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6·1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전이 홍준표·김재원·유영하 3파전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유영하 후보에 대한 항간의 평가가 엇갈린다. ‘의리남’부터 ‘몹쓸 사람’까지 다양하다.유 후보는 2005년 이후 박근혜의 법률분야 참모로 두각을 나타내 정치 인생 동안 줄곧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보좌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을 맡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정치행보는 파란만장하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경기도 군포에서 세 차례 출마했고, 두번은 현 국무총리인 김부겸 후보에게 패했으며, 한번은 이학영 후보에게 패했다.2016년에는 새누리당 지지세가 높은 송파을에서 단수공천받기로 했으나 김무성 당시 대표의 이른바 ‘새누리당 대표 직인 날인 거부파동’으로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일찍부터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정치운은 무척 좋지 않은 셈이다.대구시장 선거에선 유 후보가 ‘꽃놀이패’를 진행중이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다.국민의힘 공천 경선에서 지더라도 1위를 달리는 홍준표가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받게되면 선거법상 30일 이전에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러면 6월1일 지방선거일에 수성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게 되고, 보궐선거 전략공천을 받을 심산으로 수성구을 지역구에 주소를 옮겨놓은 상황이다. 전략공천 역시 박 전 대통령에 기대 따낼 요량인 듯 싶다. 대구시장에 출마했지만 유 후보는 대구와의 인연은 그리 깊지않다. 부산에서 태어나 대구로 이사한 뒤 대구서부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니다 경기도 군포초등학교로 전학한 게 대구와의 인연 전부다.이게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경쟁에 뛰어든 유 후보의 실체다. 여기에는 대구시민을 위한 대구시장 후보로서 가져야 할 비전이나 결의, 각오는 찾아볼 수 없다.그렇다고 그가 보궐선거에 나설 대구 수성구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서 지역구민과 대구시민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있을 리 없다. 이런데도 대구시민들과 국민의힘 책임당원 상당수는 유영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무리 정치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지만 대구시민 입장에선 거의 생면부지에 가까운 인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 동영상 하나로 이런 지지세를 얻는다니 개탄스럽고, 허망하다. “정치인은 본인 부고 기사 아니면 어떤 기사가 나도 땡큐”라고 했던 어느 정치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탄핵돼 감옥살이까지 치른 박 전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별다른 보상없이 챙겨온 노고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박 전 대통령도 그런 그의 헌신이 기껍고 미더웠을 것이기에 반대급부로 후원회장 자리를 받아들이고, 지지 동영상을 찍었으리라. 다만 이런 처신이 과연 온당한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헌신이 결코 순수하게 읽히지 않는 이유다.그의 꽃놀이패 역시 고향 대구를 걱정하는 필자에게는 왠지 모욕처럼 느껴진다.
2022-04-21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 공천 신청을 받은 결과 대구와 경북이 확연히 다른 경쟁률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단독으로 신청해 사실상 공천이 확정됐다. 반면 대구는 홍준표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후보 8명이 몰려 대조를 보였다.
2022-04-07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막상막하의 공천경쟁을 벌었던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그의 대구시장 선거출마는 보기드문 해프닝을 불러일으켰다.대표적인 게 바로 국민의힘 공천감정규정 파동이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 신청을 할 경우 심사 과정에서 10%, 5년 이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우 15%를 감점하는 조항을 신설했다.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듯한 이 감점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총 25% 감점을 받게 될 상황이었다. 홍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결국 경기에 뛸 선수가 심판의 역할까지 했다는 날선 비판에 못이긴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 10% 감산으로 후퇴했다. 여느 의원이었다면 최고위가 결정한 공천규정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돌려놓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홍 의원이 5선 국회의원이자 2차례 대선주자로 나섰던 정치경륜 내지 정치력을 여실히 발휘한 셈이다.홍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에 대한 비판여론도 있다. 가장 도드라진 주장이 대구시장 선거를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대구시는 오랫동안 1인당 지역총생산이 꼴찌를 기록하고, 산업은 쇠퇴해 인구가 줄고있는 상황이다. 설령 홍 의원이 대권도전을 위해 대구시장으로서 재기를 하려한다고 치자.그렇다고 그게 대구시민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올 리 없다. 그가 침체된 대구시정을 맡아 획기적인 변화나 발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대권도전은 물 건너갈 것이 뻔하다.그러니 못다 이룬 큰 꿈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대구시의 발전을 위해 뛸 것이기 때문이다.현역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에 출마했다는 이유로 지역구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다.역시 적절치 않다. 6·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현역 중진의원들의 이름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유독 대구시장 선거만 문제될 일은 아니다. 아울러 대구가 TK의 본산이면서도 역차별받은 것은 대구시장의 정치적 역량이 낮았기 때문이란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민선 대구시장으로 문희갑 시장 이래 조해녕, 김범일 시장은 정치권보다는 행정고시 합격 행정관료 출신으로 정치권에서 큰 비중을 가지지 못했고, 권영진 시장은 정치권 인사이지만 비경북고 출신으로 중앙정치무대에서 비중이 그리 높지 못했다.이러니 대구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변화나 개혁이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홍 의원은 대구시장 후보로서 자격이 차고 넘친다. 다만 정치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인데,‘독고다이’ 정치스타일은 문제다.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원활한 소통도 숙제다.천하경영의 포부를 대구 시정에서 먼저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홍준표 의원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구시장 선거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2022-03-31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무슨 소용일까. 제 눈에는 하늘이 안 보이겠지만 하늘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문제의 본질은 해결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특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진실은 은폐하려 해도 숨길 수 없다’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눈 가리고 아웅’이란 말과 흡사하다.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최근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 김재원 최고위원을 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사건의 발단은 이렇다.지난 21일 당 최고위원들은 회의를 열고 지선 공천에서 최근 5년 내 무소속 출마 경력이 있는 경우 15%, 현역 의원의 경우 10% 감점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두 감점규정에 모두 해당하는 홍준표 의원은 총 25%의 감점을 받게됐고, 홍 의원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홍 의원은 페널티 방식을 결정한 최고위원회에 소속된 김재원 최고위원이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해 맹비난했다.이해당사자가 주도해서 표결에 참여한 것은 법률상 당연무효사유이며, 그 표결에 참석한 사람(김재원 최고위원)은 지선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홍 의원의 비판요지였다. 홍 의원이 크게 반발하자 김 최고위원이 해명에 나섰는 데, 이번에는 해명과정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부딪치며 진실공방이 벌어졌다.김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렇게 해명했다. 당대표가 갖고 온 초안이 탈당 경력자 25% 감산, 징계 경력자 25% 감산, 당원 자격 정지 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 15% 감산하자는 내용이었고, 자신은 15%로 통일하자고 했다는 것.이에 대해 이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본인이 대구시장 출마하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사니까 당대표에게 뒤집어 씌우느냐”라고 펄쩍 뛰었다. 이 대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당 기조국장이 안건으로 오른 공천규정안은 기획조정국 안이라는 것을 명확히 설명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이 “‘아직 (나는) 출마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 이해당사자로 보지 말아달라’라고 하면서 논의에 참여했다”고 폭로했다.즉, 광역단체장 감점규정 적용에 반대를 표해온 당 대표가 해당 공천규정안을 낸 듯이 말한 것이나, 자신이 이해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공천규정 논의에 참여시켰는 데, 회의가 끝난 다음날 보란듯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는 게 이 대표의 비판요지였다.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홍 의원에 대한 감점규정 중복적용은 다소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철회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역정치권에서는 경기에 뛸 선수가 심판노릇까지 한것은 모양새가 나쁘다는 여론이다. 무릇 공당의 공천기준은 공정해야 한다. 그게 0.73%포인트 차로 어렵사리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정부를 밑받침할 수 있는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할 수 있는 모범답안일 수 있다.
2022-03-24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에 ‘알박기 인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첫 오찬회동을 하기로 했다가 불발된 것도 인사에 대한 이견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측은 윤 당선인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요구 등 무리한 압박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알박기인사에 대한 이견때문이라고 했다.한마디로 신·구권력이 인사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부딪친 셈이다. 정권 인수·인계작업이 험난해질 모양새다.국민의힘은 17일에도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곧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지명 등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윤 당선인과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가 불과 1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보은성 인사를 고집하는 것은 대통령직에 주어진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라며 “내 사람 챙기기, 알박기 인사에 전념하는 것을 보니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고 비판했다.실제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시절 3년간 정무특보로 일한 명희진 전 특보는 지난달 25일 한국남동발전 상임감사로 임명됐고,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0일 임찬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임기 2년의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한국은행을 포함한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들의 인사에 대해 “5월9일까지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사실 ‘알박기인사’ 논란은 역대 정부에서도 매번 반복돼왔다. 새로 권력을 잡은 정부가 과거 정부에서의 인사권 행사를 ‘알박기’라고 규정, 물갈이를 시도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참여정부 때에는 2004년 5월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어지간히 하신 분들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임기가 남은 정부 산하기관장의 퇴진을 촉구했다.이명박(MB) 정부 초기엔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퇴진을 압박한 바 있다.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이 사건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아내거나 사퇴를 종용한 사건이다.대법원은 올해 초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해 각각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런 사례들을 문재인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정권교체 후 통합과 포용의 정치로 나아가려면 원만한 정권이양작업이 필수적이다. 정권교체기의 갈등과 반목은 진영간 갈등과 마찰을 극대화하고, 마침내 국론분열의 위기에 이르게 한다. 현 정부의 자성을 촉구한다.
2022-03-17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정치교체’와 ‘정권교체’ 프레임이 정면으로 맞붙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치교체론’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론’을 들고 나섰다.
2022-03-0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얘기다. 자공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라고 대답했다.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포기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했다. 이후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대선 중반을 지나는 시점에 터져나온 여당의 정치개혁 공약이 야당 후보들로부터 진정성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여당의 다당제 정치개혁안에는 다당제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 대선 결선투표제 등 선거제 개혁 등이 포함돼 있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정치개혁안을 발표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제3지대와 이재명 대선후보 간 연대를 시도했다. 그런데 군소 야당후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차갑다.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 발표에 대해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하면 되지 않나”라고 했다. 소신대로 하면 될 일이지 그걸 빌미로 단일화하자고 하지말아 달라는 뜻이다.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아예 정치개혁안이 선거와 연계해서 나왔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 후보는 “공약을 내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랜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지난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심 후보와 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온 힘을 보태서 만든 선거제도 개혁을 뒤집어 엎은 일을 거론했다.지난 20대 국회 시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을 고리로 국민들의 비판을 무릅쓰고 ‘4+1 연대(민주당+군소4야당)’까지 했지만 이후 민주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뒤통수를 쳤던 원한을 다시 떠올린 셈이다.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역시 민주당의 정치개혁 공약에 대해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앞장서서 무력화시켰고,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보낼 때는 개혁 성과라고 자랑하던 당헌당규까지 고친 게 바로 일년 전”이라며 민주당을 선거전략만 고민하는 ‘양치기 소년’에 비유했다.지금의 양당체제는 적지않은 문제가 있고,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정치개혁은 꼭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치개혁안에 아무런 반향이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많은 국민들 앞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하고도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무너뜨린 여당을 믿을 수 없기때문일게다. 무신불립의 교훈을 지키지 않은 여당 뼛속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2022-02-24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과연 단일화할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초박빙 형세를 이어가고 있어 단일화가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와 어떻게 단일화되느냐에 따라 대선 승부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전망이나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승리하는 세가지 경우’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가장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는 경우가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는 경우란다. 야권 단일화와 정권교체를 주장하며 출마한 안철수 후보의 10% 남짓한 지지층 대다수가 반발하며 윤석열 후보쪽으로 표가 몰려 압승한다는 것이다.두번째가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했을 경우이고, 세번째는 지금처럼 4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란다. 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는 얘기이니 윤 후보 승리를 염두에 둔, 일방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윤석열 후보가 확실히 승리하려면 반드시 단일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다.어차피 안철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단일화하는, 이른바 ‘안일화’는 정치권 일각에서 잠깐 떠올랐던 음모론 수준에 그쳤다. 최근 윤 캠프는 설령 단일화가 안되더라도 4자구도에서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동안 다자대결에서 초박빙 승부를 보이던 형세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선거 막판에 터져 나온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이 이른바 ‘이재명 옆집’ 의혹으로 번지면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고, 어떤 악재에도 상관없이 정권 심판론을 지지하는 여론이 국정 안정론을 훨씬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니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어느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느냐는 당선가능성 조사 결과 역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크게 앞지른다. 즉, 대세는 윤 후보에게 유리한 형국이니 박빙 우세의 형국으로 읽힌다.그렇다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정치는 생물이라 언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게 윤 캠프의 분석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3일 ‘국민 경선’ 방식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역선택을 우려하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윤 캠프에서는 “안 후보가 국민경선 방식의 야권 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국가대표팀과 동네 조기축구회가 경기를 하는데, 관중의 투표로 승부를 짓자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윤 후보도 단일화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선이 불과 20여일 남은 마당에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윤-안 단일화는 윤 후보가 말한 것처럼 야권통합의 명분 아래 두 후보의 담판으로 결정날 가능성이 높다.
2022-02-17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야권 단일화 논의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단일화에 선을 긋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을 내비치며 밀당에 나선 분위기다.단일화를 둘러싼 양측의 셈법은 어떤 것일까. 먼저 ‘단일화’ 화두를 띄운 윤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이점을 살려 안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안 후보는 단일화와 거리를 두며 자신의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윤석열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선명하다. 언제든 담판을 짓겠다는 태도다. 그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끼리 서로 믿는다면 단 10분 만에도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의지를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달까지 “공개적으로 할 말 없다”며 선을 긋던 태도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안 후보도 예전에 비해 긍정적인 발언으로 응수하고 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발언과 관련, 윤 후보의 일방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했지만 ‘윤 후보의 연락이 오면 만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그때 생각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과거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에서 많이 진전된 입장으로 해석된다.어쨌든 20대 대선을 20여 일 앞둔 시점에서도 단일화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양측의 단일화 셈범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경우 다자대결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하고 있어 단일화가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단일화 이슈를 선점하면서 야권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동시에 안철수 후보를 소수정당 후보로 부각시켜 지지율 하락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반면 안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 자신이 적극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정치의 폐해를 비판하며 출마한 자신이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할 경우 출마명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확실한 대선승리와 대선 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국민의힘 윤 후보와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실제로 박관용 김형오 박희태 강창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전직 의원 191명이 10일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를 향해 “후보 단일화는 승리의 길이고 통합의 길이다. 정권 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절체절명의 명령”이라며 “각자의 길을 멈추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한다”고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여유있게 이길 수 있는 필승카드로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안 후보로서도 10%에 채 미치지 않는 지지율로 대선끝까지 완주하는 것보다 야권 통합의 대의명분을 지키면서 담판을 통해 총리직이나 야권 공천지분 등을 확보한다면 새로운 정치판을 짜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항간에는 이미 야권 단일화 성사여부와 시기를 두고 내기가 벌어질 정도다. 단일화 셈법의 결론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무척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2022-02-10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영부인(令夫人)’은 원래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지체 높은 사람의 부인에 대한 존칭으로 쓰이다가, 현대에는 대통령 부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선출직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영부인은 법적 직책이 아니다. 따라서 의전과 예우 규정은 있지만, 법적 책임과 권한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정치 현실에서 영부인은 대통령에 대한 사적 영향력이 워낙 큰데다 실제로 최고 권력을 구성하는 핵심으로서 관행처럼 정치·사회적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우리나라에서 영부인의 지위와 역할을 가장 인상적으로 구현한 인물은 박정희 대통령 부인 고 육영수 여사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초대 영부인이자 유일한 외국인 영부인이었으나 공적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반면에 육 여사는 권위적이고 외골수였던 박 대통령을 목련처럼 온화한 기운으로 감싼 현숙한 부인 이미지에다 어린이와 장애인 등 약자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던 사회운동가로서 활동을 많이 해 생전에 ‘국모(國母)’칭호를 들었다.전·현직 대통령의 영부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 조사 결과, 육영수 여사가 과반수를 넘는 65.4%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민주화 이후 영부인의 역할이나 정체성도 바뀌었다. 김대중 대통령 부인 고 이희호 여사나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국모’대신 대통령과 동지적 지위와 역할을 한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나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동지적 역할보다는 내조에 더 치중한 영부인으로 평가된다.시대적 흐름에 따라 그 역할과 정체성이 바뀌고 있지만 영부인은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란 점에서 언제든지 쟁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영부인 검증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지난 연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모 언론사 기자와 7시간 통화한 내역이 방송을 통해 공개돼 국민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이번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황제의전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논란은 경기도청 전직 7급 주무관 A씨가 자신의 상관이었던 전직 5급 사무관 배씨와 나눈 문자 등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배씨와 A씨는 의전 업무를 위해 각각 비서실과 총무과 소속 별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A씨는 김씨의 약품 대리 처방, 음식 배달 등의 개인 심부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을 제기했다.이 후보 측과 민주당은 가족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사과하면서도 5급 사무관인 배씨가 7급 주무관이었던 A씨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며 김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배씨도 김씨와 무관하게 자신이 A씨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했지만 궁색한 해명이다. 특히 공무원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경기도 법인카드를 생활비로 쓴 게 사실이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행위다.부부는 일심동체라 했다. 영부인 검증은 후보검증에 맞닿을 수 있다. 한 점 의혹없이 사실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
2022-02-0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대선후보들의 TV토론에서 어느 후보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을까.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여야 후보간 박빙승부가 예상됨에 따라 대선후보에 대한 최종 판단이 TV토론에서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당초 31일 예정됐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양자 TV토론은 법원이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무산됐고, 같은 날 TV방송 없이 양자토론이 벌어지게 됐다.민주주의 직접선거 역사상 최초의 TV토론은 1960년 미국의 케네디(민주)와 닉슨(공화당)간에 벌어졌다. 당시 선거 분위기로는 유명세나 실력면에서 차기대통령은 닉슨이 따논 당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TV토론 한판으로 승부가 뒤집혔다. 케네디의 상쾌한 말투, 쾌활한 미소와 표정에 여성 표심이 확 쏠렸고, 닉슨은 침울하고 창백하고 딱딱해보였다.그러나 요즘 선거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당할 후보는 없다. 유권자들도 TV토론 내용만 보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에는 보수와 진보 진영간 다툼으로 규정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더 잘했다는 진영논리가 작용한다. 그래서 토론을 누가 더 잘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지난 2012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간 TV토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후보가 터무니없는 동문서답의 답변을 했는데도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토론기술이나 능력측면에서 보면 이재명 후보가 앞설 것이 분명하다. 이 후보는 TV토론을 위해 수많은 스파링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였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를 줌으로 연결해 ‘공정하다는 착각’에 대해 논쟁했고, 삼성경제연구소를 방문해 학자들과 토론을 주도했으며, 경총을 방문해 10대그룹 CEO들과 경제현안에 대해 토론했다. 관훈클럽,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신문방송편집인협회, 방송기자토론, 삼프로TV 등에 나와 막힘없는 토론실력을 보여줬다.이에 비해 윤석열 후보는 삼프로TV에 나와 몇몇 경제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래선지 윤 후보는 TV토론을 피했다. 그랬던 윤 후보가 올들어 TV토론에 대해 적극 임하겠다는 태세다. 어차피 이재명 후보와는 대통령 자리를 건 한판승부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으리라.사실 TV토론에서 누가 더 잘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논리에는 이겼지만 태도가 나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지식보다 신사적으로 발언하고, 상식에 부합하는 발언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 비호감대선에서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평가에 유의해야 한다.즉, 누가 더 진실을 말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따라서 임기응변으로 진실성이 떨어지거나, 논리의 변경, 과거 발언과의 일치성 여부가 작용하는 도덕성 같은 것들이 함께 작용하는 TV토론은 윤 후보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다가오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어디쯤일지 다같이 지켜보자.
2022-01-27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요즘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용어가 ‘미러링 현상’이다. 서로 다른 정당 후보의 주요 정책이 닮아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실제로 20대 대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주요 정책이 매우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이들 후보의 정책공약 발표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당원들도 “우리당 후보의 정책공약과 상대당 후보의 공약이 서로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관전평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특히 두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정책으로 꼽히는 부동산정책 해법과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방안에 대해 사실상 똑같은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 해법은 파격적인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후보는 임기 내 전국 2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설 연휴 전후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후보 역시 서울에만 50만호, 전국적으로 250만호를 신규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이 후보는 최근 서울 노원구 노후아파트 현장에서 500%까지 용적률 상향이 가능한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한다고 밝혔고, 윤 후보 역시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500%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과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앞다퉈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위기 극복을 위한 부담을 국가가 가계 및 국민 개개인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면서 25조~30조원 규모의 설 전 추경을 제시했다. 윤 후보 역시 지원 규모를 50조원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데 이어 국민의힘은 1인당 지원금 규모를 1천만원까지 늘리는 요구안을 정부에 제시했다.미러링 현상의 원인은 뭘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부동산 가격폭등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너나할 것 없이 고통을 받아은 국민들 사이에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또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기성 정치인과 다른 성장배경을 가졌기에 민심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타난 결과라는 설명이다.정책이나 공약의 유사성으로 이뤄진 미러링 대선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 대목에선 여야 모두 자신의 후보가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이재명은 합니다’란 캐치프레이즈가 보여주듯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검증된 실천력을 내세우며 윤 후보에 대한 우위론을 강조한다. 반면 윤 후보 측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김건희 리스크’등 양 진영의 네거티브전이 뜨거울수록 정책적 차별화는 사라지게 될 것이며, 후보 간 정책적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과반수 표심이 윤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정치권에선 예측불허의 승부가 펼쳐질 미러링 대선의 결말이 다가오는 설을 전후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2022-01-20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인정하고 싶지 않을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말이다.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준석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보수당인 국민의힘에서 국민이 바라는 개혁 이미지는 30대의 젊은 이준석을 당 대표로 만든 그 무엇에 축약돼 있다. 이준석 대표는 대표 당선 이후부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최근까지 2030세대를 비롯한 상당수 국민의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를 오롯이 짊어지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당 대표 선거 당시 5선의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대선 출마자격인 40세도 안된 젊은 청년에게 표심에서 밀렸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에 당선될 당시 분위기는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그때 이준석을 지지한 국민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그를 지지했을까. 가늠해보자. 아마 정치현실은 마음에 안들고, 뭔가 바꾸고 싶은 데, 기존 정치인들은 왠지 말뿐이라는 실망감이 많았으리라. 정권을 교체하려면 지금 이대로의 야당은 안되고,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이 이 대표의 당선을 통해 표출된 것이리라.당시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면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맞설만한 대권주자를 내지 못한 채 외부로 눈을 돌려야 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영입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전 대표 등을 포함한 경쟁자들이 함께 경선을 벌이면서 서서히 국민의 기대를 모았다. 여의도식 화법에 적응하지 못해 말실수가 잦았던 윤 후보가 홍준표 후보와 막상막하 각축전을 벌이며 국민의 눈길을 끌었다.국민의힘이 윤 후보를 선출하자 이번에는 내부의 위기가 닥쳤다. 소위 윤핵관으로 일컬어지는 후보 측근들의 이 대표 견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 대표가 선대위 직을 사퇴하는 파동이 일었다. 그 여파로 대선 경선의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이재명 후보를 여유있게 앞지르던 지지율이 급락했다. 윤 후보는 결국 당 선대위를 전면해체하며 극적으로 이준석 대표와 손잡고 원팀을 이뤘다. 윤 후보가 이준석과 화해하고, 함께 선거운동에 나선지 2, 3일만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대표는 SNS에서 “이틀 걸렸군”이라고 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그의 화법은 에둘러 말하기 좋아하는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생경하고 불편했으리라. 또 평생 상명하복이 원칙이었던 조직문화에 익숙한 윤 후보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으리라.그러나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쓴 법. 이 대목에서 윤 후보의 결단이 빛난다. 주변의 많은 측근들이 이 대표를 욕할 때 “모든 게 후보의 잘못”이라며 함께 정권교체하자고 이 대표를 끌어안았다. 당소속 의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갈라지고 흩어졌던 당심이 하나로 뭉치고, 서로 욕하고 질시했던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지지율을 회복할 묘수찾기에 나섰다. 그 결과 보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다시 살아났다. 승부는 아직 예측불허다. 다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여론이 과반을 넘는다는 여론조사를 감안하면 준석의힘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 윤 후보의 선전이 기대된다.
2022-01-1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주어진 이준석의 연습문제를 둘러싸고 화제 만발이다.이준석 대표는 5일 SNS를 통해 “선거에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움 틔워 볼 수 있는 것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소위 ‘연습 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윤석열 후보 측에) 했고,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면서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는 말로 사실상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이 대표가 윤석열 후보에게 제시한 제안은 △지하철역 출근 인사하기 △젠더·게임 특별위원회 구성 △플랫폼 노동 체험 등 세 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일까. 이 대표의 연습문제를 거부했다던 윤 후보가 6일 아침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윤 후보는 ‘출근길 인사가 이 대표의 제안 때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은 채 웃기만 했다. 연습문제 가운데 하나를 풀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권영세 선대본부장 역시 윤 후보의 ‘전격적 결정’이라며, “이준석 대표가 내놓은 ‘숙제’라는 부분에 대해 본인이 고심 끝에 나가서 했다는 건 (갈등 봉합)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준석 대표는 이에 대해 “관심 없다”면서도 윤 후보를 찾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극적 타결의지를 내비쳤다.문제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추경호 의원이 ‘이제는 참을 수 없다’며 대표 퇴진 결의안을 제안하면서 찬반토론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당원은 법령 및 당헌·당규, 윤리강령을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 행위를 한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을 대상으로 소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당원소환제’가 명시돼 있다. 당원소환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전체 책임당원 100분의 20 이상, 각 시·도당별 책임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실제 소환은 책임당원 3분의 1이상 투표에 참여해서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확정된다. 대통령선거를 60여일 앞둔 마당에 당 대표와 후보가 의견차이를 보인다고 당 대표를 소환하는 정치일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랬다가는 대선패배는 명약관화다. 결국 당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대표를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당 대표 사퇴론의 목소리는 높았고, 당은 분열되는 분위기였다.윤 후보는 이날 청년보좌역 간담회에서 “이 대표와 함께 가야한다” “패배를 향해가고 있다”는 쓴소리를 메모까지 하며 경청했다. 신년초“저부터 바뀌겠다”고 약속한 윤 후보는 결국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이날 저녁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의 의총발언 직후 의총장에 들어서서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 이 대표와 여러분,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며 이 대표를 끌어안았다. 이 대표의 연습문제가 윤 후보의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줬고, 윤 후보는 이를 지렛대로 극적 대타협을 이뤄냈다. 국민의힘이 원팀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길 기대한다.
2022-01-06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는 연말,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된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더 멀리 내 삶의 궤적들을 관조해본다.신문기자로서 첫 출발하던 순간의 패기만만한 자신감이 어제처럼 느껴진다. 기자로서 보람있었던 순간들, 한계를 느꼈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누군들 자신의 삶에 소회가 없으랴. 그렇게 문득 되돌아본 내 일상의 삶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아침에 눈 뜨는 일부터 기적이다. 그 깨달음이 일상이 되어가는 순간 삶은 내게 다시 경이로운 기적임을 알려온다. 억겁의 진화 끝에 이 세상에 태어난 자신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순간은 또 어떤가. 기적은 우리 모두의 삶에 이미 스며들어 있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변화에 그리 예민하지 못한 성정탓에 미처 알지 못한 이치 역시 적지 않았다. 결혼 후 기적의 선물로 다가온 아이들의 요란한 웃음소리, 울음소리 하나하나가 알고보면 기적적인 삶의 증표인 것을 깨달은 순간은 기뻤다.“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르리라”고 했다.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명언을 토대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뜻으로 말한 구절이다.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그 기적들 위에 서있는 우리네 삶을 이리 무심하게 흘려 보내도 되는 것일까. 매 순간 나아가는 걸음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의 산물인지 더 많은 사람이 알고, 깨닫게 된다면 우리 삶은 좀더 살만해지고, 따뜻해지지 않을까.대통령 선거를 두달여 앞둔 요즘, 뉴스는 온통 여야 두 후보에 대한 소식을 전하기에 여념없다. 검정고시와 비명문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을 거쳐 변호사와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후 여당 대선 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나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을 9수만에 통과해 우여곡절끝에 검찰총장이 됐지만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다가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제1야당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윤석열 후보는 어딘가 닮아있다. 모름지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라면 어느 누가 소명없이 살아왔겠는가. 일반인들에 견줘 영웅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고된 행적이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으로 뒤덮여 얼룩지는 모습은 안타깝다.그러나 어쩌랴. 자신의 삶은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법. 국민들은 하루빨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특검이 동시에 이뤄져 후보들의 잘잘못이 명명백백 가려지고, 희망찬 새나라로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기를 기대한다.더구나 오늘은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여 탄핵됐던 TK출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으로 석방된 날, 국민통합의 국민적 여망을 정치권이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2021-12-30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독이 든 사과’가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 백설공주는 계모 왕비가 사과 파는 행상인으로 가장해 준 사과에 독이 든 줄 모르고 먹었다가 쓰러졌으나 결국 다른 나라 왕자와 만나 결혼해 잘살게 됐다는 스토리로 이어진다.하지만 독이 든 사과의 본질은 우선 당장 겉보기에는 예쁘고 맛나 보이지만 독이 들어 있어 해로운 물건을 가리킨다. 정치권에서 네거티브전을‘독이 든 사과’로 비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특정 후보가 경쟁 후보의 약점이나 단점을 후벼파듯이 들춰내 흠집을 내면 상대 후보의 지지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자신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이미 양식있는 국민들은 네거티브가 횡행하는 선거풍토에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다. 현재 대선판이 네거티브로 혼탁해지고 있는 데는 진영대결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진단이 유력하다. 정치권의 양대 진영을 굳이 나눈다면 민주화와 40대, 산업화와 60대 세력으로 나눠진다.혼탁한 대선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경쟁자인 상대 진영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인정하고, 발전적 경쟁자 관계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양 진영의 소모적 비방전은 정책경쟁에 쓸 시간을 비생산적인 흑색선전에 모조리 소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지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좀먹는다. 이것이 네거티브 선거의 가장 큰 폐단이다.이제 여야 모두 ‘정책선거로의 회귀’를 내걸고 과감하게 변화에 나서야 한다. 우선 집권당인 여당부터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여당이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며 야당과 토론을 시도해야 한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의 선거를 보면 여야 대권후보들이 TV토론에 나와 정책을 두고 일대일로 맞붙고, 이에 대한 여론의 찬반동향이 유권자들의 선호에 그대로 반영되곤 한다. 아무리 논란 많은 정책이라 해도 상대방 후보의 약점만을 헐뜯고 비판하는 네거티브전보다는 낫다.야당 역시 여당 후보를 국민과 국가가 더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으로 이겨야 한다. 여당과 정부의 실수, 또는 반사이익에 기대어 무작정 정권교체를 주장해선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으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가 되는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여러 정치세력의 합의와 협치로 운영되는 의원내각제로 바꿔야한다. 첨예한 진영대결을 조장하는 양당체제의 선거제도 역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류·3류 정치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서로 헐뜯고 깎아내리는 ‘독이 든 사과’정치,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번 대선은 누가 국가와 국민을 부강하게 하고, 자유와 권리를 잘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가름하는 선거가 되기를 소망한다.
2021-12-2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바야흐로 선거철은 선거철인가보다. 내년 3월 치를 대통령 선거나 지방선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아침 등교시각, 인천의 한 중학교 앞에서 눈길 끄는 선거운동 광경을 목격했다.아마 중학교 학생회장 선거가 시작됐나 보다. 학교 정문 앞에서 붉고 푸른 형형색색의 피켓을 든 학생들이 줄지어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번호가 7번까지 있는 걸 보니 7명의 후보가 출마했나 보다. 회장 후보로 출마한 학생들이 표심을 얻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코스튬 플레이를 연출했다. 세계적인 히트를 친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체육복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학생들이 등장한 것이다. 또 다른 학생들은 지지후보의 이름과 번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학생들은 “모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기호 ○번, ○○○”라고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했다. 어린 학생들이 기성 정치인처럼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실감과 함께 오래전 순수했던 학창시절 추억들이 떠올랐다.필자는 대구에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를 다녔는데, 반장은 주로 담임선생님의 지명으로 정해졌다. 선생님들은 주로 공부를 잘하거나, 학교생활 하는 데 모범적인 학생에게 반장을 맡겼다. 그러니 선출직이 아니라 지명직이었던 셈이다. 반장의 임무는 다양했다. 기본적으로는 아침 등교 후 출석 점검, 수업시작 전 선생님께 인사 구령하기, 과제물 검사, 교실 청소와 미화 업무분담 지시 등등이었다. 반장을 맡으면 교무실에 자주 불려다니고, 반장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등 꽤나 성가시었지만 혜택도 적지 않았다.성적표에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모범적인 학생’이란 우호적인 평가가 따라붙는 것은 기본이었다. 이제와 고백하거니와, 개인적으로는 과제물 검사를 반장이 전담하기에 스스로는 과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특혜가 있어 좋았다. 특히 선생님들에게 모범학생이란 인상을 주는 것 자체가 큰 메리트였다. 아무리 호랑이 선생님이라해도 여간 잘못하지 않고는 반장을 혼내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매 교시 수업 시작 전에 반을 대표해 일어나서 “차렷, 열중쉬어, 차렷, 경례!” 하고 선생님께 인사구령 붙이는 일이 꽤나 멋있었다. 필자 역시 그게 멋있어 보여 무척 즐겼던 기억이 난다. 다만 ‘반장들의 반장’인 전교 학생회장은 그때도 직선제로 뽑는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들마다 자신이 맡은 반 학생이 전교회장을 맡길 바랬기 때문이었을게다. 초등학교 시절, 전교학생회장 후보로 나섰다가 연설원고를 모조리 까먹는 바람에 낙선했던 악몽도 이제는 정겨운 추억으로 남았다.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법. 어린 학생들이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자신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선거가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도 바뀔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2021-12-16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 진영 모두 선대위 영입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야 진영이 세 확장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 외부에서 참신하고 젊은 전문가나 상징적인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야 선거캠프 모두 영입 인사들의 스캔들이나 의혹, 막말논란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인선안을 발표했다가 영입인사 본인은 물론 선대위조차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팡질팡이다.먼저 타깃이 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유튜브 채널‘가로세로연구소’가 조 교수를 향해 혼외자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조 전 위원장은 2010년 8월경 제3자의 성폭력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으나 폐쇄적인 군 내부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가족의 병환 등으로 인해 외부로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으며, 아이는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낙태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입장문을 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조 교수는“제가 짊어지고 갈 테니 죄 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 달라”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기본사회위원장직을 맡은 최배근 교수는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는 조 교수와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수정 교수의 사진을 나란히 올린 뒤“차이는?”이라는 글을 올리는 바람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 교수는 논란 이후 최근 선대위에서 돌연 사퇴했다.국민의힘 윤석열 캠프에서도 함익병 피부과 전문의가 선대위원장에 내정됐다가 과거 독재 옹호, 여성 비하 발언으로 7시간 만에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뒤 이어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SNS 발언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일명‘비니좌’로 인기를 끈 노 위원장은 지난해 5월 SNS 긴급재난지원금 조회 서비스 화면을 공유하며 “뜬구름 잡는 헛소리와 개밥 주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건가”라며 재난지원금을 ‘개밥’, 이를 받으면 ‘개돼지’가 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는 또 과거 김구 선생을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이라고 비하했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성역화 1대장”이라고 폄하했다. 노 위원장의 글은 인터넷에서 인기 끄는 사이다 발언의 전형이지만 공격적이며, 이념적으로 극우성향이다.대통령선거가 여야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후보들을 돕기위해 합류한 사람들의 과거 행적이나 스캔들을 기화로 후보를 비방하는 양상으로 번져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여야 없이 부실한 검증을 노출하고, 논란이 이는데도 그냥 뭉개는 처사 역시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 특히 극우성향이 분명한 인사를 영입한 국민의힘은 보수중도를 아우르겠다는 기본 선거전략과 배치되는 만큼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아울러 여야 후보진영 모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가치와 기준을 명확히 내세우고, 꼼꼼한 검증 후에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1-12-09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 윤석열호가 위기에 빠졌다. 경선 이후 한 달이 지났는 데도 원팀 선대위 구성이 지지부진하고 내부 잡음만 무성하다. 더 큰 문제는 선장을 맡은 윤 후보가 이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줄 모른 듯 보인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문고리 3인방’ 원성을 듣고도 외면하고,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한 채 연락을 끊어 후보 따로 대표 따로. ‘따로 국밥’신세다.중도와 2030세대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젊디 젊은 당 대표가 당무 거부를 정치적 승부수로 던졌다. 그 결과 2일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선대위 두 번째 회의마저 취소됐다. 당 대표가 정식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잠행하는 바람에 선대위 전체가 마비된 셈이다.사태의 전말을 들어보니 한 달 전에 잡힌 외교사절과의 면담일정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날 충청권 유세 참석여부를 묻는 패싱 논란이 도화선이었다. 뒤이어 후보의 제의로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는 데, 뒤돌아서자 마자 막대한 홍보예산을 탐낸 행보라는 식의 음해성 뒷담화가 결정타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태의 발단은 당 대표를 적대시하고 배척하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이중 플레이에 있다. 이준석 당 대표의 이유있는 당무거부에도 윤 후보는 “무리하게 연락않겠다”며 소극적인 반응이다.내년 3월 대선지형을 보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대선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국민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좋아서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젊은 층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했고, 부동산 값 폭등을 막지못해 내집마련 꿈을 포기하게 만든 실정 탓이다. 잘한 것 없는 정부여당이 정권 연장을 꾀하니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 제1야당 후보에게 모여들었을 뿐이다.이 대표의 당무거부는 벌써 일부 청년 지지자들의 지지철회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20대 지지자 모임인 ‘팀 공정의 목소리’는 1일 “이준석 당 대표의 지위를 부정하며 ‘패싱’으로 일관하고 변화를 갈망해 모여든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익만을 앞세워 각자가 챙겨갈 전리품 챙기기에 혈안”이라며 윤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중도층과 2030세대의 지지가 절실한 윤석열 후보에게는 뼈아픈 실점이다.당 주변에서는 오만과 불통으로 귀닫은 ‘이회창 대세론’의 실패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수 십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하던 윤 후보가 이제 대선 본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뒤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불길하다. 해법은 윤 후보가 직접 나서서 수습하는 길뿐이다.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후보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주고, 유권자를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 젊은 당 대표 이준석을 설득못하면 어떻게 중도층·2030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2021-12-02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는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이른바 이미지 정치다. 실제로 대선 승부는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적인 우열에 달려있지 않다. 오히려 보수와 진보의 양대 축으로 나눠진 진영싸움이 우선이고, 양 진영의 후보 가운데 어느 쪽이 국민들에게 더 친근하고 설득력있게 다가서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그래서일까. 대선 100여 일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은 벌써부터 ‘이미지’경쟁에 나섰다. 무겁고 딱딱한 정책공약이 아닌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템으로 민심을 끌어오려 한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최근 들어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감성 이미지의 정치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충남 논산의 재래시장 좌판에서 토란 나물을 파는 노인에게 물건값을 치르며 훌쩍였다. 고인이 된 모친 생각이 났다고 했다. 다음 날인 21일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에서는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눈물을 훔쳤다. 최근 있었던 선대위 회의에서도 전국 순회 도중 시장에서 ‘가난한 사람 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우는 사람이 있었다고 소개하며 울먹였다.이 후보가 사흘 연속 눈물을 보이자 이런저런 해석이 나온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는 자체 평가가 대표적이다. 옷차림도 달라졌다. 경선기간에 말끔한 수트를 입었다면 대선후보 선출 후 본선에서는 클래식한 느낌의 캐주얼 정장으로 바꿨다. 경선 때는 안정감을 주는 게 우선순위였다면 지금은 세련미를 돋보이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이에 맞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역시 최근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부쩍 노력하고 있다. 2030 세대 일각에서 지적하는 소위 ‘꼰대’ 이미지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헤어스타일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머리에 힘을 주고, 눈썹 메이크업도 짙어졌다. “인상이 달라졌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옷차림 역시 바꿨다. 경선 때는 간간이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소탈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본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선이 깔끔한 감색 톤의 정장을 착용하고 있다. 말쑥하고 정중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다.윤 후보는 공개석상에서 앉은 자세가 달라졌다. 정치 입문 초창기 다리를 과하게 벌리고 앉아 ‘쩍벌남’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메시지도 미리 준비된 원고를 활용해 정제된 발언을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실제로 최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판기념회 축사도 미리 적어온 종이를 보며 진행했다. 하루 한 두 차례 정도 취재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제된 톤으로 설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정치 입문 초반 말실수로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했던 윤 후보가 점차 이미지 정치에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과연 누구의, 어떤 이미지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대권을 차지하게 될까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202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