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고등부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란 작품이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해당 작품을 시상한 것은 정치 편향적’이란 이유로 ‘엄중경고’를 하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의 운전석에는 김건희 여사가 앉았고, 객실 창밖으로 법복을 입고 칼을 쳐든 검사들이 상체를 내밀고 있다. 기찻길 뒤로는 부서져가는 건물들이 보이고 열차 앞에는 노인, 아동, 군인, 여성들이 열차를 피해 도망치고 있다. 그림의 내용인즉,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들을 동원하여 국민들을 무차별 탄압하는데 그것을 김건희 여사가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우파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사실에 근거한 풍자가 아니라 좌파들의 사악한 모함의 프레임을 대변한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림이다. 다른 작품보다 스토리, 연출, 창의성,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 심사의원들의 판정 이유라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불쾌감을 지울 수가 없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속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헌법 제22조 1항)와 문화적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갖는다.(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제4조)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며(헌법 제21조 4항)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헌법 제37조2항)
표현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을 악용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 형법 307조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형법 제311조에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도 있다.
위 사건의 경우 해당 학생의 예술적 재능은 인정할지라도, 아직 미성년인 학생들이 기성사회의 왜곡되고 편향된 정치적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혐오나 증오의 정서를 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의 신장이란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임에는 틀림없지만, 국가나 사회가 온전하지 않을 때는 최소한의 자유마저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실상에 대한 인식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기타 자유(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는 그것을 강제할 권력을 필요로 하며, 그 권력이 바로 국가다. 국가는 법과 경찰이라는 모습으로 그 질서를 강제하고, 그 질서를 방해하는 것은 범죄라 칭한다. 이러한 질서에서는 자유의 수호자인 국가에 복종하는 순종적인 시민만이 자유로운 인간이며, 거역하는 이는 무법자라는 역설이 탄생한다.”독일의 철학자 막스 슈티르너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