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마침내 수적 우세를 앞세워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173명과 민주당에서 탈당하거나 제명된 의원 3명, 그리고 군소정당 의원을 총동원해 국회 재적의원의 5분의 3인 180명을 넘는 의원이 동원돼 야권의 비토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공수처 설치 자체에 대해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간에도 찬반의견이 갈리는 상황이지만 민주주의가 다수결원칙이니 다수당을 차지한 여당의 뜻대로 공수처법이 통과될 것은 이미 예견된 바다. 그러나 여야가 서로 다른 의견이면 조근조근 의논해 합의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 합의안을 도출해내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 표결에 붙여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이 아닌가. 여당이 수적 우세를 누리고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토론절차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으니 ‘입법독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실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불편한 제도다. 국민들은 국회를 평가할 때 ‘효율성없다’ ‘빨리 답을 내리지 못한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다양한 민의를 수렴해야 할 국회는 지도부 몇 명의 합의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수백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법안을 심의하면서 빨리빨리 답을 내리는 효율성과 결과주의를 지향해서는 결코 안된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 수적 우세를 무기로 시끄럽고 불편한 민주주의 방식을 버리고, 입법독재의 급행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에 관한 한 여야가 모두 ‘어떤 정권, 어떤 인사의 죄악을 덮어주거나 과장할까’ 우려한다는 점은 같다. 차이점은 공수처 신설을 주장하는 여당은 검찰이 비리의 주역이니 검찰을 감독할 공수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신설될 공수처 자체가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핵심인사들의 잘못을 덮고, 야당을 탄압하는 기관이 될까 우려한다는 점 뿐이다. 결국 다같이 나라걱정을 하는데, 개선방법 자체에 대한 의견이 확연히 갈리는 모양새였다. 이런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게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의 공수처법 관련 발언이다. 천 전 대표는 “검찰이 강력하게 견제되지 않으면 세상의 정의는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며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그들의 이해에 따라 어떤 정권, 어떤 인사의 죄악을 덮어주기도 한다. 또 어떤 정권, 어떤 인사의 잘못은 과장하기도 또 조작하기도 한다”고 했다. 언뜻보면 야당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어쨌든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민주적인 입법행위를 해야할 국회가 서로 지켜야 할 정치적 합의나 약속, 신뢰를 무너뜨리고 만든 공수처법이 당장은 정부여당의 칼날로 요긴하게 쓰일지 모른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다. 국민들은 결코 개돼지나 바보가 아니란 야당의원들의 외침도 귀에 쟁쟁하다. 만약 머지않은 미래 총선에서 야당이 5분의 3이상 의석을 차지했다고 생각해보라. 그제서야 제 꾀에 넘어간 여우꼴이 된 민주당은 입법독재의 부메랑을 정면으로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