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특정 사회나 문화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지식이나 가치관을 상식(常識)이라 한다. 이는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이해와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바람직한 상식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먼저 각 사회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등 교육과 학습을 통해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고, 소속집단 내에서의 합의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서 공동체의식도 함양해야 한다. 물론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상식의 양상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식이 실종된 사회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정치인들의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행태는 사회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온갖 가짜뉴스와 감언이설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선동하여 확증편향에 빠진 맹신적 추종자들이 정치적 팬덤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것은 곧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이념대립과 진영논리가 상식을 파괴하고 법치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극단적인 정치세력의 편향된 논리는 법조계, 교육계, 언론계, 종교계, 예술계 등 각 분야를 잠식해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막힌 사회를 만들고 있다.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고위층이나 지식층 인사들의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언행이 사회전반에 가치관의 전도와 인식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판에 난무하는 적반하장, 내로남불, 후안무치는 이제 버젓이 상식인 양 횡행하고, 사회정의와 질서의 보루인 사법부도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절차와 판결로 양식 있는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법학교수였던 자가 법을 무시하는 언행을 예사로 하고, 성직자란 자들의 최소한의 도의도 갖추지 못한 행태도 비일비재한 사회현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상식의 혼란과 위기가 오는 것은, 지나친 개인주의와 정치·사회적 분열로 공통된 가치와 규범을 약화시키는 경우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잘못된 정보가 상식처럼 퍼져서 혼란을 가져오는 경우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기주의적 행동과 경제적·정치적 불평등으로 상식의 기반이 되는 신뢰와 공감을 훼손하는 것도 원인이 된다.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과정을 통해 공감능력과 도덕적 판단력을 기르는 학습을 강화해야 하고, 법과 제도를 통한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상식이 작동할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환경과 허위 정보에 대한 강력한 대응도 필요하고, 지역 단위에서 공동체의식을 키우고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 각자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건강한 상식을 가질 때 보다 밝고 안정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 서고, 언론과 종교가 제 구실을 하며, 법치가 확립 되어야 한다. 그런 선순환의 회로가 잘 작동해야 선진사회로 간다.
20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