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우리의 미래는 물론 젊은이들에게 달려있다. 젊은이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가질 때 우리나라 미래는 밝을 것이다. 반대로 왜곡되고 편협한 가치관과 역사관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대부분 좌경화되었다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43주기 추도식에서 낭독한 김소연 변호사의 추도사는 그런 현실을 적시하고 있어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저희 세대에게 대통령 박정희에 대한 이미지는 ‘악마’ 그 자체였습니다. 386 운동권들이 차지한 전교조와 학원가 강사들의 재미있는 역사 수업 사이사이에 뿌려지는 충격적인 단어들은 감성이 충만한 사춘기 학생들에게 매우 자극적이고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극과 충격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 세뇌된 이미지가 뇌리에 깊이 박혀 대한민국 국민들을 먹여 살린 ‘영웅 박정희’를, 국민들을 핍박한 ‘악마’로 각인시켜왔던 것입니다”김 변호사는 1981년생으로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에 태어난 40대 초반이다. 그의 추도사를 들어보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가, 그 중에서도 40대들이 왜 그토록 좌편향적인지를 알게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 있었던 6·25전쟁의 참화나 새마을운동 따위는 아득한 구시대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들렸고, 반면 386운동권들은 세련되고, 똑똑하고, 요즘 말로 굉장히 힙한, 젊은 삼촌·이모들 같았기에 더욱 친근하고 닮고 싶었던 거라고 했다.“386 운동권 세대의 ‘민주화 운동’은 마치 영웅의 일화 같았고, 폭력과 억압, 최루탄을 뚫고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는 모습은, 과장되고 미화되어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저희 같은 세대들은 경험해본 적도 없는 최루탄 냄새가 마치 나는 듯했고, 영화 속 동료가 군홧발에 짓밟혀 죽어 나갈 때는 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도피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직접 경험했던 로맨틱한 추억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그러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거리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얼마나 한심스러웠겠는가. 그 노인네들이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 열사의 나라 건설현장에서, 서독의 탄광에서, 베트남 전쟁터에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린 대가로 최빈국 대한민국이 이만큼 살게 되었다는 것을, “태어나 보니 잘 사는 나라였다”는 세대가 어찌 알 것인가. 오늘날 자신들이 누리는 풍요가 그렇게 비하하고 조롱하고 혐오하는 늙은이들이 피땀으로 심은 나무의 열매라는 것을.그러나 김소연 변호사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에게 일말의 안도와 기대를 갖게 한다. “여전히 30년이 넘도록 스무 살 캠퍼스 낭만과 최루탄의 향기에 빠져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불행한 세대인, 우리 선배 386 운동권 일부는 정치권에 남아 철 지난 이념선동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희 MZ세대가, 이들을, 이 불쌍한 386들을, 스스로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빠져나오고 해방될 수 있도록, 그리고 진정한 민주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