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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 청담동 술판

등록일 2022-12-01 18:23 게재일 2022-1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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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 2022년 7월 20일 01시에서 03시 사이, 서울 청담동의 모 술집에서 김앤장로펌의 변호사 30여 명과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장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총재 등이 모여 술판을 벌였다. 그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첼로 반주에 맞추어 ‘동백아가씨’ 노래를 불렀고, 한동훈 장관은 윤도현의 노래를 불렀다. 그때 반주를 한 첼로연주자는 경비원들의 통제로 남자친구와 전화통화도 할 수가 없었다.

 

# 위의 스토리는 그 술집에서 첼로를 연주한 채아라는 여성이 당일 02시 59분에 남자친구에게 한 전화의 내용이다. 그 통화를 녹음한 남자친구는 ‘더탐사’라는 유튜브에 제보를 했다. 그것을 또 누가 더불어민주당에 제보를 해서 대변인인 김의겸 의원이 10월 24일 국회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을 불러놓고 통화녹음을 공개하면서 사실이냐고 물었다.

 

# 한동훈 장관은 장관직을 걸겠다면서 강력 부인했지만, ‘더탐사’ 유튜브가 연일 의혹을 부풀리는 방송을 하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가세에다 다른 언론매체들이 베껴서 쓰거나 방영을 하는 바람에 일파만파 국내외로 퍼져나갔다. 일단은 육하원칙을 갖춘 위의 통화내용에 대해 절대로 아닐 거라고 확신을 한 국민들은 그리 많지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대다수는 반신반의 했을 것이고, 틀림이 없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 11월 23일 첼로 반주자 채아라는 여성이 서초경찰서에 출두해서 당시 남자친구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 거짓이었다고 실토를 했다. 그 시간에 남자친구에게는 말 못할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거짓말로 둘러댄 거라는 얘기다. 온 국민을 의혹의 늪에 빠트린 사건이 허무하게 끝나는 결말이었다. 그러면 폭로라는 미명으로 모함과 음해에 가담했던 자들은 ‘아니면 말고’ 한 마디로 깨끗이 손을 씻을 수 있는 일인가. 하기야 아직도 그 여성이 경찰의 강압과 회유에 굴복해서 거짓 자백을 한 거라고 믿는 자들이 없지 않지만.

 

# 23년 동안 한겨레신문 기자였고, 청와대 대변인 경력에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인 김의겸 의원이 과연 ‘청담동 술판’을 사실이라고 믿었을까. 국감장에서 발설하기 전에 최소한의 사실 확인만 했더라도, 아니 자신의 청와대 근무 경험으로 미루어도 대통령이 심야에 그런 술판을 벌였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걸 몰랐을 리 없는 일이다. 더구나 바로 그날 한·가봉 정성회담이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 접견이 있으며,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앞둔 대통령이 새벽 3시까지 술집에서 술판을 벌였을 거라고 믿는다면 어찌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 의혹을 제기하고 부풀린 자들은 아무도 팩트체크(fact-checking)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기 위한 구실을 찾는 데만 혈안이었다. 그들은 옛날 윤지오 사건 때처럼 채아라는 여성이 외국으로 도피하거나 아주 사라져서 기껏 부풀려 놓은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기만을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허황된 기대는 꺼지고, 유언비어를 퍼뜨려서 모함하고 음해한 책임을 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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