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의 법조문이다. ‘강행규정’으로 못 박아 놓은 것은 판사가 재량의 여지없이 법규대로 처리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버젓이 이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이 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8년 울산시장선거에 대한 재판과 2021년 대선기간 이재명 후보의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재판이다.
2018년 6월 울산시장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선거법 위반 사건은 크게 세 갈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상대 후보인 김기현 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경찰에 지시한 것과 청와대 고위공무원들이 송 후보의 선거공약을 지원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민주당 내 경쟁 상대가 경선에 출마하지 않도록 매수한 혐의 등이 수사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들은 최상위 권력기관을 동원해 경쟁 후보를 표적 수사하고, 상대 공약을 흠집내고, 당내 경쟁자의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등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대한민국 선거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악의 반민주 선거였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와 지난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허위로 답변한 혐의다. 울산시장선거 관련 재판은 2020년 1월 29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후 3년 7개월여 만에 재판 절차가 종결됐다. 1년 넘게 공판준비절차로 공전하다가 2021년 5월에서야 정식 공판이 열려 2년 넘게 진행된 것이다. 그 사이 송철호 시장은 지난해 6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고, 그 사건에 연류되었지만 재판지연으로 국회의원이 된 황운하와 한병도는 내년 5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위반 재판 역시 일 년이 넘도록 결심공판도 열리지 않고 있다.
사법부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판사가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선입견이나 주관적인 의견도 배제하고, 차별이나 편견이 없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선거법 위반 제판을 지연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
더구나 위의 두 사건처럼 정치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일 경우는 그 죄과가 더욱 크다. 판사가 이념에 치우치거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법을 무시하는 행위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