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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공지능

등록일 2023-02-23 18:07 게재일 2023-02-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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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능(intelligence)에 대해서 한마디로 정의하는 건 쉽지가 않다고 한다. 학자들에 따라 논리와 견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철학의 영역이었으나 지금은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논리력, 이해력, 인과관계 파악 능력, 계획력,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지능을 구성한다고 본다. 신경과학이나 뇌과학에서의 지능에 대한 연구는 획기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있다. 인간의 뇌를 단백질로 이루어진 생물학적 컴퓨터로 가정한 연구가 그것이다. 의식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지 않고도 약물, 수술, 유전자조작 등으로 지능향상은 물론 사회적 기능이나 행복감의 증진까지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인간의 지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컴퓨터 시스템을 인공지능(AI)이라 한다. 바야흐로 산업과 일상생활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해 11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픈AI가 출시한 챗GPT가 두 달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픈AI사는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챗GPT가 대화 형식으로 추가적인 질문에 답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정확하지 않은 전제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부적절한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화형 로봇을 챗봇(chatbot)이라 하는데, 지금까지 출시된 다른 AI챗봇에 비해 챗GPT가 주목 받는 이유는 기존의 챗봇과 기능적·기술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챗봇이 대화를 할 때마다 전후 맥락의 파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서 훨씬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SNS의 상용화로 일대 개벽을 맞은 인간사회가 챗GPT 같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도화된 챗봇의 상용화는 무엇보다 인간 지능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지구상의 대다수 인간의 지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따라야 할 시점이다. 삶의 질이랄지 생활의 패턴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반려동물 대신 사람과 흡사한 반려챗봇이 등장하게 된다면 인간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오지 않겠는가.

챗GPT에게 챗GPT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양날의 칼’이라는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중에는 분명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예측할 수 없듯이 그것이 인간에게 끼칠 영향의 범위도 미지수이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초인공지능의 출현이나 범죄에 악용될 우려, 인간성의 파괴 등으로 인류를 파멸시킬 흉기가 될 소지도 없지 않은 것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고도화 된다고 해도 우주 삼라만상은 그대로이고, 인간이 지구 생태계의 일부라는 생물학적인 조건까지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 생명의 본질적인 문제라든지 윤리의식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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