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사물의 원리를 관찰한 ‘관물편’에서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성호 이익 선생 댁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년에 겨우 서너 개 열렸고, 다른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나무였다. 감나무 때문에 마당에 그늘도 많이 지고, 장마때면 늘 젖어있어 마당 마를 날이 없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을 들고서 한 그루를 베어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오가고 있었다. 그 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했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죠. 저건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 해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죠.” 그러고 보니 참 맞는 말이었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봤다. 밉게 보면 못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이었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에 성호 선생은 톱을 창고에 넣고 나오면서 웃었다.
“하하하, 유단취장(有短取長)이란 옛말이 그른 게 없구나!”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게 만고불변의 진리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양당이 서로에게 협상결렬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에는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 의지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가 대권에 나가고 싶어서 통합이라는 큰 그림으로 자꾸 접근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단계에서 통합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합당을 회피하려고 말장난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당 협상단장인 권은희 원내대표 역시 협상 결렬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을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양당 합당 실무협상단은 지난 27일 4차 회의를 마친 뒤 당명 변경, 야권 단일후보 플랫폼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야권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약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야권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언급하며 “협상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당 대표간 협상에 응해달라”고 안철수 대표에게 대표간 협상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의 협상에서 당협위원장직 공동임명, 국민의당 인사의 경선준비위원회 참여,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에 임했는데도 협상 중에 추가되는 요구사항들이 있어 협상이 결렬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야권이 표를 더 많이 얻고도 정권을 빼앗겼던 뼈아픈 경험을 되새겨보라. 야권대통합 없이 야권이 정권을 되찾기는 어렵다. 도대체 못할 일이 무엇인가. 안 대표는 즉각 대표 간 협상에 나서서 ‘사소취대(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의 마음으로, 야권대통합을 이뤄주길 바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민의당과 힘을 합쳐야 ‘유단취장’의 묘계를 구현할 수 있다. 그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