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아수라 vs 내부자들

등록일 2021-11-18 20:06 게재일 2021-11-19 19면
스크랩버튼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과거 개봉한 영화 두 편이 화제다. 바로 영화 ‘아수라’와 ‘내부자들’이다.

두 영화는 모두 국산영화로 정치권력의 부패를 다룬 영화인데, 묘하게도 현재 여야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듯한 설정이어서 공교롭다고 해야할 지, 선견지명이 있다고 해야할 지….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최근 SNS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특혜 의혹’을 거론하면서 “이름하여 ‘대장동 개발사업’ 아주 이상하기 짝이 없는 ‘아수라’의 악취가 풍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영화 ‘아수라’를 빗대어 이재명 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아수라’는 2016년 개봉한 영화다.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부패한 박성배(황정민)와 시장의 비리를 캐내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 그 사이에 낀 형사 한도경(정우성)의 물고 물리는 정치범죄 스릴러물이다. 영화에서는 안남시의 부동산 개발사업과 이를 통해 시장 박성배가 각종 이권을 챙기고 범죄를 서슴지 않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 배경이 된 안남시라는 도시명부터 이재명 후보가 시장으로 재직했던 성남시를 연상시키는 데다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를 겨냥한 듯한 영화 줄거리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경선단계부터 시작해 ‘아수라’ 영화를 적극 소환해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양상이다.

민주당에서는 영화 ‘내부자들’을 공격소재로 소환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 영화에 나오는 부패 정치인 장필우와 겹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을 향해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선 후보 장필우처럼 ‘X라 고독하구만’ 대사를 반복하며 소주 드실 날이 머지않았다”라고 했다.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은 2015년 개봉했다.

기 의원이 언급한 장필우는 부패 정치인으로 재계, 언론과 결탁해 대권을 넘보는 인물로, 과거 조폭과의 전쟁에서 이름을 날린 검사 출신이기도 하다. 장필우는 결국 각종 비리가 드러나 파멸의 길을 걷는 데, 영화 말미에 쓸쓸하게 소주를 마시며 “X라 고독하구만”이란 대사를 내뱉는다.

정치 권력의 부패를 다룬 두 영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크게 주목받는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그동안 정치권의 부패와 해악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적지않았지만 유달리 두 영화는 영화배경이나 인물설정이 현 여야 후보와 닮은 꼴이라 공교롭다.

이런 영화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마 정치에 대한 환멸이나 염증,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제작자의 의도야 정치권력의 부패를 정면비판하고, 이런 정치인들을 정치판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이었으리라. 하지만 두 영화가 그린 인물이 무작정 비현실적이란 단정을 내리기도 어려웠다.

그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이,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영화를 불러들이니 그게 서글플 따름이다.

김진호의 是是非非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