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무슨 소용일까. 제 눈에는 하늘이 안 보이겠지만 하늘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문제의 본질은 해결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특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진실은 은폐하려 해도 숨길 수 없다’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눈 가리고 아웅’이란 말과 흡사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최근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 김재원 최고위원을 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21일 당 최고위원들은 회의를 열고 지선 공천에서 최근 5년 내 무소속 출마 경력이 있는 경우 15%, 현역 의원의 경우 10% 감점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두 감점규정에 모두 해당하는 홍준표 의원은 총 25%의 감점을 받게됐고, 홍 의원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홍 의원은 페널티 방식을 결정한 최고위원회에 소속된 김재원 최고위원이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해 맹비난했다.
이해당사자가 주도해서 표결에 참여한 것은 법률상 당연무효사유이며, 그 표결에 참석한 사람(김재원 최고위원)은 지선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홍 의원의 비판요지였다. 홍 의원이 크게 반발하자 김 최고위원이 해명에 나섰는 데, 이번에는 해명과정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부딪치며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김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렇게 해명했다. 당대표가 갖고 온 초안이 탈당 경력자 25% 감산, 징계 경력자 25% 감산, 당원 자격 정지 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 15% 감산하자는 내용이었고, 자신은 15%로 통일하자고 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본인이 대구시장 출마하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사니까 당대표에게 뒤집어 씌우느냐”라고 펄쩍 뛰었다. 이 대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당 기조국장이 안건으로 오른 공천규정안은 기획조정국 안이라는 것을 명확히 설명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이 “‘아직 (나는) 출마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 이해당사자로 보지 말아달라’라고 하면서 논의에 참여했다”고 폭로했다.
즉, 광역단체장 감점규정 적용에 반대를 표해온 당 대표가 해당 공천규정안을 낸 듯이 말한 것이나, 자신이 이해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공천규정 논의에 참여시켰는 데, 회의가 끝난 다음날 보란듯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는 게 이 대표의 비판요지였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홍 의원에 대한 감점규정 중복적용은 다소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철회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역정치권에서는 경기에 뛸 선수가 심판노릇까지 한것은 모양새가 나쁘다는 여론이다. 무릇 공당의 공천기준은 공정해야 한다. 그게 0.73%포인트 차로 어렵사리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정부를 밑받침할 수 있는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할 수 있는 모범답안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