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망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1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아직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은 윤 총장의 차기 지지율이 24.7%를 기록,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2.2%)와 이재명 경기지사(18.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지지율이 급등했다.
여야 정치권은 그야말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형국에 빠져들었다. 우선 여권은 윤석열 지지율 1위를 애써 폄하하면서도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을 초래하면서 윤 총장의 몸값만 올려준 결과가 됐다고 성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감찰 지시 등에 잇따라 나서면서 불필요하게 전선을 확대한 것이 실책이란 지적들이 많다. 정세균 총리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에 대해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겠다.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분위기는 여권보다 좀더 복잡미묘하다. 민심이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선 모양새란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국민의힘 내부 주자가 아니라는 점이 딜레마다. 윤석열 대망론은 새 인물과 정권 탈환을 고대하는 보수층의 갈증에 당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석열 대망론은 저조한 지지율 아래 관망세를 유지해온 당내 대권잠룡들의 행보를 재촉하는 효과는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현직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틈날 때마다 중앙 정치 무대를 향해 경제 교육 정책 관련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도심재개발을 통한 서울 집값 안정정책, 대학생 지하철교통비 반값정책 등을 내세우며 대권도전을 선언한 데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1일 킹메이커 역할을 자치하고 있는 야권 최대모임인 ‘마포포럼’ 강연에서 ‘야권연대 플랫폼’ 을 구성하자며 대통합주장을 펼쳤다. 또 야권 잠룡중 TK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은 오는 16일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자’ 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자신의 강점인 ‘경제 전문성’ 부각에 나서는 한편 오는 26일 마포포럼에서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 닿아있다.
대선이 1년여 넘게 남은 시점에서 급부상한 윤석열 대망론이 어떻게 결말지어질까.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말한 것처럼 2017년 대선 1년 전쯤인 2016년 5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뒤 사라졌던 ‘제2의 반기문 효과’로 귀결될 지, 윤 총장이 특정 시점에 전격적으로 대선 경선에 뛰어들어 새 국면을 이끌어 나가게 될 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윤석열 대망론은 보수층이 새 인물과 정권탈환을 바라고 원한다는 점을 웅변해주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