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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추론

등록일 2021-11-18 18:24 게재일 2021-11-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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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인생에는 합리적 추론이 필요할 때가 많다. 사람의 심리는 복잡 미묘하고 안팎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이나 논리학, 정신의학 등에서 합리적 추론에 관련된 연구를 해왔다. 물론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영역 말고도 상식적 수준에서의 합리적 추론은 일상생활에서 다반사로 있는 일이다. 사람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시시각각 분별하고 판단해서 삶을 영위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합리적 추론이 필수적인 요건이 아닐 수 없다.

추론(推論)이란 이미 알고 있거나 확인된 정보로부터 논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행위나 과정을 말한다. 즉 어떤 판단을 근거로 다른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그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보나 자료가 이치에 맞는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합리적 추론의 과정이 필요하고, 합리적 추론을 위해서는 기왕의 사실이나 정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개인적 호불호나 이념적 편향에 등에 따른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정보의 수용에서부터 왜곡이나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여당 대선 후보 배우자가 한밤중에 낙상(?)을 해서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가짜뉴스에 강력 대처하겠다며 유포자 두 명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가짜뉴스의 확산에 빌미를 준 것은 사고경위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는 낙상사고라고만 했다가 나중에는 구토 설사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열상을 입었다는 해명이 뭔가 미심쩍은 뉘앙스로 받아들여진 거였다. 병원 진료기록에는 오심 구토 설사 의식소실이라고 적혀있다니 일단은 그것을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야근을 마치고 퇴근했다가 다시 불려나가 질책을 당했다고 한다. VIP의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란다. 누가 시청의 익명게시판에 올린 그 사실이 일파만파로 퍼져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사고 당사자가 VIP일 경우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데다, 그게 어찌 퇴근한 사람을 불러내어 문책할 만큼 다급하고 중대한 일인가. 다음날 출근을 하면 불러도 충분한 일인데,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퇴근한 구급대원을 서둘러 불러낸 것에는 필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아마도 그 상급자는 어디로부터 무슨 지시(?)를 받지 않았을까, VIP의 사건을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책이란 구실일 뿐이고, 그날 그 사고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보고들은 일체의 사실에 대한 함구령을 내리려는 것이 화급히 불러낸 진짜 이유가 아닐까.

대선정국에는 온갖 가짜뉴스가 난무하기 마련이다. 거짓으로 꾸며서라도 자기 편 후보는 미화하고, 상대편 후보는 어떻게든 흠집을 내기 위해 흑색선전에 혈안이 된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합리적 추론에 따른 올바른 판단으로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한판 승부다.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 오로지 국민들의 판단과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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