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 구하기’란 영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스필버그 감독의 전쟁영화다. 라이언 일병은 4형제 중 막내인데, 위로 세 형들이 모두 참전을 했다가 전사했다. 이를 알게 된 육군참모총장이 그 막내아들만이라도 어머니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행방을 알 수 없는 라이언 일병을 구출해오라는 특명을 내린다. 그 임무를 맡은 밀러 대위와 7명의 대원들이 벌이는 활약상이 영화의 줄거리다. 마침내 라이언 일병을 구출하지만, 그 작전을 수행한 대원들은 밀러 대위를 포함해 여섯 명이 죽고 두 명만 살아남는다. 이 영화는 웅장한 규모와 실감나는 전투장면이 압권이지만,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섯 명이 희생되었다는 측면에선 생각의 여지가 많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물론 위의 영화에 나오는 라이언 일병과 이재명 대표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 네 아들이 모두 전쟁에 나가서 세 아들이 죽은 노모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정신에 대한 경의와도 ‘이재명 구하기’는 거리가 멀다. 구태여 공통점을 찾자면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다는 걸 들 수가 있겠다.
민주당의 ‘이재명 구하기’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여당시절부터 수사팀을 해체하고 정권에 추종하는 검사들로 교체하는가 하면 검찰총장의 옷을 벗게 하고, 꼼수와 편법을 써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래놓고 이재명을 대선후보로 밀었다가 낙선을 하자 대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당 대표를 시키더니 당헌까지 개정하는 등 3중 4중으로 ‘방탄조끼’를 입혔다. 그래도 검경의 수사가 계속되자 ‘김건희 특검법’을 들고 나와 맞불을 놓고, 심지어는 법무장관과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 일련의 과정이 하도 기상천외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일이 아닐 수 없다.
라이언 일병은 낙하산을 타고 적진에 뛰어들었지만 이재명 대표는 온갖 비리의 의혹에 둘러싸여 있다. 허위사실공표(선거법위반)로 기소된 것을 시작으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성남 FC 의혹 등 지금 수사 중인 사건만도 십여 개나 된다. 그야말로 항우장사도 어쩔 수 없는 사면초가여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무사히(?) 구출할 가망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영화에선 라이언 일병을 구출하려다가 여섯 명의 대원이 죽었지만, 겹겹으로 둘러싼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끝내 이재명도 구하지 못한 채 엄청난 희생만 치르게 될 것이란 얘기다. 오로지 진영논리에 눈이 멀어 애당초 부당하고 승산도 없는 일에 올인 하다가 명분도 실리도 잃고 치명상만 입게 될 것이 빤히 보인다.
밀러 대위는 죽으면서 라이언 일병에게 가치 있게 살기를 바란다는 유언을 했다. 그래야 자신과 대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력투쟁을 하고서도 이재명을 구하지 못한 민주당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이재명은 이제라도 국회의원직과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성실하게 검찰의 수사에 임하는 것이 그나마 당과 자신을 위한 최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