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는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이른바 이미지 정치다. 실제로 대선 승부는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적인 우열에 달려있지 않다. 오히려 보수와 진보의 양대 축으로 나눠진 진영싸움이 우선이고, 양 진영의 후보 가운데 어느 쪽이 국민들에게 더 친근하고 설득력있게 다가서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그래서일까. 대선 100여 일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은 벌써부터 ‘이미지’경쟁에 나섰다. 무겁고 딱딱한 정책공약이 아닌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템으로 민심을 끌어오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최근 들어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감성 이미지의 정치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충남 논산의 재래시장 좌판에서 토란 나물을 파는 노인에게 물건값을 치르며 훌쩍였다. 고인이 된 모친 생각이 났다고 했다. 다음 날인 21일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에서는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눈물을 훔쳤다. 최근 있었던 선대위 회의에서도 전국 순회 도중 시장에서 ‘가난한 사람 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우는 사람이 있었다고 소개하며 울먹였다.
이 후보가 사흘 연속 눈물을 보이자 이런저런 해석이 나온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는 자체 평가가 대표적이다. 옷차림도 달라졌다. 경선기간에 말끔한 수트를 입었다면 대선후보 선출 후 본선에서는 클래식한 느낌의 캐주얼 정장으로 바꿨다. 경선 때는 안정감을 주는 게 우선순위였다면 지금은 세련미를 돋보이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역시 최근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부쩍 노력하고 있다. 2030 세대 일각에서 지적하는 소위 ‘꼰대’ 이미지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헤어스타일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머리에 힘을 주고, 눈썹 메이크업도 짙어졌다. “인상이 달라졌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옷차림 역시 바꿨다. 경선 때는 간간이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소탈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본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선이 깔끔한 감색 톤의 정장을 착용하고 있다. 말쑥하고 정중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다.
윤 후보는 공개석상에서 앉은 자세가 달라졌다. 정치 입문 초창기 다리를 과하게 벌리고 앉아 ‘쩍벌남’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메시지도 미리 준비된 원고를 활용해 정제된 발언을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실제로 최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판기념회 축사도 미리 적어온 종이를 보며 진행했다. 하루 한 두 차례 정도 취재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제된 톤으로 설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정치 입문 초반 말실수로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했던 윤 후보가 점차 이미지 정치에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과연 누구의, 어떤 이미지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대권을 차지하게 될까 궁금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