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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통일의 전망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이 된 이후 통일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그 첫 번째는 김일성이 사망한 때였다. 반도의 북쪽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절대존엄으로 군림하던 ‘위대한 어버이수령’이 죽었으니 엄청난 충격과 혼란과 변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머지않아 통일의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김정일 세습체제가 들어서서 전과 별로 다를 게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김정일이 죽었을 때도 또 한 번 통일에 대한 기대로 온 나라가 술렁거렸다. 후계자를 키울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터라 정치 경험이 없는 이십대 후반의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 하는 예측이었다.더구나 3대에 걸쳐 세습을 한다는 것도 마땅한 명분이 아닐 터라서 권력의 분화와 다툼이 일어나고 체제의 붕괴를 가져와서 통일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그런 기대마저 이복형을 죽이고 고모부를 처형하는 등의 잔인함을 보이며 일축해 버렸다.그렇다고 김정은 체제가 안고 있는 불안 요소가 다 가신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무절제한 생활로 인한 고도비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한동안 중병설에 사망설까지 나돌았다. 만약 김정은이 건강 문제로 쓰러지면 이번에는 선대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거라는 전망이다. 백두혈통이라는 여동생이 있고 십대의 어린 딸이 있지만 그들이 권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니 마침내 김일성 일가의 세습체제가 종식을 고하지 않을까.그와 동시에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불만과 원성이 분출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첨단기기의 보급으로 더 이상은 외부의 정보를 차단할 수 없게 되어 젊은 층에서부터 세습체제에 대한 회의와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더구나 인민들은 헐벗고 굶주리는데 지도자란 놈은 몸을 못 가눌 정도로 호의호식하고 나라의 살림을 거들내면서 미사일이나 쏘아대는 짓을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천오백만 북한 주민들을 빈곤과 압제에서 구해내는 것이 더 시급한 통일의 과제이다. 얼마 전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같은 민족의 남측’이 아니라 ‘적대적인 다른 국가’로 간주하겠다고 강조하고,‘점령·평정’해 ‘편입’할 대상이라고 선언을 했다.‘그동안 같은 민족이라고 봐줬는데 이젠 무자비하게 도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그렇게 선언한다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혈족의 연이 끊어지는 건 아니다.통일을 위한 우선의 전제조건은 김정은 세습체제의 종식이다. 그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다. 김정은에게 타격을 주고 인민들이 더 이상 세습독재에 굴종하지 않고 분연히 들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남한부터 뜻과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2024-01-25

한동훈과 이재명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한동훈이 정치권의 새로운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다분히 극적이고 역설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처럼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그가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은 자신의 의도나 노력 때문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의 주구가 되기를 거부하고 몇 번이나 좌천을 당하는 수모를 견뎌낸 것이 전화위복의 요인이 된 것이다. 한직으로 밀려나 있던 그가 일약 법무부장관으로 발탁이 되면서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회에 불려나가 다수의석인 야당의 온갖 공세에도 밀리지 않고 대응하면서 결기와 역량을 보여주었다. 정권이 바뀌었으나 여소야대 국회의 전횡과 곳곳에 포진한 지난 정권 잔재들의 반발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여권의 기대주로 떠오른 이유이다.한동훈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와 대척점에 있는 이재명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두 사람은 성장배경부터가 전혀 다르다. 한동훈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환경에서 모범적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일류대학에 진학하고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반면 이재명은 스스로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라고 했듯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소년공 생활도 하면서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대학에 들어갔다. 물론 좋은 환경에서 반드시 인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듯 열악한 처지라고 훌륭한 인물이 되지 말란 법은 없을 터이다.한동훈은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지만 선민의식이나 특권의식 같은 건 없어 보인다. 장관이 되어서도 비서가 차문을 열어주는 걸 마다했고, 미국출장길에도 일등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을 타고 갔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도 깍듯이 대하는 등 겸손과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라고 한다. 그에 비한다면 이재명은 특권의식에 절어 있는 것 같다.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같은 공직에 있을 때는 공무원을 마치 개인 집사처럼 부리면서 법인카드를 함부로 유용하는 등 특권을 행사했고, 최근 피습사건이 있었을 때 부산에서 서울로 전원하면서 119헬기를 이용한 것도 특권의식의 발로라 할 것이다.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한동훈은 20여 년 공직생활 중에 일체의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았음은 물론 부동산투기나 음주운전, 위장전입 같은 허물도 전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은 한동훈과는 극과 극이라 할 정도로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었다. 공무원자격사칭, 음주운전, 특수공무집행방지, 선거법 위반 등 전과만도 4개인데다 현재 기소되거나 수사 중인 범죄 혐의는 열 가지가 넘는다. 이 두 인물이 나란히 여당과 제일야당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동훈이 급부상한 것은 고인 물 같은 정치권에 맑은 물길은 터줄 새 인물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처럼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새로운 문법의 정치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2024-01-18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언론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 언론(言論)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치는 물론 경제와 문화도 언론에 의해 향방이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언론이란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법에는 ‘방송,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신문’을 언론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거기에다 유튜브 같은 개인 언론 매체를 더하는 것이 현실에 맞을 것이다.언론은 고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원로원의 각종 의사록을 원로위원들과 시민들을 위해 매일 취합해서 발표하던 일간 관보(官報)가 효시였다. 처음에는 원로원과 민회의 의사록을 공개토록 했고, 후에는 황제의 칙령, 정치토론, 재판 결과, 주요 인사의 부고, 명절과 축일 등을 수록하는 등 현대의 신문과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사회가 거대하고 복잡해지면서 직접적인 경험만으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두루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각종 대중매체를 통하여 세상과 소통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움직이는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언론을 장악하기도 한다.모바일 인터넷의 상용화는 언론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유튜브(YouTube) 개인 방송은 언론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수많은 개인매체가 쏟아내는 온갖 정보들에 누구나 실시간으로 접속할 수 있고,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눌러 언론의 확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보의 일방적 전달을 주로 했던 과거의 언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인 것이다.갑작스런 변화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모바일 인터넷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속도 경쟁을 하다보면 사실 확인 등의 검증에 소홀해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고, 조회 수를 늘이기 위해 거짓이나 선정적인 썸네일(thumbnail) 등으로 시청자를 교란하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의도로 편파적이거나 왜곡·조작된 정보를 남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민심을 교란하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중매체를 접할 때에는 반드시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이유다.국민 각자의 참여와 노력이 여론을 형성하고 그것이 정치,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에 반영되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시대가 되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그만큼 더 커졌다는 얘기다.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나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방관하거나 불평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각종 언론에 적극 참여하여 올바른 여론형성에 일조하는 것이 모바일 인터넷 시대 시민의 새로운 책임이자 의무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의 옥석을 구별할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할 터인데, 그것 역시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가 있다. 국민들 스스로 의식수준을 높여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시대적 과제로 삼을 일이다.

2024-01-11

대한민국, 어디로 갈 것인가?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올해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4월에 있는 이번 총선의 결과에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다. 좌·우로 갈라져 대결하는 양대 진영 중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국운의 향방이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국가 흥망의 기로일 수도 있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인 것 같다.21대 국회는 다수의석의 정당이 어떤 횡포를 부릴 수 있는지를 낱낱이 보여주었다.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이었을 때는 이른바 공수처법, 임대차3법, 대북전단금지법, 검수완박법 등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했다. 북한 김여정이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자 하루 만에 발의되었다고 ‘김여정하명법’으로 불리는 대북전단금지법은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반인륜범죄 저지 실패 사례’‘민주주의 역행’이라는 강한 우려와 비판을 받았고, 충분한 현장의견 수렴 등 숙의과정 없이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은 오히려 전세값 폭등, 주거불안 증대, 임대차 분쟁과 갈등 증폭 등의 원인을 제공하여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문재인 정권 초기에는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지난 정권 인사들을 모조리 사법처리한 검찰에 박수를 치더니 그 칼끝을 현 정부의 비리와 부정에 겨누자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온갖 편법을 써가면서 부랴부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되었지만 입법독재의 폭주는 거듭되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임명동의안을 잇달아 부결시키는가 하면 행안부 장관과 당대표의 비리혐의를 수사하는 검사까지 탄핵하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 해임 안을 통과시키고, 법무부장관과 임명된 지 3개월 밖에 안 된 방통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하여 자진 사퇴하게 하는 등 온갖 횡포를 자행했다. 우리나라는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을 대신하여 정치를 하는 대의민주주의, 즉 국민의 대표자로 구성된 의회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정책 결정권이나 입법권 등을 행사하는 의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의회주의는 다수결 원리에 따르되 원내 세력 간의 대화와 타협을 핵심 운영원리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의회주의를 벗어난 입법과정을 거쳐 법률을 생산하는 것은 다수에 의한 횡포가 만들어내는 입법독재이며, 입법독재는 당연히 법치주의와 양립할 수 없고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만행이다.만약 이번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다수의석을 차지하면, 사사건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고 훼방을 놓아 식물정부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런 다음 무능정권이라는 낙인을 찍어 대통령 탄핵에 나설 것이고, 그 여세를 몰아 정권 탈환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과 여태껏 쌓아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표퓰리즘과 선전선동이 난무하는 친중·종북의 사회주의로 가겠다는 것이 저들의 시나리오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오로지 국민의 손에 달렸다.

2024-01-04

태양의 부활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연중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다. 오늘을 고비로 밤은 조금씩 짧아지고 대신 낮이 그만큼 길어진다. 정확하게는 날마다 30초씩 일출이 빨라지고 일몰은 30초씩 늦어져서 낮의 길이가 1분씩 늘어나는 것이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서 태양을 돌고 있기 때문에 북위 38도에 걸쳐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위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었던 옛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신앙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지동설이 나오기 전에는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를 지나고부터 태양이 차츰 식어가다가 동지를 고비로 다시 회생하는 것으로 인식했을 터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삶의 양식을 규정하는 자연의 법칙이었고, 과학적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달라질 게 없는 삶의 조건이다. 달도 차면 기울고, 태양도 식어가다가 다시 타오르는 되풀이에 맞추어 해(年)와 절기(節氣)를 구분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생활을 계획하고 실천하였다. 특히나 농경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농작물을 심고 가꾸고 거둬들이는 일을 그 절기에 맞추어 실시했다.동지가 갖는 의미는 다른 절기에 비해 특별한 데가 있다. 실생활인 농경과는 관련이 없는 어떤 정신적이고 제의(祭儀)적인 측면이 그것이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중국 주(周)나라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 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동짓날에 천지신과 조상의 영을 제사하고, 신하의 조하(朝賀)를 받고 군신의 연례(宴禮)를 받기도 하였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팥죽을 쑤어서 먼저 사당(祀堂)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 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었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즉, 팥죽에는 축귀(逐鬼)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았으니, 집안의 여러 곳에 놓는 것은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한 것이고,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 있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발췌)잎이 진 겨울나무 잔가지에 어느새 새봄을 기약하는 꽃눈과 잎눈이 맺혀있다. 동지를 지나도 봄이 오기까지는 몇 차례나 더 한파와 눈보라가 몰아칠지 모른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겨울이 너무 길고 혹독할 것이다. 헐벗고 굶주리는 북녘의 동포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집집마다 쌓여있는 옷가지라도 보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그것마저 막혀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겨울이 아무리 혹독할 지라도 낮이 길어지는 만큼 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북녘 땅에도 봄이 올 거라는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는 말자.

2023-12-21

하느님이 보우하사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난 11일,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식이 있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두 달 만이다. 다수의석의 야당이 이번에도 또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 부결시키지 않을까, 가슴 졸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또다시 부결되어 대법원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로 가면 내년 초의 법관 인사는 물론 총선에도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데, 천만다행으로 조희대 후보자는 결격사유가 될 만한 흠결이 없어 야당도 차마 부결시키지를 못 했다.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을 보면서 ‘하느님이 보우하사’라는 애국가의 한 소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작금의 시국이 하도 혼란하고 위태롭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립 후 70년 세월은 애국가 가사처럼 천우신조(天佑神助)의 역사였다. 미국의 일본 원폭으로 극적인 해방을 맞은 것에서부터, 비록 반쪽이긴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운 것, 기적적인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확립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강대국을 이룬 것은 천지신명의 도움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삼권분립을 기본 체제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를 위한 마지막 보루다. 사법부가 부패하거나 편중되어 제구실을 못하면 정의와 법치는 무너지고 혼란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 것이 바로 지난 정권 시절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사법독립을 포기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편파적이고 관례를 무시한 코드인사와 고의적인 재판지연 등으로 공정과 정의를 무시하는 등 사법부와 법관의 위상을 바닥까지 실추시켰다. 이제 새로운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누적된 병폐들을 일소하고 법치 확립의 근간이 되는 사법부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떠받치는 세 기둥인 입법, 사법, 행정 중 어느 하나도 건실하지 못해서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지금의 거대야당 행태가 바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마치 국회 다수의석의 야당이 어디까지 행패를 부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산더미 같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고, 결과가 뻔한 데도 묻지마 식으로 탄핵을 남발하고, 정부의 국회동의안을 온갖 구실로 부결하고, 터무니없는 구실로 정부 예산안에 비토를 놓는 등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패악질은 끝이 없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좌파정권의 연장을 막은 것처럼, 조희대 대법원장이 좌경화 법관들이 장악한 사법부를 바로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하나 남은 것은 입법부의 정상화다. 좌파 정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해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좌파 정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넘지 않기를 빈다. 그래야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할 수 있다.

2023-12-14

개쑥갓 겨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12월의 들길을 걷는다. 거의 날마다 들길 산책이 주요 일과였으니, 올해도 들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온 셈이다. 좋게 보면 유유자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허송세월이었다. 하지만 남이야 어떻게 보든 후회나 미련이 남는 행로는 아니었다. 내가 들길을 걸으면서 누린 자유와 여유를 그 무엇과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다지 어려운 길은 아닌데, 아무나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길도 아닌가 보다.들판은 사철 살아있는 경전이다. 날마다 들길을 걸으면서 시시각각 오관으로 그 경전을 읽는다. 오늘은 이 경전의 개쑥갓에 밑줄을 긋는다. 개쑥갓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식물도감에는 국화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봄부터 늦가을까지 성장을 하면서 끊임없이 꽃을 피우는 걸로 나와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동남쪽인 이 지역에서는 상당수가 산 채로 월동을 하면서 날씨가 조금만 풀려도 꽃을 피운다. 물론 냉이나 봄까치꽃, 광대나물 같은 풀들도 양지쪽에서 월동을 하지만 개쑥갓의 겨울나기는 어느 풀에도 뒤지지 않는 것 같다.자연 경전에는 우열이나 귀천이 없다. 사람들은 삼라만상의 가치를 따지거나 의미부여를 하고 가격 매기기 좋아하지만, 자연에는 아예 그런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냉이는 냉이대로 개쑥갓은 개쑥갓대로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고 생명으로서의 역할이 있을 뿐이다. 비교나 경쟁이나 차별 따위가 불필요한 것이다.월동하는 풀들은 풀잎에 솜털이 나고 갈색으로 변한다. 엽록소를 버린다는 것은 성장을 멈추고 일종의 동면상태에 들어간다는 의미일 터이다. 개쑥갓에게 겨울이 얼마나 혹독한 계절인지, 왜 혹한의 계절에도 악착스레 살아남으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은 극한상황 속에서도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기색이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조건만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 살아있는 것에서 생명의 엄연함을 읽는다. 한편으로, 한 점 생기도 다 소진하고 바싹 마른 잎이나 대궁으로 겨울바람에 쇠락해가는 다른 풀들이라고 나약하거나 소심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을 깨끗이 비워버린 허허로운 모습 또한 서늘한 의지로 다가온다.들판 가운데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내가 걸어온 길은 들길이고 서 있는 곳은 들판이다. 바싹 마른 억새가 같은 키로 서 있고 둑길 양지에는 가까스로 월동을 하는 풀들이 있다. 며칠 전에 도착한 청둥오리들이 무리지어 바삐 날아가고 까치와 비둘기, 참새 같은 텃새들도 먹이를 찾아 내려앉는다. 겹겹이 껴입은 옷의 두께만큼 저들과는 멀지만, 마음만큼은 나도 슬며시 저들의 자유에 끼어들고 싶다.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단순하고 소박해져야 근처라도 갈 수 있을 것이다.들판이라는 경전에 쓰인 말씀들은 모두가 불립문자(不立文字)다. 개념이나 의미나 가치로 규정되기 이전의 날것이다. 뭐라고 서둘러 규정짓지 말고 단정하지도 말고 아집이나 독선, 고정관념에 빠지지도 않아야 보이고 들리는 우주의 메시지다. 개쑥갓도 그렇다.

2023-12-07

마지막 잎새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뉴욕 맨해튼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예술인의 마을, 3층 벽돌집 꼭대기에 수우와 존시가 세 들어 살고 있다. 고향이 서로 다른 두 아가씨는 화가 지망생으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예술감각에 있어서나 꽃상추 샐러드나 작업복에 대한 취미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공동화실을 갖게 된 것이다.11월이 되어 추위가 닥치면서 존시가 그만 폐렴에 걸리게 된다. 상태가 심각해져서 왕진을 온 의사는 살아날 확률이 열에 하나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존시는 침대에 누워 창밖으로 보이는 옆집 담장의 담쟁이 잎을 세면서 그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담쟁이 잎이 몇 개 밖에 남지 않은 날 밤에 비바람이 불었다. 아침이 되자 존시는 잎이 다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창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마지막 한 잎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북풍이 사납게 몰아친 다음 날도 그 잎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을 본 존시는 다시 삶의 의욕과 희망을 가지게 되고 병도 차츰 낫게 된다. 그런데 그 마지막 한 잎은 수우로부터 존시의 이야기를 들은 아래층의 늙은 화가가 밤에 몰래 그려놓은 것이었다.달랑 한 장 남은 12월 달 달력이 떠올려준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의 줄거리다. 바람에 떨어져서 줄어드는 담쟁이 잎과 소진해가는 자신의 생명을 동일시하고 절망에 빠져 병이 악화되는 것과 같은 현상을 ‘노시보 효과(NoceboEffect)’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을 먹여도 환자가 ‘나는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실제 약효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짜 약을 진짜라고 속여 먹여도 환자의 병세가 나아지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plecebo effect)’라 한다. 어린 시절 배가 아플 때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어머니가 살살 만져주면 배앓이가 나았던 것도 그런 효과다. 의학적 소견으로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30%가량은 가짜 약을 먹더라도 진짜 약이라고 믿는다면 통증이 잦아진다고 한다.12월은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달이고 한 해를 마감하는 달이다. 한파가 닥치고 일조량도 짧아져서 자칫 마음이 침울해지기 쉬운 달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뿌듯한 보람과 성취감보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더 많은 게 보통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더구나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세월의 덧없음이 찬바람처럼 스며들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움츠러들고 부정적이면 그것이 노시보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12월에 삶을 비관하고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래서라고 한다. 하지만 삭풍과 조락의 계절에도 찾아보면 곳곳에 긍정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다. 닥쳐올 엄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돋아난 보리나 마늘의 새싹을 보노라면 생명의 엄연함을, 누렇게 변색을 하고 겨울을 맞는 냉이나 봄까치꽃 앞에서는 그 결연한 의지에 비장감마저 드는 것이다.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비록 가진 것이 초라하고 이룬 것이 없더라도 긍정과 감사를 잃지는 말아야 할 이유다.

2023-11-30

인터넷 정치참여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2030’세대를 겨냥해서 만든 현수막 문구 중 하나다. 그 현수막이 공개되자 당 안팎에서 ‘청년비하’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당의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은 청년 세대를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는 논평을 내 놓았고, 민주당 청년당원 의견그룹 ‘파동’은 “감 없는 민주당, 청년세대가 바보인가. 근래 민주당의 메시지 가운데 최악이며, 저질”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 함께 고민하고 아픔을 나눌 생각도, 청년을 위한 정책과 대안도 없이 무시의 의미가 담긴 문구”라고 비판했다.어떤 경로로 그런 문구가 채택되었는지 모르지만, 다수의 2030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불만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그런 젊은이들의 주의를 끌고 환심을 사보려는 얄팍한 계산이 빤히 보이는 처사다. 젊은이들이 정치를 모르거나 무관심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고학력의 젊은 세대가 적어도 국가 정체성이 무엇이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최소한의 양식과 관심은 가져야 이제 겨우 당도한 선진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잘 살고 싶은 것이 젊은이들의 바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그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야 하는 것이다. 누가 해 주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세대인 것이다. 물론 젊은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모든 국민이 내가 바라는 나라, 내가 원하는 사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최근 몇 십 년 동안 인류는 실로 개벽이라 할 만큼 엄청난 삶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인터넷의 상용화로 인류는 이제 새로운 문명, 새로운 역사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의 양상도 변할 수밖에 없다. 구태의연한 제도나 사고에 묶여 있어서는 선도적 역할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정치참여도 그중 하나다. 상당수 국민들이 이미 전과는 다른 형태로 정치에 가담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다. 이제는 선거 때 투표권이나 행사하는 소극적 정치참여의 시대가 아닌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언론매체들에 접속해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에서부터 부지런히 기사를 퍼 나르거나 댓글을 다는 것 등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으로 실시간 여론 형성에 가담을 하고 있다.지금은 여론정치 시대다. 여론에 따라 정치의 향방이 달라진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여론몰이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언론매체와 인터넷을 통한 가짜뉴스 유포나 여론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자칫하면 국정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가 열어 놓은 새로운 가능성을 최대한 펼쳐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와 함께 국민 각자의 각성과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2023-11-23

국가와 국민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난달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를 거점으로 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수천 발의 로켓포를 발사하며 대규모 공격에 나섰다. 가자지구 인근 지역에 진입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주민 수백 명을 살해하고 수십 명을 인질로 잡았다. 즉각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은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가자지구에 쳐들어가서 하마스 소탕전을 벌이고 있다.로마군의 침공으로 나라를 잃은 유대인들은 천구백 년 동안 세계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2차 대전 중에는 히틀러 나치에 의해 600만 명이 학살당하는 대참사를 겪기도 했다.그러다가 영국의 팔레스타인 지배가 끝난 날인 1948년 5월 14일, 팔레스타인 지구를 이스라엘의 새로운 유대인의 영토이자 이스라엘 왕국과 유다 왕국을 계승한 국가로 선포하기에 이르렀다.하지만 기왕의 팔레스타인 거주민들과 아랍 국가들의 저항과 공격으로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랍 국가들과 팔레스타인의 공격에 대해서 이스라엘은 철저하게 응징했다. 다시는 나라 없는 민족이 되지 않겠다는 피맺힌 결의가 아니겠는가.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35년 동안 우리도 식민지 백성이었다. 고려와 조선 시대는 약소국의 수모와 치욕을 감내해야 했다. 고려는 몽골의 침략으로 수난을 겪었고, 조선은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왕위를 책봉 받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 세계가 놀란 기적이 일어났다. 중국과 일본에 더 이상은 굴욕을 당하지 않을 만큼 국력이 부강해진 것이다.이제는 대한민국 국민과 대통령은 세계 어디에 가도 괄시 받지 않고 당당하게 행세할 수 있게 된 것이다.전쟁이 할퀴고 간 초토에서 외국의 원조를 받아가며 보릿고개를 넘어온 세대들로서는 이게 꿈인가 싶게 놀라운 현실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오늘(11월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의 국권회복과 조국독립을 위해 희생하거나 헌신한 선열들에 대한 추모와 존경을 표하는 날이자 그들의 독립정신 및 호국정신을 기리는 날이다. 미국의 원자폭탄 위력 앞에 일제가 항복을 했기 때문에 맞이한 해방이지만, 나라를 잃은 35년 동안 우리의 얼과 맥을 이어온 것은 일제에 저항하고 맞서 싸운 순국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참으로 안타깝게도 오늘의 정치판에는 우국충정을 가진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온통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혈안이 된 정치모리배들만 득시글거린다. 어찌 정치꾼들뿐이겠는가.선전선동에 현혹되고 그릇된 이념과 포퓰리즘에 눈이 멀어 표를 몰아준 국민들이 자초한 일이다.망해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국민이지만,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도 국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흥망의 기로에 서 있다. 좌우로 갈려 존망이 걸린 내홍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각성과 결단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2023-11-16

가짜뉴스와 여론조작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정보화시대인 오늘날에는 여론전 승패에 정당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론을 선점하거나 장악한 정당이 보다 쉽사리 민심의 지지를 모을 수가 있고, 그것은 곧 선거의 승리로 이어진다. 여론전에는 좌파정당이 능하다. 공산혁명을 위한 핵심전략이 프로파간다이고, 그런 공산당 전술을 배운 좌파들이기 때문이다.지난 좌파정권 5년 동안 그들은 현란한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정권의 탄생부터가 그런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용한 결과였다. 민노총이니 전교조니 하는 좌파단체들이 주동이 되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그것을 촛불혁명이란 명분으로 포장해서 대통령탄핵 정국으로 몰아갔고, 마침내 정권을 잡기에 이른 것이다.좌파정권이 제일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언론장악이었다. 정권의 유지나 계승을 위해서는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가 필수적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경영진부터 좌파노조가 장악한 것을 필두로 방심위를 통해서 여타 방송매체도 손아귀에 움켜쥐었다. 특히나 탁현민이라는 콘텐츠 기획 전문가를 발탁하여 각종 정부행사를 기획·연출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하지만 완전한 통제에는 미치지 못했으니, 우파성향의 신문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다, 방송활동을 못하게 된 정치평론가들의 유튜브 일인방송이 우후죽순 생겨나서 언론독점을 성토하고 비리를 폭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었다.선거판을 뒤집을 뻔한 가짜뉴스의 일례로 소위‘윤석열 커피’사건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기간 중에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으로 몰리게 되자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윤 후보가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만나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무마했으니, 윤 후보에게 원죄(原罪)가 있다는 거였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서 허위로 드러났다. 당사자인 조우형씨는 2021년 11월 “나는 윤석열 검사가 아닌 박모 검사를 만났다”며 이른바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를 부인(否認)한 것이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도 그해 11월에는 “그런 얘기를 김만배씨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다가 “조씨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가 아니라 착각한 것”이라며 발뺌을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윤석열 커피’ 주장을 계속 확대재생산했고, 당시 친민주당 언론들은 대장동 관계자 또는 검찰발 기사로 이를 확산하면서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뒷받침했다. 또 당시 검찰도 조우형씨 조사 등을 통해 허위임을 확인했으면서도 이를 방치해 가짜 뉴스를 묵인·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가짜뉴스와 선동정치가 민주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협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선거철에는 여론조작이나 허위사실공표가 급증하게 마련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켜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가짜뉴스와 여론조작을 차단하지 않으면 자칫 나라를 망칠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민의를 왜곡하는 여론조작과 가짜뉴스가 횡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2023-11-09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의 법조문이다. ‘강행규정’으로 못 박아 놓은 것은 판사가 재량의 여지없이 법규대로 처리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버젓이 이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이 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8년 울산시장선거에 대한 재판과 2021년 대선기간 이재명 후보의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재판이다.2018년 6월 울산시장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선거법 위반 사건은 크게 세 갈래였다.문재인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상대 후보인 김기현 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경찰에 지시한 것과 청와대 고위공무원들이 송 후보의 선거공약을 지원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민주당 내 경쟁 상대가 경선에 출마하지 않도록 매수한 혐의 등이 수사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들은 최상위 권력기관을 동원해 경쟁 후보를 표적 수사하고, 상대 공약을 흠집내고, 당내 경쟁자의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등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대한민국 선거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악의 반민주 선거였다”고 주장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와 지난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허위로 답변한 혐의다. 울산시장선거 관련 재판은 2020년 1월 29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후 3년 7개월여 만에 재판 절차가 종결됐다. 1년 넘게 공판준비절차로 공전하다가 2021년 5월에서야 정식 공판이 열려 2년 넘게 진행된 것이다. 그 사이 송철호 시장은 지난해 6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고, 그 사건에 연류되었지만 재판지연으로 국회의원이 된 황운하와 한병도는 내년 5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위반 재판 역시 일 년이 넘도록 결심공판도 열리지 않고 있다.사법부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판사가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선입견이나 주관적인 의견도 배제하고, 차별이나 편견이 없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선거법 위반 제판을 지연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더구나 위의 두 사건처럼 정치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일 경우는 그 죄과가 더욱 크다. 판사가 이념에 치우치거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법을 무시하는 행위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2023-11-02

가을걷이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벼논의 가을걷이가 끝나간다. 우리 고장의 올해 쌀농사는 풍년이다. 가뭄도 심하지 않았고 태풍의 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풍년가가 울려 퍼지는 흥겨운 분위기는 아니다. 풍년이 되어 수확량이 늘어나면 쌀값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가을걷이를 해야 할 농작물은 벼 말고도 콩과 팥, 조, 기장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조와 기장은 요즘 보기 드물어졌다. 쌀, 보리, 콩과 함께 오곡이라 하여 주요 곡물이었으나 보리와 같이 주식의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김장용 무·배추와 감·사과의 수확은 아직 좀 이르다. 농부의 가을걷이는 자연의 추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가을이면 대부분의 초목들이 결실을 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피자식물만도 4천 종 가까이 된다니 농작물의 수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작디작은 씨앗에서 출발한 들풀의 농사는 실로 엄청난 결실이다. 망초나 쑥 같은 국화과 풀들은 수만 배의 결실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에도 아주 망하는 법이 없이 생태계를 이어갈 가을걷이를 하는 것이다.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에서는 생태계의 모든 종들이 계절에 맞추어 살아간다. 한해살이로 생을 마치는 종들도 상당수 있다. 사람들도 농경사회까지는 부지런히 계절을 쫓아가는 생활을 해왔다.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거름 주고 김을 매고, 가을에는 추수를 하는 것이 삶의 내용이었다. 그러다보니 가뭄과 홍수, 태풍 같은 기후의 영향을 어느 동식물 못지않게 받고 살았다. 치산치수로 자연재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불가항력에 대해서는 천지신명에 빌기도 했다. 문명이라는 꾀를 내기도했지만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지금은 농어민이나 관광관련 사업을 하는 인구를 제외하고는 계절과 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 삶이다. 그러나 년·월·주 등을 단위로 하는 생활 역시 지구의 공전과 자전의 사이클에 따른 삶이어서 자연의 조건을 아주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생업의 여가시간은 여행이나 야외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다 많이 자연을 가까이 하기를 바란다. 먹이를 구하는 수단을 농경에서 산업으로 바꾸었지만, 삶의 본질적인 생태는 친자연적이라는 얘기다. 의식주의 해결을 넘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현상에서 보다 근원적이고 생리적인 삶의 동력이나 감성 같은 걸 얻게 되는 것이다.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다. 농부가 아니라도 그런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봄이면 꽃구경을 가고, 여름에는 바다를 찾고, 가을에 단풍놀이를 하는 것도 계절을 수용하는 삶이지만, 수시로 집 가까운 공원이나 야외로 나가서 계절의 추이에 젖어보는 것도 삶을 한결 깊고 충일하게 하는 일이다. 추수가 끝난 들길을 걸으며 나의 한 해 농사는 어떠했고 무엇을 수확으로 거두어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내 삶의 알곡은 과연 무엇인지, 금싸라기 같은 하루하루를 나는 그저 빈 쭉정이로만 산 것이 아닌지를 돌아보는 계절이다.

2023-10-26

전쟁의 참상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매스컴이 연일 전쟁의 참상을 보도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고 대규모 포격을 가하면서 새로운 전쟁이 발발했다. 이스라엘도 즉시 전쟁을 선포하고 응징에 나서서 현재까지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한 상황이다. 그런 처참한 광경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들이 스스로 자행한 것이라는 사실이 절망스럽다.지구상에서 전쟁을 하는 동물은 인간과 개미뿐이라고 한다. 개미들의 전쟁이야 단순히 생존을 위한 본능에 따른 것이겠지만, 인류가 전쟁을 하는 이유와 목적과 수단은 복잡다단하다. 그만큼 구실과 핑계가 많다는 뜻이다. 인류의 역사가 온통 전쟁사인 것만 보아도 인간들이 얼마나 호전적인 동물인지를 알 수 있다. 전쟁으로 영토와 세력을 넓혔던 시기를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로 치부하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터이다.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 같은 정복자들을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하는 심리에는 그런 호전성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를 침략한다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범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렇다. 전쟁이란 결국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것일진대, 무슨 명분으로든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포격 역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면서도 저지른 일이라는데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결과야 어떻게 되던 먼저 타격을 가하고 보자는 테러집단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당사국이 아니라고 침공을 당한 나라가 보복에 나선 것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아무런 악의도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무차별 학살되는 실상에 대해서는 참담함을 누를 길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전쟁의 참상을 먼 산의 불 구경하듯 바라볼 수는 없는 처지다. 6·25전쟁의 상처가 아직 다 가시지도 않았거니와 대놓고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의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동맹으로 둔 것이 그것이다. 일찍이 한미동맹을 이끌어낸 이승만 대통령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룬 것이다.국가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전쟁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힘이 약한 나라들은 서로 연합을 하거나 동맹을 맺어서 평화와 안정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6·25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UN군이라는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국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 가담한 한미일 공조 강화도 국가의 안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었다. 아직도 반미를 외치고 반일감정을 부추기면서 체제전복의 기회를 노리는 반국가 세력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개탄과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2023-10-19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세력들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사람이나 폭력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국가원리’를 법치주의(法治主義)라고 한다.‘법 우위의 원칙에 따라 모든 국가 작용을 법규범에 따르게 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원리’를 일컫는 말이다. 오늘날 대다수 국가들이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그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진보된 통치원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일 것이다. 국가권력을 단순히 형식적인 법률에 구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실질적인 법 가치에 구속시키는 원리, 즉 모든 국가권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지게 되고, 모든 법률은 그 헌법의 가치를 실현할 때에만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문재인 좌파정권은 좌경화된 정치세력이 어떻게 법치주의를 파괴하는지를 잘 보여 주었다. 그들이 ‘촛불혁명’이라고 찬양하는 대규모 군중시위부터 초법적인 요소가 없지 않았다. 그 세를 휘몰아 대통령을 탄핵하고 좌파정권을 탄생시켰고, 그야말로 민중혁명인 듯 일거에 방송매체를 장악하고, 적폐청산을 명목으로 우파정권 인사들을 모조리 사법처리하는 등 정치권의 좌경화 물갈이를 단행했다.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간 격앙된 민심을 지속적으로 붙잡아 놓기 위해서는 포퓰리즘과 프로파간다가 필수라는 걸 알았다. 그런 전략이 적중해서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해 입법부를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검수완박), 임대차3법, 기업규제3법, 노동3법, 남북관계협력법(대북확성기, 대북전단 금지), 언론 중재법 등을 무소불위로 밀어붙였다. 정권이 바뀌어도 입법부는 조금도 위축되는 법이 없이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지난 정권과 좌파정당의 비리를 덮기에만 혈안이다.문재인 정권의 사법부 장악은 법치파괴의 결정판이었다. 좌경화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에 임명하면서 정부의 눈치를 보는 사법부로 만들었다. 그 좋은 예가 조국 사건, 드루킹 사건 등에 유죄를 선고한 임성근 판사에게 국회가 탄핵을 강행하려 하자, 그것을 이유로 임 판사의 사직서를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 놓고 국회에 나가서 거짓말까지 하였으니 대한민국 사법부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하급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다.김명수 대법원장 행태에는 사법부의 독립이나 법의 공정성, 사회정의구현 같은 기본적인 법의식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법연구회 출신들로 사법부의 요직을 채우는 등 코드인사를 자행하고, 관례를 무시하고 서울 중앙지법에 김미리 부장판사를 4년 동안 유임시켜 울산시장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기소한지 2년3개월 동안이나 뭉개는 재판지연을 하게 했다. 김명수는 대법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곳곳에 그가 심어놓은 판사들은 여전히 좌편향적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이재명 야당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판사도 김명수가 심어놓은 사람이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 되었음에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도 그런 연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12

‘같아요’ 증후군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언제부턴가 말끝마다 “같아요”를 남발하는 말버릇이 유행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대다수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슬픈 것 같아요”, “너무 맛있는 것 같아요” 따위의 말투를 입에 달고 있다. 자신의 감정이나 체험을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말하는 습관도 문제지만 어법에도 맞지 않는 말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현상이 일반화 되는 것은 일종의 증후군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같다’는 말은 ‘다르지 아니하다, 전과 변함이 없다’는 뜻의 형용사다. 그리고 ‘~ㄴ 것, ~는 것, ~ㄹ 것, ~을 것’ 등의 뒤에 쓰여서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기도 하고, ‘미루어 생각할 때나, 생각이나 느낌을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아니하도록 부드럽게 표현하고자 할 때’도 쓰인다. 그렇듯 어엿한 우리말이지만 부적절하게 남용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너무 좋은 거 같아요”는 어법에 맞지 않는다. ‘너무’라는 부정적 의미의 부사도 적절치 않지만, ‘아주 많이 좋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말에는 ‘같아요’라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짐작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말이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통용된다는 것은 우리말에 대한 상식적인 수준의 인식도 없다는 걸 의미한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의 교양과목으로도 국어를 배우면서 우리말에 대한 그 정도의 상식도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국어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같아요’라는 말투가 젊은이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 것에는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주대학교 김재왕 교수는, 첫째로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잘라 말하는 것은 각박하다는 생각 때문이고, 둘째는 젊은 세대들의 자신감 상실·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자세·책임을 피하려는 성향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가 있고, 셋째로는 사고력의 퇴화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넘쳐나는 인터넷 정보, 참고서 수준의 알찬 교과서, 유려한 영상교육, 풍부한 참고서 등 학습 환경의 개선으로 표면적인 문제해결능력이나 수리능력은 향상되었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리분별능력, 응용능력 및 언어표현능력 등은 오히려 퇴락한 것’이라는 설명이다.사회적·심리적 요인이 언어의 혼탁을 가져오는 것이지만, 역으로 혼란스럽고 천박한 언어가 청소년들의 정서나 심성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한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언어생활이 중요하다. 올바른 언어가 올바른 생각을 갖게 하고, 올바른 생각에서 올바른 행동이 나오기 마련이다. 공기의 오염, 토양의 오염, 바다의 오염 못지않게 언어의 오염도 우리 삶을 해치는 공해라는 각성이 일어야 한다.특히나 요즘은 좌파 정치인들과 동조하는 극렬 팬덤이 쏟아내는 온갖 거칠고 사악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그런 말들에 오염되지 않고 올바른 언어습관을 갖도록 교육현장에서 각별한 노력이 있기를 바란다. 한글날을 앞두고 해보는 쓴소리다.

2023-10-05

사필귀정을 위하여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흔히 하는 말 중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것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인데,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이니 진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일(事)이란 세상사를 말하는 것이고, 세상사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니, 사필귀정이란 인간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 말일 터이다. 인간세상을 고해(苦海)로 보는 불가의 다른 시각과는 어떻게 조화가 되는지 모르겠지만.물리학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처럼 사필귀정도 만고불변의 진리인지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볼 때 인간사(事)가 반드시(必) 바름(正)으로 돌아간다(歸)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다. 인류가 오히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사필귀정이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일 터이다. 유사 이래 수천 년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온갖 범죄와 전쟁 같은 바르지 못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불변의 진리라기보다는 희망사항이라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끈조차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협동하여 선(善)을 이루라’는 기독교 성서의 말씀처럼, 사필귀정은 우리가 목표로 삼고 매진해야 할 지상과제인 것이다.나라 안이 너무 혼탁해졌다. 좌·우로 갈려서 사활을 건 대결로 치닫다 보니 옳고 바른 것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특히나 좌파정권 5년 동안 저질러온 비리와 부정과 탈법과 반국가적 행태는 경악을 금할 수 없을 정도다. 그것은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민심을 황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떤 불법이나 파렴치한 짓을 해도 자기편이 한 것이면 용납이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결사적으로 옹호한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은커녕 최소한의 신뢰마저도 무너뜨리는 패역이 아닐 수 없다.사필귀정이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 되고 공동선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 각자가 각성하고 힘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불의한 세력과 싸우더라도 스스로의 정당성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게 없다는 것이 좌파들의 논리다. 그런 좌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원칙과 공정과 상식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대중을 일시적으로는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처럼, 바름(正)을 견지하고 있으면 일시적으로 선전선동과 포퓰리즘에 미혹된 민심도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지금의 싸움은 결국 여론전이다. 민심을 얻는 세력이 승리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의와 정의의 싸움이라면 민심의 각성여부에 승패가 달린 것이다.사필귀정의 실현은 이 시대의 당위다. 그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흥망이 내 삶과 직결되는 것일진대, 우리의 삶을 위정자들이나 특정 세력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물론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국민 된 도리를 다해야 한다. 기울어지고 무너지고 전도된 것들을 바르게 놓을 수 있도록 현정권에 적극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2023-09-21

역사의 현장에서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역사를 말하는 사람은 많다. 역사학자는 물론 인류학자, 정치가, 사상가, 종교인, 군사전문가, 경제학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나름의 식견과 주장으로 역사를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이 오류일 때가 많고 예측과 전망은 별로 기대할 것이 없을 정도로 빗나가기 일쑤였다. 한 마디로 인류의 역사는 상당수가 돌발적인 것이었다.한반도의 현대사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연속이었다. 일제의 침탈로 식민지가 된 것도, 미국의 원폭으로 해방이 된 것도 예측한 일이 아니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 되고,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에 유엔군의 참전과 중공군의 개입으로 밀고 밀리며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국토가 초토화 된 채 휴전을 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하고, 5·16 쿠데타로 박정희 소장이 정권을 잡을 것을 예상한 역사학자가 있는가. 그로부터 60여 년 한반도의 남쪽은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데 비해 북쪽은 거지꼴의 불량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을 내다본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토록 극명해진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맹목적 이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자들이 부지기수인 것을 역사가들은 무엇이라 말하는가?나름의 주장과 논리로 제법 이름깨나 얻은 논객들도 시대파악이나 현실인식에 맹점과 오류가 적지 않은 걸 본다. 제 딴엔 날카로운 비판이라고 소위 ‘모두까기’식 양비론이나 들이대다가 결국에는 소통이니 협치니 하는 원론적인 결론을 내놓는 게 고작이다. 그러니 지금의 시국이 국운이 걸린 내전상태라는 위기의식이 있을 리 없다. 대다수 국민들이 좌·우로 갈라져서 사활을 건 선전선동의 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걸 모르거나 외면하는 식자들이 많은 것이다.역사를 예측할 수는 없어도 돌발사태는 사실 우연히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윤석열이란 인물이 대통령이 될 거라고 예견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러나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전 정권 인사들을 모조리 사법처리해 놓고 정작 자신들의 비리는 덮으려고 ‘검수완박’이라는 철면피한 꼼수를 쓰지 않았다면, 추미애와 박범계 두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을 무력화하고 대신 제 발바닥을 핥는 충견들로 검찰을 장악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은 역대 여러 검찰총장들 중 한 명에 불과했을 것이다.서로 극렬하게 대립하는 상태에서 패자가 되면 모조리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고, 승자가 모든 것을 장악하는 것이 좌파들의 정책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문재인 정권 5년이었다. 대화든 타협이든 일단은 싸움을 이겨놓고 생각할 일이라는 것이 좌파들을 상대하는 최선의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역사의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오래지 않은 과거와 당면한 현실의 파악은 불가능한 게 아니다. 눈이 밝고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내전이나 다름없는 위기상태라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철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일거에 패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 지난 정권에서 배운 역사의 교훈이다.

2023-09-14

역사적 인물의 평가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인물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옷이나 생김새 등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고, 학벌이나 지위나 재력 따위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념이나 종교적 시각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고정관념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평가의 목적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도 시대와 문화적 배경, 역사적 맥락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역사적 인물을 평가하는 데 고려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우선은 그 인물의 업적과 그 업적이 시대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그 인물이 어떤 목표와 가치를 추구했고 그것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고, 인물이 가진 통찰력과 지혜와 능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살펴야 한다. 물론 윤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역사학적 증거와 연구를 판단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우리나라는 일제의 침략으로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이데올로기에 의한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상황에서 그 역사 속의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이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북한과 종북·주사파들이 일제치하의 친일행위에 절대적 비중을 두는 것에 비해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친일에 못지않게 공산주의에 동조나 가담 여부를 인물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최근 뒤늦게 불거진 광주시의 정율성공원 조성 문제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문제로 좌·우 양 진영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율성은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조선인민군행진곡, 조선해방행진곡, 팔로군행진곡 등 공산체제를 찬양·고무하는 작곡활동을 했으며, 6·25 때는 중공군을 따라와서 궁정악보 등 왕실관련 유물을 훔쳐 중국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중국에 귀화하여 중국 국적으로 살다 죽은 그가 대한민국과 광주시에 기여한 바가 없는데, ‘정율성거리’를 만들고, 매년 기념음악회를 열고, ‘정율성공원’까지 조성하겠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홍범도 장군은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 등 항일 무장투쟁을 한 독립군의 대표적인 인물 중의 일인이다. 독립군으로서의 그의 공적은 누구 못지않지만, “조선의 자유독립을 위하여 제국주의 일본을 반대한 투쟁에 헌신한 조선 빨치산 대장 홍범도의 이름은 천추만대에 길이길이 전하여지리라.”는 묘비명처럼 그는 소련 공산당원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간성들을 길러내는 육군사관학교에 홍범도 동상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이다.문재인 좌파정권은 공산·전체주의 시각에서 김원봉이나 신영복 같은 공산주의자들을 존경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반공·자유민주주의 입장에서 공산주의와 싸운 공적을 높이 평가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정부수립 업적을 높이 사고, 백선엽 장군을 6·25전쟁 영웅으로 기린다. 지난 역사의 인물들뿐만 아니라, 지금 정치권의 인물들에 대한 판단과 평가도 국운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걸 절감하는 요즘이다.

2023-09-07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의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이 침수되는 사고가 났다. 원전건물 4채와 격납용기가 손상되어 근해일대가 방사능 오염이 되었다. 그런 천재지변이 아닌 경우 원전에서는 오염수가 발생하면 ALPS(다핵종제거설비) 등의 처리과정을 거쳐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같은 방사성 물질을 배출 제한치 이내로 걸러낸다. 이때 걸러지지 않은 삼중수소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방류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방사능을 측정하는 단위를 베크렐(㏃)이라 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리터당 1만 베크렐을 방류 상한 기준으로 삼는다.일본 환경성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후 주변 바닷물을 조사한 결과,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류 다음 날인 지난 25일 오전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40㎞ 이내 11개 지점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검출 하한치인 리터당 7∼8 베크렐을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모든 지점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검출할 수 있는 하한치를 밑돌아 인간이나 환경에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는 것이 일본 환경성의 발표다. 그와 별도로 진행된 도쿄전력과 일본 수산청, IAEA의 조사에서도 모두 삼중수소가 기준치 이하를 나타내고 있다.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당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에 정치적 사활을 걸었다. 온갖 험악한 괴담으로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데 진력했다.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오염수가 무방비로 바다에 유입되었을 때도 별 이상이 없었는데, 처리와 희석과정을 거치고 IAEA가 철저히 검증까지 한다면 전혀 우려할 일이 아닌 줄을 저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마도 그들에게 그런 과학적 사실 따위는 처음부터 관심 밖이었을 것이다.광우병이나 사드전자파 괴담 때도 그랬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괴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야당과 좌파들을 보노라면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이란 말이 떠오른다. 겉으로는 가장 인간다운 척하고 있으나 속내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이라는 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치는 것이 수산업자들의 생계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것처럼 포장을 하지만 내막은 그와 정반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오히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수산업자들이 폭망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비등해서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야 저들이 저지른 비리가 묻히고, 당대표의 태산 같은 사법리스크도 희석되고 정부여당이 곤경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여세를 휘몰아 내년 총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인 것이다.그들은 결코 방사능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준치를 넘어서 나라가 혼란에 빠져야 윤석열 정권을 뒤엎을 빌미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광우병파동 때와는 달리 민심이 잘 먹혀들지 않는 것 같다. 거듭되는 괴담에 대한 학습효과로, 민생 따윈 안중에도 없는 인면수심(人面獸心)에 더 이상 속지 않을 만큼 국민들이 현명해진 것이다.

202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