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구를 정치적 판단이 미숙한 도시로 몰아가며 지역 비하 발언을 내놨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40년간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지금 대구 경제는 전국 꼴찌다. 왜 그럴까”라고 물은 뒤“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고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구 유권자의 선택을 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망국적 지역감정까지 동원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실 대구시민들 가운데서도 대구 경제가 꼴찌인 이유를 진실로 궁금해 하는 이가 적지않다. 대통령을 5명이나 내고도 왜 경제가 꼴찌일까. 대구경북 출신 대통령들은 아무리 자신의 고향이라 해도 사전타당성평가가 크게 낮은 경우 특혜시비를 우려해 밀어붙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때 고향 앞바다에 다리를 놓는 포항 영일만대교 예산을 승인해줄 법 했건만 이 대통령은 허락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과 대구,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를 놓은 박정희 대통령이 대구·경북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을까.
대구에 고용을 창출할 원청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며 삼성자동차 유치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경남 거제가 고향인 김영삼 정부는 1995년 삼성그룹에 자동차산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대구가 아닌 부산에 자동차를 설립토록 했다. 삼성그룹은 1년 뒤인 1996년 8월 삼성상용차를 대구에 설립했지만 IMF직후인 2000년에 파산하고 말았다. 대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기회를 놓친 것은 이뿐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첨단의료복합도시를 조성할 때 얘기다. 약령시가 있는 대구직할시와 대구한의대와 약재가 많이 나는 경북 지역 땅을 아울러 한방바이오산업을 키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했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전국에 한방바이오를 하겠다는 도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말았다. 그 결과 정부는 2009년‘대구·경북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각각 조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수도권에서 훨씬 가까운 입지인 충북 오송이 평당 65만원에 조성됐고, 대구는 땅값이 100만원이 넘게 책정됐다. 이러니 기업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자명했다. 수도권에서 더 먼 곳에 더 비싼 땅값을 지불하고 공장이나 기업을 세울 기업이 많을리 없다. 매사 이런 식이다. 그 당시 30년 무상임대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해 더 많은 의료기업을 유치하면 어땠을까. 고용이 창출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인구수도 늘고, 돈이 돌기 시작한다. 도시가 활기를 되찾게 된다. 지금 대구는 어떤가. 경제는 살려야 한다면서도 대구시가 특정 기업 유치를 위해 특혜를 주겠다면 이유불문 물어뜯는 분위기다. 대구시민들 마음속에 기업가에 대한 이유모를 반감이 도사려 있지는 않나 의심스럽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모쪼록 대구경제를 꼴찌에서 탈출시켜줄 리더십을 가진 시장을 뽑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