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막상막하의 공천경쟁을 벌었던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그의 대구시장 선거출마는 보기드문 해프닝을 불러일으켰다.
대표적인 게 바로 국민의힘 공천감정규정 파동이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 신청을 할 경우 심사 과정에서 10%, 5년 이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우 15%를 감점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듯한 이 감점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총 25% 감점을 받게 될 상황이었다. 홍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결국 경기에 뛸 선수가 심판의 역할까지 했다는 날선 비판에 못이긴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 10% 감산으로 후퇴했다. 여느 의원이었다면 최고위가 결정한 공천규정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돌려놓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홍 의원이 5선 국회의원이자 2차례 대선주자로 나섰던 정치경륜 내지 정치력을 여실히 발휘한 셈이다.
홍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에 대한 비판여론도 있다. 가장 도드라진 주장이 대구시장 선거를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오랫동안 1인당 지역총생산이 꼴찌를 기록하고, 산업은 쇠퇴해 인구가 줄고있는 상황이다. 설령 홍 의원이 대권도전을 위해 대구시장으로서 재기를 하려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그게 대구시민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올 리 없다. 그가 침체된 대구시정을 맡아 획기적인 변화나 발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대권도전은 물 건너갈 것이 뻔하다.그러니 못다 이룬 큰 꿈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대구시의 발전을 위해 뛸 것이기 때문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에 출마했다는 이유로 지역구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다.
역시 적절치 않다. 6·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현역 중진의원들의 이름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유독 대구시장 선거만 문제될 일은 아니다. 아울러 대구가 TK의 본산이면서도 역차별받은 것은 대구시장의 정치적 역량이 낮았기 때문이란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민선 대구시장으로 문희갑 시장 이래 조해녕, 김범일 시장은 정치권보다는 행정고시 합격 행정관료 출신으로 정치권에서 큰 비중을 가지지 못했고, 권영진 시장은 정치권 인사이지만 비경북고 출신으로 중앙정치무대에서 비중이 그리 높지 못했다.
이러니 대구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변화나 개혁이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홍 의원은 대구시장 후보로서 자격이 차고 넘친다. 다만 정치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인데,‘독고다이’ 정치스타일은 문제다.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원활한 소통도 숙제다.
천하경영의 포부를 대구 시정에서 먼저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홍준표 의원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구시장 선거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