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24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부산을 떨었던 정부다. 그 와중에 공공택지를 개발해 공급하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빼돌려 광명·시흥·과천 등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에 대거 땅 투기에 나선 사실이 밝혀졌다. 언론보도만 살펴봐도 수도권 신도시 개발예정지에서는 물밑 아귀다툼처럼 투기가 벌어졌던 모양이다.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곽상도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광명·시흥 7개동 일대 토지 실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이전 2년여간 광명·시흥 일대(7개 동)에서 땅 투기거래를 한 사람 중 LH직원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7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광명과 시흥뿐만이 아니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과천에도 LH직원들이 땅을 산 정황이 나왔고, 행정수도인 세종시에서도 투기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2018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 땅을 산단 발표 직전 외지인들이 사서 조립식 건물, 이른바 ‘벌집’ 100여채를 곳곳에 지었다고 한다. 경기도 광명시 공무원 6명과 시흥시 공무원 8명이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광명·시흥 신도시개발 예정지에 땅을 산 사실도 드러났다. LH직원 본인 명의 말고, 가족 명의로 산 땅도 다수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모두 발본색원, 일벌백계, 부당이익 환수 등을 약속했고, 정부합동수사본부가 18개 시·도경찰청, 관계기관 인력파견 등 총 770명 규모로 구성됐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해 전문적인 수사역량을 갖춘 검찰이 수사본부 구성에 빠져 있어 왠지 찜찜하다. 투기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상당수가 2기 신도시인 분당 판교와 수원광교에 있는 값비싼 집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나 투기의 뿌리를 캐다보면 어디까지 뻗쳐있을 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지금대로라면 LH직원들을 처벌하거나 이익을 환수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현행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업무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게 돼있다. 하지만 LH직원들은 이미 다른 사람도 다 알고 있는 시중의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했을 뿐이라고 주장, 내부정보를 활용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처벌 자체도 어렵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 소속 공무원과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부당이익 취득을 할 수 없도록 감독과 통제 제도가 잘 돼있는 데 반해 유독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부동산 공기업만 통제가 느슨했으니 무슨 할말이 있으랴.
국민권익위가 지난 2013년 이후 19대와 20대 국회에 발의했으나 폐기된 이익충돌방지법안만 법제화돼 있어도 부당이익 환수가 한결 수월했으리라는 때늦은 후회도 있다. 이제라도 땅 투기를 일삼아온 부동산 공기업 직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철저히 이뤄져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