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옷이나 생김새 등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고, 학벌이나 지위나 재력 따위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념이나 종교적 시각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고정관념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평가의 목적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도 시대와 문화적 배경, 역사적 맥락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역사적 인물을 평가하는 데 고려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우선은 그 인물의 업적과 그 업적이 시대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그 인물이 어떤 목표와 가치를 추구했고 그것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고, 인물이 가진 통찰력과 지혜와 능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살펴야 한다. 물론 윤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역사학적 증거와 연구를 판단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침략으로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이데올로기에 의한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상황에서 그 역사 속의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이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북한과 종북·주사파들이 일제치하의 친일행위에 절대적 비중을 두는 것에 비해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친일에 못지않게 공산주의에 동조나 가담 여부를 인물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뒤늦게 불거진 광주시의 정율성공원 조성 문제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문제로 좌·우 양 진영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율성은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조선인민군행진곡, 조선해방행진곡, 팔로군행진곡 등 공산체제를 찬양·고무하는 작곡활동을 했으며, 6·25 때는 중공군을 따라와서 궁정악보 등 왕실관련 유물을 훔쳐 중국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중국에 귀화하여 중국 국적으로 살다 죽은 그가 대한민국과 광주시에 기여한 바가 없는데, ‘정율성거리’를 만들고, 매년 기념음악회를 열고, ‘정율성공원’까지 조성하겠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 등 항일 무장투쟁을 한 독립군의 대표적인 인물 중의 일인이다. 독립군으로서의 그의 공적은 누구 못지않지만, “조선의 자유독립을 위하여 제국주의 일본을 반대한 투쟁에 헌신한 조선 빨치산 대장 홍범도의 이름은 천추만대에 길이길이 전하여지리라.”는 묘비명처럼 그는 소련 공산당원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간성들을 길러내는 육군사관학교에 홍범도 동상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이다.
문재인 좌파정권은 공산·전체주의 시각에서 김원봉이나 신영복 같은 공산주의자들을 존경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반공·자유민주주의 입장에서 공산주의와 싸운 공적을 높이 평가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정부수립 업적을 높이 사고, 백선엽 장군을 6·25전쟁 영웅으로 기린다. 지난 역사의 인물들뿐만 아니라, 지금 정치권의 인물들에 대한 판단과 평가도 국운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걸 절감하는 요즘이다.