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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보우하사

등록일 2023-12-14 16:54 게재일 2023-12-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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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난 11일,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식이 있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두 달 만이다. 다수의석의 야당이 이번에도 또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 부결시키지 않을까, 가슴 졸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또다시 부결되어 대법원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로 가면 내년 초의 법관 인사는 물론 총선에도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데, 천만다행으로 조희대 후보자는 결격사유가 될 만한 흠결이 없어 야당도 차마 부결시키지를 못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을 보면서 ‘하느님이 보우하사’라는 애국가의 한 소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작금의 시국이 하도 혼란하고 위태롭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립 후 70년 세월은 애국가 가사처럼 천우신조(天佑神助)의 역사였다. 미국의 일본 원폭으로 극적인 해방을 맞은 것에서부터, 비록 반쪽이긴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운 것, 기적적인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확립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강대국을 이룬 것은 천지신명의 도움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삼권분립을 기본 체제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를 위한 마지막 보루다. 사법부가 부패하거나 편중되어 제구실을 못하면 정의와 법치는 무너지고 혼란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 것이 바로 지난 정권 시절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사법독립을 포기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편파적이고 관례를 무시한 코드인사와 고의적인 재판지연 등으로 공정과 정의를 무시하는 등 사법부와 법관의 위상을 바닥까지 실추시켰다. 이제 새로운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누적된 병폐들을 일소하고 법치 확립의 근간이 되는 사법부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떠받치는 세 기둥인 입법, 사법, 행정 중 어느 하나도 건실하지 못해서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지금의 거대야당 행태가 바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마치 국회 다수의석의 야당이 어디까지 행패를 부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산더미 같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고, 결과가 뻔한 데도 묻지마 식으로 탄핵을 남발하고, 정부의 국회동의안을 온갖 구실로 부결하고, 터무니없는 구실로 정부 예산안에 비토를 놓는 등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패악질은 끝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좌파정권의 연장을 막은 것처럼, 조희대 대법원장이 좌경화 법관들이 장악한 사법부를 바로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하나 남은 것은 입법부의 정상화다. 좌파 정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해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좌파 정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넘지 않기를 빈다. 그래야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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