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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단상

등록일 2021-12-16 19:16 게재일 2021-1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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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바야흐로 선거철은 선거철인가보다. 내년 3월 치를 대통령 선거나 지방선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아침 등교시각, 인천의 한 중학교 앞에서 눈길 끄는 선거운동 광경을 목격했다.

아마 중학교 학생회장 선거가 시작됐나 보다. 학교 정문 앞에서 붉고 푸른 형형색색의 피켓을 든 학생들이 줄지어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번호가 7번까지 있는 걸 보니 7명의 후보가 출마했나 보다. 회장 후보로 출마한 학생들이 표심을 얻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코스튬 플레이를 연출했다. 세계적인 히트를 친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체육복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학생들이 등장한 것이다. 또 다른 학생들은 지지후보의 이름과 번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학생들은 “모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기호 ○번, ○○○”라고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했다. 어린 학생들이 기성 정치인처럼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실감과 함께 오래전 순수했던 학창시절 추억들이 떠올랐다.

필자는 대구에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를 다녔는데, 반장은 주로 담임선생님의 지명으로 정해졌다. 선생님들은 주로 공부를 잘하거나, 학교생활 하는 데 모범적인 학생에게 반장을 맡겼다. 그러니 선출직이 아니라 지명직이었던 셈이다. 반장의 임무는 다양했다. 기본적으로는 아침 등교 후 출석 점검, 수업시작 전 선생님께 인사 구령하기, 과제물 검사, 교실 청소와 미화 업무분담 지시 등등이었다. 반장을 맡으면 교무실에 자주 불려다니고, 반장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등 꽤나 성가시었지만 혜택도 적지 않았다.

성적표에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모범적인 학생’이란 우호적인 평가가 따라붙는 것은 기본이었다. 이제와 고백하거니와, 개인적으로는 과제물 검사를 반장이 전담하기에 스스로는 과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특혜가 있어 좋았다. 특히 선생님들에게 모범학생이란 인상을 주는 것 자체가 큰 메리트였다. 아무리 호랑이 선생님이라해도 여간 잘못하지 않고는 반장을 혼내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매 교시 수업 시작 전에 반을 대표해 일어나서 “차렷, 열중쉬어, 차렷, 경례!” 하고 선생님께 인사구령 붙이는 일이 꽤나 멋있었다. 필자 역시 그게 멋있어 보여 무척 즐겼던 기억이 난다. 다만 ‘반장들의 반장’인 전교 학생회장은 그때도 직선제로 뽑는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들마다 자신이 맡은 반 학생이 전교회장을 맡길 바랬기 때문이었을게다. 초등학교 시절, 전교학생회장 후보로 나섰다가 연설원고를 모조리 까먹는 바람에 낙선했던 악몽도 이제는 정겨운 추억으로 남았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법. 어린 학생들이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자신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선거가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도 바뀔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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