을 했다니 쉽게 믿어지지 않는 얘기다. 무엇보다 기존 민주당 대권주자들에 비해 비교적 온건한 정치 행보로 중도보수층의 지지도 적지않게 받아온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번 사태에 앞장서 총대를 멨다는 게 실망스럽다. 대통령 선거에 나설 인사가 정략적인 결정을 위해 꼼수같은 전당원 투표로 당헌을 뜯어고쳐 귀책사유 있는 선거에 후보를 공천키로 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결정이다.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민주당의 꼼수 정치, 배반의 정치를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 이라고 비판했다. ‘원조 친노’(친노무현) 인사로 꼽히는 유인태 전 의원도 “지금의 정치 세태가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탐욕스러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정치는 ‘대도무문’ 이라 했다.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를 지키면 숨기거나 잔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대도무문의 정치다.

2020-11-05

정치의 이상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현대에서 정치의 이상향은 어떤 것일까.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우물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먹으니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 있으랴.” 태평성대의 대명사 격인 ‘요순시대’의 격양가에는 좋은 나라, 좋은 지도자란 서민들이 나랏일 신경 안 쓰고 자기 일만 하게 하는 존재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인류역사상 정치가 있는 듯 없는 듯 여겨졌던 날이 며칠이나 있었을까. 인류 역사는 권력투쟁의 역사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이 나라 민주주의 역사도 피와 땀으로 얼룩져있다. 일제로부터 광복이후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었고, 자유당 정부의 방종과 혼선에 이어 5·16혁명을 거친 군부정권의 경제개발, 그 이면에 독버섯처럼 피어난 독재, 문민정부 시대로 바뀐 이후에는 지역과 지역, 보수와 진보진영으로 나뉘어 격돌해온 정치판이다. 문제는 국민의 힘으로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한 이후다. 어찌된 일인지 이 나라는 아직도 한마음 한뜻으로 국론을 모으지 못하고 정쟁을 거듭하고 있다.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에 ‘정치, 하지 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무척 진솔한 성품의 노 전 대통령은 그 글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살아온 자신의 고뇌와 고통을 가감없이 털어놨다.그는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를 위해 가치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가 이룬 결과가 생각보다 보잘것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 이라고 진단했다. 바로 노 전 대통령 자신이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그 결과를 촌평한 것 처럼 느껴진다. 특히 그는 “정치인이 가는 길에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거짓말의 수렁, 정치자금의 수렁, 사생활 검증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 등의 난관과 부담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이 가운데 ‘이전투구의 수렁’ 에 대한 설명에서 그는 “정치인은 왜 그렇게 싸우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민주주의 정치구조가 본시 싸우도록 돼 있기 때문에 싸우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독재시절에는 여야의 싸움을 전쟁처럼 감시하고, 조사하고, 죄를 씌우고, 감옥에 보냈다.패자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으니 전쟁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는 싸움이 전쟁에서 게임으로 바뀌어 패자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민주주의라고 해도 정쟁을 전쟁으로 하던 적대적 정치문화의 전통이 남아있고,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큰 나라에서는 싸움이 거칠어지고 패자에 대한 공격도 가혹해지기 마련이라는 설명도 덧붙었다. 어쩌면 자신의 운명마저도 예측한 듯한 내용이어서 마음 짠했던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동지로서 평소 “정치하지 마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을 법한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다가 야당의원들로부터 냉대와 야유를 받았다. 민주주의가 원래 비효율적이고, 시끄러운 정치시스템이라 했던가. 이상적인 정치를 꿈꿔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인 문 대통령의 소회가 새삼 궁금해진다.

2020-10-29

재갈 물린 정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얼마전 ‘한국 진보통치자들이 발산한 내면의 권위주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을 평가하면서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남의 비판은 못 참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1425년 세종대왕의 어록에서 “나는 고결하지도, 통치에 능숙하지도 않소. 하늘의 뜻에 어긋날 때도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보고, 내가 그 질책에 답하게 하시오”라는 구절을 인용해 문재인 정부에 뼈아픈 조언을 던졌다. 진보진영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정부보다 평등하고 개방적이며, ‘이견에 관대할 것’을 약속해놓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민주당 내 비판을 참지 못하는 기류는 민주당 내 친문 세력, 강성 지지자들의 폐쇄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았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이런 분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금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국민들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온라인 중심의 친문 강성 지지자들은 당내 비판을 하는 의원들에게도 ‘문자테러’등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두고 “병역은 국민의 역린”이라고 비판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나 추 장관의 대응방식을 비판했던 조응천 의원도 친문세력들의 표적이 돼 “차라리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막말까지 들었다. 민주당 내 자성을 위한 목소리에 재갈이 물린 셈이다.옛 중국 주나라 여왕이 재위 34년째인 기원전 844년, 괵공 장보와 영이공을 등용해 산과 숲·하천·호수를 모두 왕의 소유로 선포하고, 평민은 거기에서 고기를 잡거나 사냥을 하는 것은 물론 땔나무조차 벨 수 없게 했다. 백성의 재물을 수탈하고 가혹한 형법을 시행하기를 밥 먹듯 했다. 소목공(召穆公)이 “백성이 포악한 명령을 견디지 못하여 분노의 목소리가 크다”고 간했으나 왕은 오히려 노여워하며 위(衛)나라의 무당을 불러 비방하는 자들을 감시하게 하고, 고발이 들어오면 죽였다. 소목공은 다시 이렇게 간했다. “백성에게 입이 있는 것은 대지에 산천이 있어 거기에서 모든 재물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백성들이 마음껏 말하도록 하면 정치를 잘 하고 못함이 다 반영되어 나옵니다. 좋은 일을 밀고 나가고 잘못된 일을 방지하는 것은 대지에서 재물과 의식을 생산하는 것과 같습니다”얼굴없는 입이 난무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건전한 당내 비판을 막아서는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분위기는 언로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입에 재갈을 물린 채 이뤄지는 정치는 폭정이거나 독재, 둘 중에 하나일 수 밖에 없다.

2020-10-22

대통령의 편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북한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족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위로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얼마전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수부 공무원의 아들인 이 모 군이 문 대통령에게 쓴 편지의 답장 형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A4 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면서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월북’으로 판단한 해경 수사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된 만큼 관련 수사를 조속히 종결해 달라고 촉구했다.야당도 개탄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대통령의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국민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지켜줄 대통령이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 했다.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뿐”이라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농사지으러 양산 가시는 길에 들러 ‘꼬옥’ 한 번 안아 주시면 좋았지 않았겠느냐”고 힐난했다. 날선 비판에 당황한 청와대가 “친필메모로 쓴 편지내용을 타이핑해서 전자서명해 보내는 게 관례”란 말로 해명했지만 왠지 마음에 확 와닿지 않는다.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이 기억에 떠올랐다. 영화 무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가 있는 이탈리아 베로나. 작가 지망생인 소피는 약혼자 빅토와 함께 베로나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 있는 ‘줄리엣의 발코니’의 돌벽에 비밀스러운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써서 붙이는 전 세계의 여성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줄리엣의 비서’를 자처하는 이탈리아 여자들은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수거해 온 편지에 일일이 손편지로 답장을 썼다. 작가를 꿈꾸는 소피 역시 그 틈에 끼어들어 손편지 쓰는 일을 돕는다. 그러다 돌 틈에서 우연히 50년 전 쓰여진 낡은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소피는 이루지 못한 과거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편지속 사연에 “사랑은 늦는 법이 없다. 저라면 용기를 내어 그 사람을 잡겠다”고 답장을 보낸다. 며칠 후 편지의 주인공인 클레어와 그녀의 손자 찰리가 나타나 세 사람이 함께 클레어의 옛 사랑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고, 결국 클레어와 소피 두 사람 다 자신의 사랑을 찾게 된다는 줄거리다.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에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보내면 ‘줄리엣의 비서’라는 사람들이 손편지 답장을 쓴다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따뜻한 손편지의 위력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이러니 이번 대통령의 편지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국민이 알던, 선량하고 가슴 따뜻한 그 대통령은 어디로 갔나 궁금해한다. 대통령 취임 3년여 만에 측근들의 철용성으로 눈 멀고, 귀 먹고, 가슴마저 차가워진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2020-10-15

국회의원과 이해충돌방지법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공정성 논란이 뜨거운 여의도 정치판에 ‘이해충돌방지법’이란 이름의 폭탄이 터졌다. 이해충돌방지법은 당초 지난 2015년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핵심내용이었지만 당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통째로 삭제된 바 있다. 이 법안은 그 이후 19·20대 국회에서 잇따라 제출됐지만 무산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미묘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건으로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던 여당이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관련 의혹 등을 계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고, ‘박덕흠 의원’ 탈당사태로 면목없는 야당도 일단 이해충돌방지법 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이 법안이 무사히 통과될 수 있을까.동상이몽격으로 시작된 이해충돌방지법안이지만 법 제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인 이해충돌방지 법률안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상황을 예방·관리하기 위해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해관계자인 경우 신고·회피·기피, 고위공직자 및 채용업무 담당자의 가족채용 금지, 고위공직자 및 계약업무 담당자 본인 또는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 존·비속과 수의계약 체결 금지 등 8가지의 구체적인 행위기준들을 담고 있다.그러나 여야 정치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해충돌 법안에 대한 태도는 다분히 이중적이다. 여당 지도부 일각에선 벌써 법안내용을 신중하게 다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척과 기피제도와 관련해 국회직은 일반공직자와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제척·회피제도 수위가 높아지면 판사·검사출신은 전문성이 있어도 국회법제사법위에서 활동하지 못할 수 있고, 의사출신 의원이 보건복지위를 피해야 하고, 기업인출신은 기재위를 비롯해 예산과 경제활동에 관련있는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일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대기업 오너 출신인 정몽준 의원의 경우 7선을 거치면서도 국회의원 시절 내내 주로 외교통일위원회를 맡아 오가야했고, 산업통상자원위나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한번도 활동하지 못했다.야당도 마찬가지다. 이해충돌방지법은 특히 기업인 출신 국회의원의 행보를 크게 제한한다. 따라서 보수야당도 적극 찬성하기 어렵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기업의 자유활동을 보장하는 야당이 스스로 기업인출신의 국회활동을 제한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국민의힘은 이해충돌 법안처리에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이해충돌 소지를 먼저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피감기관 장관·이사장 출신인 도종환·이개호·김성주 의원, 포털사이트 출신으로 ‘카카오문자’논란을 일으킨 윤영찬 의원의 이해충돌 소지를 먼저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오랜 표류에는 국회의원들과 정면으로 이해충돌하는 법안이란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2020-09-24

‘서일병 구하기’공방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21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 군휴가 특혜의혹 공방전으로 도배되고 있다.야권의 공격이 거세지자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지난 해 조국 장관 사수에 나섰던 당시와 비슷하게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해 추 장관 비호에 나서는 모양새다.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서씨는)‘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논평했다가 야권의 반발을 샀다.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반칙과 특권에 왜 난데없는 안중근 의사를 끌어들이나, 민주당은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를 오염시키지 말라”고 질타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논평에서 관련 부분을 삭제하고 박 원내대변인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야권에선 민주당의 ‘서 일병 구하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무리한 논평이 나온 것 자체가 민주당 전체가 추미애 감싸기, 서 일병 구하기에 매몰돼 있다는 방증”이라 했다.문제는 여당 의원들의 지원사격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켜 사과와 수습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고 했다가 사과했고, 황희 의원은 서씨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당시 당직사병에게 “단독범”이라고 했다가 역풍을 맞았으며, 김태년 원내대표의 ‘카톡 휴가신청’, 정청래 의원의 ‘김치찌개 독촉’발언도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했다.무엇보다 왜 진작에 추 장관이 솔직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을까 의문이다. 추 장관 아들은 ‘엄마 찬스’로 군대를 면제받은 게 아니라 군생활중 병가혜택에 절차적 편의를 본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처럼 온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추 장관이 전혀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인 듯 싶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더이상 국회가 생산적이지 않은 주제로 말싸움만 일삼는 걸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국회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영세소상인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 것인지를 연구해, 새로운 지원책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 추석명절을 앞두고 지원될 긴급재난지원금 등이 포함된 4차 추가경정예산을 꼼꼼히 심의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국민들의 바람과 희망을 아는지 모르는 지 눈살 찌푸리게 하는 공방만을 무한반복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저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볼 뿐이다.추 장관이 한때 글을 인용하곤 했던 ‘잡보장경’이란 불경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때나 분노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라서 욕을 먹으면 그것이 사실이니 성낼 것이 없고, 진실이 아닌데도 욕을 먹으면 욕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속이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그걸로 족하다하면 될 뿐인데, 다들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

2020-09-17

여당의 실책이 야당의 성공?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헛발질이 여권에 대한 여론의 반감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지도 않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록 지금은 정부여당을 구석에 몰아넣고 공세를 퍼붓는 양상이지만 절대 자만할 일이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않다.우선 여당 대표 출신의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특혜성 휴가 논란이 통역병 지원과정에서의 청탁논란 등 군복무전반에 있어서의 불공정·특혜논란으로 번지고 있어 여권에 상당한 타격이 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병역문제는 국민의 역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병역 불공정문제에 대해 분노를 느낄 젊은 세대는 서씨의 휴가 특혜논란에 상대적인 박탈감과 함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가뜩이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에서 공정성 문제가 이슈가 된 마당에 추 장관 아들문제가 또 다시 한번 공정성에 의문을 갖게하는 충격을 더한 것이다. 또 여당 의원들의 잇따른 실수도 공교롭다. 최근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연설을 하는 과정에서 포털 메인뉴스 화면의 뉴스편집에 문제를 제기하며 카카오 관계자를 국회로 부르라고 지시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보도됐고, 야당은“포털 통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윤 의원은 ‘카카오 문자’논란에 대해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지만 여당의 오만을 보여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대목이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출신으로, 4선 중진인 우상호 의원이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란 취지로 말했다가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우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의 특혜성 휴가 의혹 방어에 나서서“카투사는 육군처럼 훈련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편한 보직이라 어디에 있든 다 똑같다”며“카투사에서 휴가를 갔냐 안갔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하느냐는 아무 의미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진 직후 카투사 출신 네티즌들이 활동하는 한 커뮤니티에서 우 의원의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이 발표되는 등 일파만파였다. 결국 우 의원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현역 장병들과 예비역 장병의 노고에 늘 감사한 마음”이라며 공개사과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실책 때문일까. 리얼미터의 9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2.8%로 민주당(33.7%)을 오차범위내로 추격했고, 20대에선 8.9%p 오른 36.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이번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은 정부여당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최근 당명 및 정강정책을 개정하고, 로고와 상징색을 바꾸는 등 변신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 정강정책에 더불어민주당이 도입을 검토하던 기본소득을 정강정책에 포함하는 등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한 국민의 평가가 향후 대권 승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수 있다.

2020-09-10

내집 사는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서민들이 빚을 내 집을 사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집값 인상 기대 때문”이라고 답했다가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헤프닝의 전말은 이렇다. 포항북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노 실장에게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냐’고 물었다. 노 실장은 “동의한다”고 답했다. 노 실장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수도권의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아파트는 37만호로 사전 청약 6만호, 본청약 18만호, 임대 13만호다. 2023년 이후에는 47만5000호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그래서 국토교통부 장관도 30대 청년들에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해서 지금 집을 사지 말고 분양을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펼쳐지면 머지않아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취지의 답변이었다. 이에 김 의원은 ‘서민들이 왜 이렇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지 아느냐’라고 꼬집어 물었고, 노 실장은 곧바로 “집값 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닐까싶다”란 답변을 내놨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집값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기대해 집을 산다는 대답이 된 셈이다. 이에 흥분한 김 의원은 “전·월세가 오르면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게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에 대출해서 집을 사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사를 하는 것도 지친다. 집값이 뛰게 하려(기대해)고 집을 사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을 이렇게 부정적으로 보니까 이런 정책이 나온다”고 질타했다.노 실장의 대답은 일반인이라면 매우 상식적인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 실장은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이다. 그런 그가 ‘집없는 서민들의 아픔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속뜻을 가진 질문에 동문서답식 답변을 했으니 욕을 얻어먹을 수 밖에 없다.아니나 다를까.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3일 ‘잘못된 인식이 잘못된 정책을 낳는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노영민 실장을 또 한번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서민이 빚 내 집을 사는 이유는 많이 오를 거라는 ‘두려움’과 이렇게 집값이 오르는데 지금 사지 않으면 집을 못 살 것 같은 ‘불안’때문”이라면서 “‘집 비워라’ 주인 눈치 안보고,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할 필요 없이, 가족들과 마음 편히 살 내 집을 장만하고 싶은‘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흔히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게 자기표현능력과 공감능력이란다. 특히 한 철학자는 한국 중년남성의 반 이상은 혼자 놀고, 남들과 관계 맺을 줄 모르는 일종의 자폐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어쨌든 청와대 비서실장 직책을 맡은 이가 이리도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밝혀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2020-09-03

질책에 답하는 지도자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언한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의 청원글이 화제다. 대통령과 측근 참모들을 통렬하게 질타하는 이 글에 대한 반응 역시 찬반양론으로 나뉘었다. 원고지로 약 70매에 달하는 ‘시무7조’ 청원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청원인은 코로나19로 적지 않은 사람이 죽고, 이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겨워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적시한 뒤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며 시무 7조를 고한다고 밝혔다.특히 이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제대로 노출되지 않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일부러 비공개 처리를 한 것 아니냐는 은폐의혹도 나왔으나, 청와대는 “명예훼손 성격의 청원이나 중복청원 등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작년부터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받은 글만 내부 검토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지난 12일 작성된 이 글에는 27일 오후 4시 현재 9만여 명이 동의했으나 게시판에는 공개처리가 돼 있지 않다. 게시물을 보려면 연결주소(URL)를 직접 입력해야 한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세금을 감하라”를 비롯해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는 정책을 펼치라”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는 외교에 임하라”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라” “헌법의 가치를 지키라” “스스로 먼저 일신하라” 등을 조언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과 경제정책 전반을 조목조목 비판한 셈이다.집권 초기 겸손하고 온건했던 문 대통령이 진영논리에 휩쓸렸다고 공개비판하는 목소리는 여당 내에서도 터져나왔다. 여당 내 쓴소리 4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금태섭 전 의원은 27일 경향신문 칼럼에서 한국사회의 진영논리와 편가르기의 폐해를 언급한 뒤 진영논리를 부추긴 행위를 자제하라는 경고를 않은 문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쐈다. 그는 “지도자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그 자체가 메시지”라며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정권 초기 반대의견에 관대할 것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권위주의적으로 바뀌었다는 주장은 해외에서도 제기됐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해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남의 비판은 못 참는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진보통치자들이 발산한 내면의 권위주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임자로 나선 진보진영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보다 평등하고 개방적이며 이견에 관대할 것을 약속했다. 이런 좋은 의도가 시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코노미스트는 기사 말미에 “세종대왕의 1425년 어록에 글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고결하지도, 통치에 능숙하지도 않소. 하늘의 뜻에 어긋날 때도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보고, 내가 그 질책에 답하게 하시오.”오늘 우리는 질책에 답하는 지도자가 그립다.

2020-08-27

코로나19의 교훈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코로나19가 종교지도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일련의 종교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에게 코로나19는 절대자가 인류에 내리는 일종의 종교적 고난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엄청난 전파속도와 치사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를 대하는 종교지도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대범한(?) 행보를 보여 세인을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얘기다.이만희 총회장의 경우 당초 코로나에 감염된 신도들의 명단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오히려 검사를 받지말라고 독려했다가 방역지침 위반과 방해 의혹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가뜩이나 전염속도가 빠르고, 치료약도 없는 치명적인 질병의 감염을 방조하는 행태는 사법적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역시 코로나19의 2차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교회에서 마스크도 쓰지않은 채 설교를 하고, 광화문 집회를 주도해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전 목사를 포함한 목회자들은 지난 9일 사랑제일교회 예배 현장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신도들로 가득한 가운데 마스크를 쓰지 않고, 80여 분간 설교를 했다. 평소 야외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벗고 다녔던 전 목사는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서도 “나는 열도 안 올라요. 나는 병에 대한 증상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전광훈 목사를 격리대상으로 정했다고 통보했다, 이놈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가차 없었다. 결국 본인 뿐만 아니라 밀접 접촉자인 부인과 비서진, 측근들까지 모두 코로나에 감염되고 말았다. 신도들도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밤샘기도, 금식기도, 광복절 집회 준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합숙 생활을 마다치 않았다. 그 결과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는 전국 80여개 시군구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졌다. 사랑제일교회 측이 방역당국에 일부가 누락된 출입자 명단을 제출하거나 교인들의 진단 검사를 고의로 지연시킨 정황도 드러났다.신천지 사태 이후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은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벌금을 내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여기에 국가가 부담한 복구 비용이나 치료 비용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배상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 이런데도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은 20일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방역 지침상 접촉자가 아닌 국민을 상대로 명단 제출과 검사, 격리를 강요하는 행위는 직권남용”이라며 피해자 코스프레에 바쁘다. 신도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종교지도자로서 적절치못한 행태이자 책임회피다.종교적인 맹종은 어리석어서 두렵다.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최소한의 행동양식마저도 저버리게 한다. 생명존중의 신앙과 종교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에게 평화로운 삶과 안식을 약속한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져준 또 하나의 교훈은 생명존중이란 종교의 본질과 맞닿은 새로운 성찰이다.

2020-08-20

널뛰는 지지율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더블스코어 차이를 보이던 미래통합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다가 마침내 역전되고 말았다.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8월10일~12일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집계 결과 통합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1.9%p 상승한 36.5%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1.7%p 내린 33.4%였으며, 두 당의 지지도 격차는 3.1%p로 나타났다. 통합당 지지도는 역대 최고치로, 통합당이 민주당 지지도를 추월한 건 창당 이래 처음이다. 특히 4·15총선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한 서울에서 통합당(39.8%)이 민주당(32.6%)을 오차범위를 넘어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일단 정부·여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다 크고 작은 악재가 잇따르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지지도가 떨어진 결과다.여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정책 실패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부동산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여당의 입법독주도 많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수차례 부동산문제 해결을 자신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폭등을 거듭한 것이나 청와대와 민주당, 정부의 이중적 행태도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다주택자를 투기수요로 규정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부동산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미적거리다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청와대와 민주당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기를 고집해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이나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장(葬)으로 지내면 안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9만명을 넘었지만 강행한 것 역시 무리수였다. 박 시장 사태는 민주당을 강하게 지지했던 20·30대 여성들이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그렇다해도 여야의 지지율 역전은 반사이익의 성격이 짙다. 통합당의 선전덕분이 아니란 얘기다. 그래서일까. 통합당 역시 탄핵 정국 이후 첫 지지율 역전이란 희소식에도 마냥 기뻐하긴 면목이 없어보인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3일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 등 약 300명과 함께 전북 남원 금지면 수해지원 봉사활동에 나선 자리에서 “우리가 노력한 만큼 국민이 알아준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며 “결산 국회나 정기국회 때 법안이든 예산이든 국민이 아쉬워하고 필요한 것은 여당보다 더 정교하게 잘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라고 다짐했다. 다만 통합당이 새 강령에 5·18 민주화운동을 삽입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사과 의지를 내비치는 등 외연을 넓히려는 노력들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있다.그렇다해도 통합당은 새롭게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에 실망하고 있는 국민에게 성큼 다가설 수 있는 파격적인 정책이나 스토리를 한시바삐 마련해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게 야당으로서, 공당으로서 해야할 일이다.

202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