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통혁당사건’으로 복역한 신영복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사석에서 한 얘기가 아니라,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북한의 김여정 일행이 참석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 말이다. 자신의 사상적 일단을 세계만방에 천명한 셈이었다. 통혁당(통일혁명당)의 지도이념은 주체사상이며, 사회주의·공산주의 건설이 목적이었다. ‘반정부 및 반미 데모를 전개하는 등 대정부 공격과 반정부적 소요를 유발시키려는 데 주력했다’는 이유로 검거된 당원들 중 북한에 가서 로동당에 가입한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는 사형에 처하고 신영복 등은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위의 사건이 다시 소환된 것은 이번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였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주사파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대답한 데서 비롯되었다. 김문수 위원장은 과거 노동운동을 한 경력이 있어서 신영복의 사상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했다.
‘우리 당이 민족의 태양, 김일성 장군의 혁명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한국혁명의 전위당인 만큼 당원과 각계의 애국민중을 하나의 혁명전선으로 결속해야 할 것이라는 정치활동의 목표로부터 출발해 (중략) 우리들은 이 힘 있는 정치선전수단으로 보다 많은 김일성주의자를 육성하고 각계각층 애국민중을 하나의 혁명전선, 통일혁명의 깃발 아래 강고하게 결집시키도록 합시다.’ 통일혁명당 기관지 ‘혁명전선’에 실린 이 글을 보면 김 위원장이 왜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좌파들은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곧잘 색깔론이라고 매도한다. 요즘 세상에 빨갱이가 어디 있다고 ‘종북몰이’를 하느냐는 것이다. 좌파가 아닌 사람들 중에도 그들의 말에 동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엄연히 종북 주사파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주사파 조직에서 활동하다 전향한 홍진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2004년 10월 ‘월간조선’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사파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전대협, 한총련 등을 조직해 학생운동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들은 소위 ‘金日成 原典(김일성 경전)’을 읽으며 북한 주도 통일 실현을 목표로 활동했다. 그들은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김일성과 김정일을 진심으로 추앙했다.”
그 때의 주사파들이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인물들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의 행보를 보면 지금도 사상적으로 완전히 전향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겉으로는 내세우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의 궁극적 지향점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체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소위 ‘운동권’시절에 불태웠던 체제전복의 꿈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망상인지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철저한 활동으로 좌경화된 사회일반의 의식전환을 위한 범국가적 혁신이 이 시대의 주요 당면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