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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오는데

등록일 2023-08-24 19:07 게재일 2023-08-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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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처서 지난 들녘에 가을빛이 어린다. 일제히 벼가 패고 빨갛게 고추가 익어간다. 호박도 누런 배를 드러내고 이따금 메뚜기가 날기도 한다. 한낮은 여전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아침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계절이 바뀌는 자연현상이 우리 삶을 한결 수월케 한다. 엄동설한도 때가 되면 물러가고 삼복더위도 때가 되면 지나가는 자연의 섭리가 내면화 되어, 고난과 역경에도 쉽사리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내성을 갖게 된다.

여름이 여름다운 것은 그것이 가을을 마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을엔 겨울을, 겨울엔 봄을, 봄에는 여름을 설레는 기대로 맞게 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여름의 불볕더위가 가을을 풍성하게 하는 것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춘하추동은 얼마나 생동적인 순환인가. 이 여름의 막바지에서 누군들 황금빛 들판에 코스모스와 쑥부쟁이가 손짓하는 가을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지 않을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인간사회의 계절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지난 정권 동안 줄곧 불어대던 북서풍이 아직도 다 가시지를 않았다. 정권이 바뀌어도 민심의 풍향이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계절이 오지 않는 것이다. 사법부의 수장이 아직 계절의 변화를 막고 있고, 방송계도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어 가는 추세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은 소강상태이나 머지않아 바람의 방향도 북서풍에서 남동풍으로 바뀔 것이다.

공산사회를 흔히들 동토(凍土)라고 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얼어붙은 땅이라는 말이다. 그 종주국 소련과 중국에는 해빙의 바람이 불어 어느 정도 눈이 녹고 얼음이 갈라지는 계절의 변화가 있었다. 북한만이 유일하게 동토를 유지하고 있다. 그 냉동상태를 지속하기 위해 돈과 인력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불어오는 북풍에 남한의 일부까지 냉해를 입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정보화 시대라 북한에도 다양한 경로로 바람이 새어들고 있다고 한다. 냉동고에 구멍이 뚫리면 얼음이 녹을 수밖에 없듯이 머지않아 김정은 일당이 쌓아놓은 빙벽도 결국은 녹아내리고 말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북서풍은 멎을 것이고 남한에도 온전한 계절이 올 것이다. 북서풍이란 물론 북한과 중국의 영향을 말하는 것이고 반대로 남동풍이란 자유진영의 바람을 일컫는 것이다. 최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도 바로 그 남동풍이 될 것이다.

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랐듯 좌파들의 몰락도 머지않은 것 같다. 좌파정당 대표가 열 가지도 넘는 죄목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비롯해서 좌파정권 때 임명한 대법원장의 임기도 끝나가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좌파에서 우파로 바뀌었다. 공영방송국 이사진까지 개편되면 명실상부 다른 계절이 될 것이다. 아니 하나가 더 남았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우파가 과반수를 확보하는 일이다. 기왕이면 법 개정이 가능한 의석을 얻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북서풍이 겨울을 몰아오고 남동풍이 봄을 데려오듯 민심의 향방에 국운이 달렸다. 당신은 지금 어디로 불어가는 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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