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정치권의 새로운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다분히 극적이고 역설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처럼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그가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은 자신의 의도나 노력 때문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의 주구가 되기를 거부하고 몇 번이나 좌천을 당하는 수모를 견뎌낸 것이 전화위복의 요인이 된 것이다. 한직으로 밀려나 있던 그가 일약 법무부장관으로 발탁이 되면서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회에 불려나가 다수의석인 야당의 온갖 공세에도 밀리지 않고 대응하면서 결기와 역량을 보여주었다. 정권이 바뀌었으나 여소야대 국회의 전횡과 곳곳에 포진한 지난 정권 잔재들의 반발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여권의 기대주로 떠오른 이유이다.
한동훈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와 대척점에 있는 이재명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두 사람은 성장배경부터가 전혀 다르다. 한동훈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환경에서 모범적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일류대학에 진학하고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반면 이재명은 스스로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라고 했듯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소년공 생활도 하면서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대학에 들어갔다. 물론 좋은 환경에서 반드시 인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듯 열악한 처지라고 훌륭한 인물이 되지 말란 법은 없을 터이다.
한동훈은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지만 선민의식이나 특권의식 같은 건 없어 보인다. 장관이 되어서도 비서가 차문을 열어주는 걸 마다했고, 미국출장길에도 일등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을 타고 갔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도 깍듯이 대하는 등 겸손과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라고 한다. 그에 비한다면 이재명은 특권의식에 절어 있는 것 같다.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같은 공직에 있을 때는 공무원을 마치 개인 집사처럼 부리면서 법인카드를 함부로 유용하는 등 특권을 행사했고, 최근 피습사건이 있었을 때 부산에서 서울로 전원하면서 119헬기를 이용한 것도 특권의식의 발로라 할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한동훈은 20여 년 공직생활 중에 일체의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았음은 물론 부동산투기나 음주운전, 위장전입 같은 허물도 전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은 한동훈과는 극과 극이라 할 정도로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었다. 공무원자격사칭, 음주운전, 특수공무집행방지, 선거법 위반 등 전과만도 4개인데다 현재 기소되거나 수사 중인 범죄 혐의는 열 가지가 넘는다. 이 두 인물이 나란히 여당과 제일야당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동훈이 급부상한 것은 고인 물 같은 정치권에 맑은 물길은 터줄 새 인물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처럼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새로운 문법의 정치를 열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