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特權)은 무려 18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보통사람들에게는 하나도 없는 특별한 권리가 국회의원들에게는 그렇게나 많이 필요한 까닭이 뭔가. 하물며 그 많은 특권은 누가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소위 ‘셀프특권’이라는 것에 어이가 없고 배신감마저 든다. 여야가 헐뜯고 싸우다가도 그 셀프특권을 위해서는 의기투합 한다니 가관이 아닐 수 없다.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금전적 특혜만도 다 헤아리기에 숨이 찰 정도다. 1억5천5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비롯해서 연간 입법 활동비로 약 1억200만 원이 지원되는데다 차량 유류비 월 110만 원, 차량유지비 월 35만8천 원, 출장비 연 400만 원, 의원실 보좌직원 업무용 교통비 연 100만 원, 야근식대 연 770만여 원, 현지 출장비 연 91만여 원, 사무실 운영비 연 348만여 원, 소모품 519만여 원, 정책개발비 2천500여만 원, 정책홍보물비 연 1천200만여 원, 문자메시지 및 자료 발송료 1천230여만 원, 명절휴가비 800여만 원 등이다.지난 4월 16일에 발족한 ‘특권폐지운동본부’는 국회의원 전원에게 ‘특권폐지 질의서’를 발송하고 동의 여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질의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1, 국회의원의 연봉이 1억5천500만 원인데, 이것을 도시근로자 평균임금(월 400만 원 정도)으로 하고, 의정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국회사무처에 신청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가?2. ‘의원실 지원경비’라는 명목으로 정책개발비, 수당 등 다양한 이름의 의정활동 지원비가 1년에 1억200만 원인데, 이를 모두 폐지하고 입법활동 및 기타 의정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필요시 국회사무처에 신청해서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데 동의하는가?3. 보좌진이 7명인데(인턴 2명 추가 채용가), 이들은 의정활동을 보좌하기보다 개인적인 비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더 많고, 보좌진의 상당수는 사실상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의 재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선거기간에는 보좌진의 거의 전부가 선거사무원으로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선거운동을 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불법 선거운동이다. 보좌진도 국가에서 봉급을 주는 공무원이어서 선거운동을 하는 자체가 불법이다. 의정활동에 필요한 사항은 국회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좌진을 3명으로 줄이는 것이 옳다고 보는데, 동의하는가?4.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에만 후원금을 1억5천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하고 그 밖의 후원금은 받을 수 없게 하며, 선거비용 환급은 없애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가?5. 국회의원에게 헌법상 부여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오늘날 시대착오적인 규정일 뿐이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보는데 동의하는가?이 질의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반응과 태도가 바로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일 터이다. 아무튼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나서서 정상배를 위한 정치를 끝장내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이뤄야 할 때”라는 특권폐지운동본부 장기표 상임대표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