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은 우리 고유의 명절도 아니고 국경일도 아니다. 해방 직후 미군정이 관공서의 공휴일로 정했던 것을 정부수립 후인 1949년에 정식공휴일로 지정했다. 당시 국민들 중에 기독교인의 수가 5%도 안 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무리한 처사였다. 기독교인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와의 형평성 논란 끝에 1975년에는 석가탄신일도 공휴일로 지정이 되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예수탄신일과 석가탄신일이 함께 공휴일인 나라가 되었다.
2021년 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독교인의 수는 개신교(20%)와 천주교(8%)를 합해 28%라고 한다. 국민의 70% 이상이 기독교인이 아니고, 불교신자도 11%라고 하니 어느 쪽도 국가를 대표할 만한 종교라고는 할 수가 없다. 불교의 경우 현재의 신자 수는 적으나 오랜 세월 국교였던 역사가 있으니 양대 종교로서의 균형이 크게 기운 것은 아닐 터이다. 아무튼 그 어느 쪽 신자도 아닌 사람들도 성탄절이나 석탄일을 공휴일로 정한 것에는 별로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성탄절이 기왕에 국가적 축제일로 지정이 됐으니, 비신자라도 한 번쯤은 예수 탄생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수는 싯다르타, 공자, 소크라테스와 함께 세계 4대 성인으로 불릴 만큼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세 유럽의 역사는 기독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배적이었고, 지금도 25억의 신자들을 가진 세계 제1의 종교다. 예수는 기독교인들 신앙의 대상일 뿐 아니라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자 성인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만큼 인문학적 교양을 위해서라도 그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수가 어떤 인물인지는 기독교 신약성서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라는 4명의 제자들이 각자 예수의 행적에 대해 보고들은 바를 기록한 것을 4복음서라 한다. 그 중에서 마가복음서는 35쪽 분량으로 주로 예수의 행적에 대한 기록이다. 예수 사후 베드로와 동행하면서 그의 증언을 토대로 한 기록으로 보인다. 예수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은 가장 먼저 읽어야 할 필독서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산상수훈으로 일컫는 마태복음 5장부터 7장까지를 읽으면 예수의 핵심 사상을 알 수가 있다. 여기까지가 최소한의 상식이고, 관심이 가는 사람은 다른 부분도 읽어보면 될 것이다.
연말과 성탄절을 앞두고 조금은 들뜨고 한편으론 어수선한 분위기다. 얼마 전 이태원참사의 충격이 아직 다 가시지 않았고 경제사정도 좋지를 않아 마냥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기독교인들은 신앙에 따라 성탄절을 맞으면 될 테지만,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들도 올해는 예수의 탄생이 이 시대에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태원참사가 주는 교훈도 그렇고, 무슨 명절이든 축제든 우선은 그 의미부터 새겨보는 것이 문화인다운 태도라는 생각이다. 예수가 전 인류의 스승이듯 성탄절도 기독교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는 것이 공휴일로 정한 취지일 것이다. 이번 성탄절은 국민 모두가 좀 차분하게 예수 탄생의 의미를 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