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기말에 ‘알박기 인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첫 오찬회동을 하기로 했다가 불발된 것도 인사에 대한 이견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측은 윤 당선인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요구 등 무리한 압박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알박기인사에 대한 이견때문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신·구권력이 인사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부딪친 셈이다. 정권 인수·인계작업이 험난해질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17일에도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곧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지명 등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윤 당선인과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가 불과 1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보은성 인사를 고집하는 것은 대통령직에 주어진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라며 “내 사람 챙기기, 알박기 인사에 전념하는 것을 보니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시절 3년간 정무특보로 일한 명희진 전 특보는 지난달 25일 한국남동발전 상임감사로 임명됐고,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0일 임찬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임기 2년의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한국은행을 포함한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들의 인사에 대해 “5월9일까지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실 ‘알박기인사’ 논란은 역대 정부에서도 매번 반복돼왔다. 새로 권력을 잡은 정부가 과거 정부에서의 인사권 행사를 ‘알박기’라고 규정, 물갈이를 시도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때에는 2004년 5월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어지간히 하신 분들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임기가 남은 정부 산하기관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명박(MB) 정부 초기엔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퇴진을 압박한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이 사건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아내거나 사퇴를 종용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올해 초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해 각각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런 사례들을 문재인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권교체 후 통합과 포용의 정치로 나아가려면 원만한 정권이양작업이 필수적이다. 정권교체기의 갈등과 반목은 진영간 갈등과 마찰을 극대화하고, 마침내 국론분열의 위기에 이르게 한다. 현 정부의 자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