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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의 힘

등록일 2022-01-13 19:49 게재일 2022-0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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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인정하고 싶지 않을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말이다.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준석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보수당인 국민의힘에서 국민이 바라는 개혁 이미지는 30대의 젊은 이준석을 당 대표로 만든 그 무엇에 축약돼 있다. 이준석 대표는 대표 당선 이후부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최근까지 2030세대를 비롯한 상당수 국민의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를 오롯이 짊어지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당 대표 선거 당시 5선의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대선 출마자격인 40세도 안된 젊은 청년에게 표심에서 밀렸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에 당선될 당시 분위기는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그때 이준석을 지지한 국민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그를 지지했을까. 가늠해보자. 아마 정치현실은 마음에 안들고, 뭔가 바꾸고 싶은 데, 기존 정치인들은 왠지 말뿐이라는 실망감이 많았으리라. 정권을 교체하려면 지금 이대로의 야당은 안되고,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이 이 대표의 당선을 통해 표출된 것이리라.

당시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면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맞설만한 대권주자를 내지 못한 채 외부로 눈을 돌려야 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영입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전 대표 등을 포함한 경쟁자들이 함께 경선을 벌이면서 서서히 국민의 기대를 모았다. 여의도식 화법에 적응하지 못해 말실수가 잦았던 윤 후보가 홍준표 후보와 막상막하 각축전을 벌이며 국민의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이 윤 후보를 선출하자 이번에는 내부의 위기가 닥쳤다. 소위 윤핵관으로 일컬어지는 후보 측근들의 이 대표 견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 대표가 선대위 직을 사퇴하는 파동이 일었다. 그 여파로 대선 경선의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이재명 후보를 여유있게 앞지르던 지지율이 급락했다. 윤 후보는 결국 당 선대위를 전면해체하며 극적으로 이준석 대표와 손잡고 원팀을 이뤘다. 윤 후보가 이준석과 화해하고, 함께 선거운동에 나선지 2, 3일만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대표는 SNS에서 “이틀 걸렸군”이라고 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그의 화법은 에둘러 말하기 좋아하는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생경하고 불편했으리라. 또 평생 상명하복이 원칙이었던 조직문화에 익숙한 윤 후보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쓴 법. 이 대목에서 윤 후보의 결단이 빛난다. 주변의 많은 측근들이 이 대표를 욕할 때 “모든 게 후보의 잘못”이라며 함께 정권교체하자고 이 대표를 끌어안았다. 당소속 의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갈라지고 흩어졌던 당심이 하나로 뭉치고, 서로 욕하고 질시했던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지지율을 회복할 묘수찾기에 나섰다. 그 결과 보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다시 살아났다. 승부는 아직 예측불허다. 다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여론이 과반을 넘는다는 여론조사를 감안하면 준석의힘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 윤 후보의 선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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