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 내려온 단풍의 불길이 한반도 동남쪽을 태우고 있다. 그 불길이 다 소진되기 전에 단풍구경을 나섰다. 집에서 가까운 산길 초입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서 오색의 향연 속으로 들어갔다. 키 큰 관목들의 단풍이 가을볕을 역광으로 형형색색 찬란한 스테인드그라스가 되어 있었다. 한 점 그늘도 없는 열락의 성소(聖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감격에 울컥 뜨거워지는 마음이었다.
우리나라를 흔히들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산천경계가 아름답다는 말이다. 봄에는 연두색 바탕에다 온갖 꽃들을 수놓고, 가을은 그야말로 오색이 찬란한 비단폭이다. 여름의 녹음과 겨울 설경도 색감으로는 단조롭지만 그 무게와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천혜의 자연이 모국인 것만으로도 어찌 크나큰 은총이고 다행이 아닌가.
오륙십 년 전만 해도 금수강산이란 말이 무색하게 헐벗은 산이 많았다. 조선 말기의 혼란과 일제의 침탈, 6·25전쟁의 참화를 겪으면서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과 함께 강산도 초토화 되어 있었다. 목재와 땔감을 위한 남벌로 민둥산이 되어 비가 오면 사태가 나고 가물면 강이 말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산림녹화·사방사업은 그야말로 앞을 내다본 치산치수였다. 그 덕택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화려한 금수강산을 회복했다. 그 때는 미처 몰랐었는데, 수 십 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에 와서야 그 산림녹화사업과 새마을사업이, 경제개발사업들이 얼마나 선경지명이 있는 위대한 업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삼천리금수강산이란 말은 아직 성립이 안 된다. 한반도의 반쪽이 민둥산인 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몰래 찍어온 북한의 시골풍경에는 산에 나무가 거의 없었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역시 헐벗고 굶주린 모습이었다. 산천이 헐벗으면 백성들도 헐벗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바로 김일성 일가가 대를 이어 이 땅과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죄악상이다.
금수강산을 훼손하고 민심을 피폐케 하는 세력들이 대한민국에도 많다는 사실은 통탄을 넘어 공포스러운 일이다. 태양광발전이니 풍력발전이니 하는 것으로 국토를 파괴하는 행위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치와 산업과 교육과 언론과 법조와 문화와 심지어 종교까지 장악한, 소위 종북좌파들이 나라를 패망의 길로 끌고 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국이다. 사악하고 파렴치한 모함과 패륜의 선전선동으로 민심과 민생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결국 북한처럼 강산도 다시 헐벗게 하려는 수작에 다름 아닐 터이다.
전직 대통령이 기르던 개를 버려서 비정한 인성의 일단을 드러내더니, 이번에는 신부(神父)라는 자들이 순방 중인 대통령의 비행기가 추락하기를 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보통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좌경화가 어떻게 인간성을 파괴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과 성직자란 자들의 인성이 그럴진대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오죽하겠는가. 삼천리금수강산을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서 각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숙고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