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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가다

등록일 2021-06-24 19:36 게재일 2021-06-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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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托卵)으로 새끼를 기르게 하는 새로 잘 알려져 있다.

얌체짓으로 보이지만 뻐꾸기를 비롯한 두견이과 새들은 몸통은 큰 데, 다리가 짧아 알을 품기가 어려운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실패확률이 높지만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걸 번식방법으로 선택해 진화했다. 그러나 탁란 성공률은 10%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뻐꾸기 90%가 탁란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첫 번식때는 잘 속지만 두 번째 번식 이후엔 뻐꾸기 알과 자기 알을 구별해서 골라내기 때문이다. 뻐꾸기 탁란과정을 보면 어미 뻐꾸기나 새끼 뻐꾸기 모두 필사적이다. 먼저 어미 뻐꾸기는 알을 낳기에 적합한 ‘붉은머리오목눈이’둥지를 찾아야 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집을 짓고있거나 이미 알을 품고있으면 안 되고, 알을 낳기 시작해 2~4개 있는 둥지를 찾아야 성공확률이 높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야 하니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둥지를 비웠을 때 얼른 자기 알 1개를 낳고, 붉은오목눈이 알 가운데 하나를 먹거나 버린다. 여기까지가 뻐꾸기 어미의 역할이다. 그 다음은 뻐꾸기 새끼의 몫이다.

붉은오목눈이보다 며칠 먼저 태어난 뻐꾸기 새끼는 남아있는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행동이라지만 처절하다. 눈도 못뜬 채 깃털하나 없는 뻐꾸기 새끼가 다른 알들을 밀어내려고 넓은 등판과 날개를 이용해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다가 다 못밀어내고 남은 알이 부화하면 태어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 떨어뜨린다. 둥지안에 혼자 남았다고 끝난 게 아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보다 덩치가 더 커질 때까지 끊임없이 먹이를 먹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뻐꾸기 새끼는 배가 고프면 마치 “먹이를 안주면 천적에게 들키게 하고 말거야.”하는 것처럼 시끄럽게 울어댄다. 이런 협박(?)으로 어미가 먹이를 계속 가져오게 만든다. 그래야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동남아시아나 인도까지 혼자 날아갈 수 있다. 자기보다 큰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는 지 새끼 잃고 남의 새끼 키우느라 생고생이다.

난데없이 웬 뻐꾸기 얘기냐고 하겠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가운데 여권에서 크느라 고생한 사람들 얘기다.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그들이다. 이들은 남의 둥지에서 태어난 뻐꾸기가 둥지에서 살아남기까지 해야했던 비정한 생존경쟁 이상의 경쟁을 치르고 오늘의 자리에 올랐으리라.

정부 여당은 이들이 야권의 당당한 대권주자로 거론되자 윤 전 총장에게는 X파일로 위협하는 반면, 대권 출마선언을 고려중인 최 원장에게는 중립성·독립성을 들어 흠집내고 싶어한다. 김 전 부총리에게는 아예 “여권 후보로 나와달라”며 구애작전에 나섰다.

모두 허망한 짓이다. 장성한 뻐꾸기가 둥지 위를 날아 제 갈길 가려는 데,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무슨 재주로 막겠는가. 둥지에서 날아오른 뻐꾸기에게 이제 그만 미련을 버리시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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