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문명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성인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해박한 지식과 합리적인 사고, 도덕적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지성인의 역할이다. 또한 지성인은 뛰어난 지식과 인격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발명을 창출하며, 예술과 문화, 철학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문명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가능케 하며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류의 진보를 촉진한다.
요즘 우리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반지성적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뒷골목 불량배들의 얘기가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 만연해 있는 폐단을 말하는 것이다. 반지성이란 정략적 의도나 개인적인 감정, 불의한 이념을 쫓는 편견 등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반지성적인 시각과 행동이 생산한 편견과 거짓정보는 언론과 인터넷매체 등을 통해 삽시간에 확산될 수 있다. 그로 인해 일반 국민들은 진상을 호도하게 되고 민심이 왜곡되는 것이다.
반지성적 풍조의 발원지는 정치권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보니 합리성이나 진실성, 도덕성 따위를 무시한 거짓과 왜곡, 억지와 모함이 판을 치는 것이다. 거기에 각종 언론매체들이 선정적으로 가세해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거짓과 천박함을 당연시 하게 되었다. 정치세력을 형성하는데 편 가르기 만큼 손쉽고 유용한 것이 없다. 이념이든 계층이든 젠더든 일단 편을 갈라서 저들끼리 싸우게 해 놓으면 절반은 거저먹는 게 정치세력이다. 그 한 쪽 편에 힘을 실어주고, 거기다 포퓰리즘과 선전선동으로 민심을 잡으면 집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공학적 계산이다.
편 가르기 정치의 대표적인 수단이 ‘내로남불’이다. 무슨 짓이든 내가 하면 정의롭고 상대방이 하면 불의와 적폐라는 논리다. 이런 억지 주장을 관철하려면 당연히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아무리 비리와 거짓이 드러나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후안무치가 지지 세력을 공고히 하는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후안무치의 결정판은 적반하장이다.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라는 것이다. 궁지에 몰리면 자신의 비리와 부정 혐의를 오히려 상대편에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수룩한 국민들에게 사건의 본질을 흐려 양비론 정도만 끌어내도 성공인 것이다. 패거리정치판의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 진영논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진영논리의 추진력은 확증편향에서 나온다.
반지성적 풍조에 휩쓸려 천박해지고 황폐해진 민심은 사회를 병들게 한다. 언론과 교육과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 역시도 편이 갈리고, 부정과 비리를 공정하게 단죄해야 할 사법부조차도 진영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지성이 횡행하는 사회에서는 지성이 오히려 적폐로 몰린다. 무조건 자기 패거리를 지지하지 않으면 저주와 혐오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것이 지성의 역할이고 사명이다. 악조건일수록 오히려 더 분발하여 정의로운 언행으로 맞서야 한다.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지성인의 역할이 절실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