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용어가 ‘미러링 현상’이다. 서로 다른 정당 후보의 주요 정책이 닮아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실제로 20대 대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주요 정책이 매우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이들 후보의 정책공약 발표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당원들도 “우리당 후보의 정책공약과 상대당 후보의 공약이 서로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관전평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두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정책으로 꼽히는 부동산정책 해법과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방안에 대해 사실상 똑같은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 해법은 파격적인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후보는 임기 내 전국 2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설 연휴 전후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후보 역시 서울에만 50만호, 전국적으로 250만호를 신규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이 후보는 최근 서울 노원구 노후아파트 현장에서 500%까지 용적률 상향이 가능한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한다고 밝혔고, 윤 후보 역시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500%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과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앞다퉈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위기 극복을 위한 부담을 국가가 가계 및 국민 개개인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면서 25조~30조원 규모의 설 전 추경을 제시했다. 윤 후보 역시 지원 규모를 50조원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데 이어 국민의힘은 1인당 지원금 규모를 1천만원까지 늘리는 요구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미러링 현상의 원인은 뭘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부동산 가격폭등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너나할 것 없이 고통을 받아은 국민들 사이에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또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기성 정치인과 다른 성장배경을 가졌기에 민심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타난 결과라는 설명이다.
정책이나 공약의 유사성으로 이뤄진 미러링 대선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 대목에선 여야 모두 자신의 후보가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이재명은 합니다’란 캐치프레이즈가 보여주듯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검증된 실천력을 내세우며 윤 후보에 대한 우위론을 강조한다. 반면 윤 후보 측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김건희 리스크’등 양 진영의 네거티브전이 뜨거울수록 정책적 차별화는 사라지게 될 것이며, 후보 간 정책적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과반수 표심이 윤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예측불허의 승부가 펼쳐질 미러링 대선의 결말이 다가오는 설을 전후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